네이버의 창업자는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이지만 그가 보유한 지분은 3.8% 정도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가 이해진 GIO를 총수로 지정하고 있지만 여타 대기업의 오너들과는 달리 지분율이 높지 않고 이사회에도 참여하지 않고 있다.
공정위와 판단과는 달리 네이버는 '총수 없는 기업'을 추구해온만큼 의사결정의 최상단에 있는 이사회의 역할이 막중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사회의 견제기능은 평균 4점으로 낮지 않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이사회는 주주와 경영진의 이해관계가 일치할 수 있도록 네이버의 경영진들은 주가 상승과 연동해 상여가 결정되고 있다.
◇ 사외이사 후보군 '블랙박스'…사외이사 회의 횟수도 감점
THE CFO는 자체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지난 5월 발표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2024년 1분기 보고서 등을 기준으로 삼았다. 6대 공통지표(△구성 △참여도 △견제기능△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로 네이버의 이사회 운영 및 활동을 분석한 결과 255점 만점에 190점으로 산출됐다.
네이버는 견제기능 항목에서 총 45점 만점에 36점을 받았다. 평균 4점을 기록했다. 해당 항목은 이사회가 지배주주, 오너를 견제하고 독립성을 갖춘 경영을 하고 있는지 판단하기 위한 항목이다. 사외이사후보추천 과정과 내부거래, 감사위원회 구성,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보수체계 등이 평가항목으로 들어가있다.
네이버는 '외부 또는 주주로부터 이사 추천을 받고 있는지' 여부를 묻는 항목에서는 3점을 받았다. 사외이사후보추천자문단이 구성되어있고 주주로부터 이사 추천을 받고 사외이사추천위원회(사추위)가 원활히 운영되는 경우를 5점으로 봤으나 네이버는 사추위에 대한 설명만 기술되어 있을 뿐 주주나 자문단 추천 여부를 알기는 어려웠다.
또한 사외이사만으로 구성된 회의 횟수는 2023년 총 8회로 집계, 3점 처리됐다. THE CFO는 연간 12회 이상을 가장 높게 평가하고 있다. 계열회사 사업전략 및 연간 리스크관리 활동 계획, 거시 금융환경 등이었다. 네이버 관계자는 "경영사업 상황상 7~8회 정도로 충분히 운영 가능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최고경영자(CEO) 승계 정책 관련된 부분은 만점을 받았다. 관련 부분은 이사회 내 '리더십&보상위원회'에서 진행하고 매년 내부 후보군 롱리스트(Long-list)를 점검하고 외부 후보군 역시 검토한다. 또 2022년부터는 네이버의 경영철학과 리더상에 연계된 양성 체계를 마련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부적격 임원의 선임 방지를 위한 정책 역시 적절히 마련돼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네이버는 'Integrity Code'를 바탕으로 신규 임원을 선임할 때 과거 3년간 징계 이력을 선발 심의 자료에 포함해 임원 자질에 대해 검토하고 임원의 업무위임계약 부속합의서에도 기업가치 훼손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명문화했다.
◇ 코스피200 벤치마크, 주가 상승따라 상여 결정…CPA 부재로 감점
네이버는 주주가치 제고 성과에 연동해 등기임원들의 보수를 책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해당 문항에서 네이버는 5점 기준을 충족했다. 네이버는 2021년 9월 이사회 내 보상위원회를 리더십&보상위원회이사회로 변경, CEO 및 위원회에서 판단한 대상자에 대한 평가와 보상에 대해 심의한다.
네이버의 대표이사 보상 체계를 살펴보면 급여 항목도 있지만 회사의 중장기 성장과 관련된 상여 항목의 비중을 높게 설정하고 있다. 상여는 계량지표와 비계량지표 등을 고려한 타깃 인센티브와 코스피 200내 기업대비 상대적인 주가상승률 백분위에 따라 제한조건부주식(RSU)도 지급할 수 있도록 틀을 만들었다.
다만 2023년 네이버의 주가는 17만9500원에서 2023년말 22만4000원으로 24.8% 가량 상승했고 같은 기간 코스피200 지수가 289.79에서 357.99로 23.5% 가량 올랐다. 평균치보다는 소폭 높았지만 이와 관련해서 임원들에게 RSU는 지급되지 않았다. 내부 평가기준을 뛰어넘지는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네이버 2023년 1인당 등기임원의 평균 보수는 9억1800만원으로 집계됐고 미등기임원 평균 보수는 3억5200만원이었다. 등기임원 대비 미등기임원의 보수비율은 37%였다. THE CFO는 이번 평가에서 오너 일가가 미등기이사로 참여해 과도한 보수를 받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관련 문항을 넣었다.
THE CFO는 등기임원 대비 미등기임원의 보수 비중이 30~50% 일 경우에는 4점을 부여한다. 이 때문에 관련 문항에서는 일부 점수 차감이 있었다. 실제 개인 최대주주인 이해진 GIO는 미등기임원으로 2023년 19억3600만원을 수령했다. 네이버 내 연봉 1위였다. 2022년 18억3500만원(3위)을 받았으나 전년도 대비 소폭 연봉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네이버의 감사위원회는 정도진·노혁준·변재상 사외이사 등 3명으로 구성돼있다. 3인 이상의 독립적 사외이사로 구성되어있는만큼 5점을 받았다. 정도진 위원장은 금융감독원 회계제도실 팀장·감리위원회 감리위원, 기획재정부 국가회계제도 심의위원회 위원, 국제공공부문회계기준위원회(IPSASB) 위원 등을 지낸 인물이다.
정 위원장은 회계·재무석사 이상, 관련 분야 조교수 5년 이상인 전문성 기준을 충족했다. 다만 THE CFO의 경우 공인회계사(CPA) 자격을 보유한 인물에 대해서만 5점을 부여하면서 관련 항목에서는 일부 감점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