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IBK기업은행 밸류업 점검

PBR 0.30배의 '늪'…반등 가능할까

③만년 저평가 꼬리표…분기배당·중장기 배당목표 명시 필요

이재용 기자  2024-07-19 07:00:58

편집자주

K-밸류업 정책이 본격화 하면서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윤곽을 드러냈다. 기업들은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하는 등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지배구조, 이익창출력, 주주가치 등 여러 방면에서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정책에 호응하는 한편 미래지속가능성장을 위한 투자유치 기회로 삼았다. IBK기업은행이 준비하는 밸류업 전략을 살펴보고 시장의 가치평가 기준이 되는 여러 재무·비재무 요소를 짚어본다.
IBK기업은행에는 '만년 저평가' 꼬리표가 붙어있다.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대표적인 저평가 종목으로 꼽히는 은행주 중에서도 기업은행의 주가는 규모 대비 가장 낮은 수준에 속한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수년째 0.3배 안팎에 머물러 있고 주가는 순자산 성장 추이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안정적인 성장세를 갖춘 현재 정부 밸류업 프로그램 가동으로 '오를 일만 남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다만 기업은행이 저PBR에서 벗어나려면 배당 확대가 필요하다는 전제가 붙는다. 그 방안으로는 중장기 목표 배당성향 명시와 분기배당 등의 방안이 거론된다.

◇PBR 0.35배…저PBR 금융주 중에서도 가장 저평가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기업은행의 PBR은 지난 17일 종가 기준 0.35배를 기록했다. 주가를 주당 순자산으로 나눈 것으로 주가가 1주당 순자산의 몇 배로 매매되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통상 PBR이 1보다 작으면 기업의 미래가치 창출액에 대한 시장의 평가액이 주주자본을 밑도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은행의 PBR은 대체로 저PBR 수준에 머물러 있는 금융주에서도 낮은 편이다. 17일 종가 기준 KB금융은 0.56배, 신한금융 0.51배, 하나금융 0.45배로 기업은행보다 0.1~0.2배 높다. 우리금융만이 비슷한 수준을 나타냈다. 대형 금융그룹 중에서도 특히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저PBR 흐름은 0.3배 박스권에 갇혀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KRX에 공시된 기업은행 최근 5개년 PBR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 2019년 0.35배에서 2020년 0.28배, 2021년 0.30배, 2022년 0.27배, 지난해 0.30배, 지난 1분기 0.34배를 나타냈다. 매년 등락을 거듭했지만 0.3배 안팎을 벗어나지 않는 모습이다.

주가는 순자산의 성장세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기업은행의 지배주주 지분 기준 자본총계는 지난 2019년 말 22조7766억원에서 지난해 말 31조6566억원으로 28%(8조8800억원) 성장했다. 반면 같은 기간 주가는 종가 기준 1만1800원에서 1만1860원으로 0.5%(60원) 오르는 데 그쳤다.

기업은행의 저PBR 원인으로는 크게 세 가지가 지목된다. 우선 ROE 하락 가능성이다. KRX 공시 기준 지난 1분기 말 ROE는 8.88%였다. 2022년 9.45%에서 지난해 8.79%로 떨어졌다가 1분기엔 0.09%포인트 올랐다. 고금리로 인한 이자이익 감소로 순이자마진(NIM)이 소폭 감소한 영향 등이다. 이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상대적으로 부실위험이 큰 중소기업 대출 리스크도 저평가에 한몫한다. 기업은행의 중기대출 잔액은 240조원에 육박하고 시장점유율은 23%에 달한다. 중기대출 규모를 키우면서 기업은행의 NPL 규모도 지난해 말 1.05%에서 1분기 1.12%로 악화됐다. 1분기 기준 고정이하여신 규모는 1년 새 7354억원 늘었다.

◇현실적 해결책으로 제안된 주주환원 확대·개선

불분명한 주주환원 정책 역시 시장의 평가 기대치를 낮추는 요인이다. 자사주 매입·소각 옵션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배당마저 시장 기대 수준인 주당배당금(DPS) 1000원을 밑돈다. 확대와 관련한 시그널마저 명확하지 않다.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서는 시장평가를 꾸준히 향상시켜야 하는 만큼 이런 요인들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 다만 중기대출 부문은 국책은행의 책무이고, 금리는 통제할 수 없는 외생변수라는 게 문제다. 저평가 기조를 벗어나는 남은 현실적 방안은 주주환원 방안을 개선하는 것이다.

주주환원 확대는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나 배당 대상인 최대주주 기획재정부와의 협의로 시일이 많이 걸릴 순 있지만 불가능하진 않다. 시장 전문가들도 기업은행의 저평가 탈출 포인트 중 하나로 주주환원 확대를 꼽는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존보다 적극적이고 가시성 높은 주주환원 정책이 포함될 지 여부가 관전 포인트"라며 "중장기 목표 배당성향 명시, 분기배당 실시 정도를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