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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er Match Up삼성바이오로직스 vs 셀트리온

사법리스크 벗고 나니 보이는 빅바이오텍 '맞수'

①출발 달랐지만 시장 변화 끝 '혁신신약' 귀결

최은수 기자  2024-08-20 14:20:05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의약품위탁생산(CMO)으로 성장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시밀러 선구자 셀트리온. 국내 바이오텍 양대산맥의 지금까지의 사업모델은 다르다. 그러나 미래 전략에선 사업 공통분모가 있다. 바이오텍의 궁극적인 목표인 '혁신신약 개발'을 겨냥하기 시작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상장 당시부터 짊어졌던 분식회계 의혹을 최근 떨쳐냈다. 셀트리온은 올해 통합법인 출범으로 뒷말을 낳던 특수관계자 거래구조 이슈와 결별했다. 사법리스크 안개를 걷어내고 보면 두 '빅바이오텍'의 진면목을 제대로 비교할 수 있다.

◇안정감 큰 CMO에 가린 디테일, 삼성바이오 "맞수는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모두 출범 당시엔 혁신신약 개발에 대한 열망을 대외에 나타내지 않았다. 지금의 자리로 올라 설수 있었던 동력은 각각 CMO와 바이오시밀러 사업에 있었다. 그럼에도 업태가 전혀 달라보이는 두 기업이 '맞수'라는 결론을 이해하려면 먼저 상장 당시를 반추해야 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6년 상장할 당시 피어그룹을 'CMO'와 '바이오시밀러' 두 갈래로 나눠 기업가치를 매겼다. CMO의 비교기업은 스위스의 론자(Lonza Group)이었다. CMO는 수주산업과 유사하다.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공장을 준공하며 18만2000리터 규모의 생산역량(캐파)을 갖췄다. CMO 1위인 론자(26만1000리터)에 버금가는 규모였다. 2018년 이후엔 18만리터의 3공장을 추가로 완공해 론자를 넘어설 것이란 추정치도 내놨다. 이 때문에 IPO 당시 시장의 관심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위탁생산 역량에 집중됐었다.

바이오시밀러의 경우 EV 책정을 위한 비교기업으로 미국의 코히러스(Coherus biosciences)와 '셀트리온'을 낙점했다. △바이오시밀러를 주 사업으로 하고 △IPO 당시 10대 의약품 중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 2종 이상 보유 △미국·EU 등 시장 대상 임상 진행 및 완료 여부 △임상 3상 완료 제품 복수 보유 여부 등으로 비교군을 갈랐다.

IPO 과정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시밀러에 보수적인 밸류를 책정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를 통한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두곤 EV/Pipeline 배수를 제시했는데 20%의 할인율까지 적용했다.

여기에다 합작법인 파트너사의 콜옵션까지 고려한 삼성바이오에피스 보유 지분가치를 50%만 밸류에 반영했고 최종적으로 지분가치를 3조4000억원으로 매겼다. 앞서 EV/Capacity로 책정한 CMO 기업가치 약 7조1000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당시 바이오업계를 둘러싼 상황을 보면 이 가치 판단을 이해할 수 있다. 지금과 달리 당시 바이오시밀러를 포함한 혁신신약 사업을 하려면 실체 입증이란 또 다른 싸움을 벌여야 했다. 그만큼 불확실성 둔 시장의 우려가 거대했다.

CMO는 수주 규모나 잔고로 매출 안정성이 담보되지만 바이오시밀러 및 신약개발 영역은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또 다른 피어그룹으로 꼽았던 코히러스의 경우 당시 개발 바이오시밀러 품목허가를 한 건도 받지 못했을 만큼 시장은 형성 초기였다.

2010년 중반까지만 해도 바이오시밀러 시장 자체를 복제약의 하나로 치부하거나 허수로 여기는 분위기도 적지 않았다. 기대만큼 리스크도 큰 혁신신약을 개발한다 선언할 때 부정적인 상승효과도 견뎌야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이 출발 당시 그들을 '혁신신약 개발 바이오 기업'으로 규정하지 않았던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곧바로 세계 최고로의 직행을 앞둔 CMO의 위용에 가려 삼성바이오로직스 즉의 '바이오시밀러 개발 역량'은 상대적으로 빛이 바랬다. 특히 지금은 논란이 해소됐지만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합작법인 파트너사 바이오젠과의 콜옵션 등을 둘러싸고 기업가치 과소 계상 등 뒷말이 나오며 본질이 흐려졌던 점도 작용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글로벌 혁신신약 무대'서 만나는 두 거목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은 먼 길을 돌아와 이제 혁신신약 개발을 선언하고 투자를 시작했다. 과거와 달리 바이오텍에 대한 시장 이해도 꽤 쌓였고 앞서 두 기업 모두 바이오시밀러 사업 '실적'을 입증하고 논란을 털어내며 여러 불확실성을 일소하는 데 다다랐기 때문이다.

적어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은 바이오텍의 근본적인 고민 즉 연구개발 투자의 선순환 고리가 끊어지는 걱정을 내려놓는 단계로까지 올라섰다. CMO에서든 바이오시밀러에서든 주력 품목이 꾸준하게 수익을 창출하면서 차기 R&D 성과와 지역 및 품목 다변화를 이끌 체력을 갖췄다.

더불어 시장 변화가 자연스럽게 두 기업이 혁신신약으로 움직이게 하는 '선택압'도 엿보인다. 2016년만 해도 품목허가 라인업이 1건도 없었던 코히러스를 피어그룹으로 삼을만큼 블루오션이던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기업 간 기술 격차가 빠르게 줄어들었다. 진입 문턱 또한 낮아지며 2024년 기준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플레이어는 30여 곳으로 늘어났다.

글로벌 시장에선 오래전부터 규제가 완화되는 흐름을 인지해 왔다. 높은 진입장벽에 힘입어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둔 십년지대계를 그리던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모두 밸류업을 위한 새 움직임을 혁신신약에서 찾는다. 좋든 싫든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은 바이오 혁신신약 개발 시장에서 서로를 맞수로 맞이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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