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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시티 사업 '무산' CJ ENM, 장기 신용도 '호재?'

CJ라이브시티 대신 사실상 조달 주체 나서, '2조' 사업비, 추가 투입 부담 덜어

이정완 기자  2024-07-04 10:14:14
경기도 고양시에 대형 K팝 공연장을 지으려고 했던 CJ라이브시티 사업이 결국 무산됐다. 이를 두고 모회사 CJ ENM 신용도에 끼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CJ라이브시티가 해당 사업을 위해 세워진 법인이었던 만큼 모회사인 CJ ENM 신용공여에 의존했기 때문이다.

CJ ENM이 CJ라이브시티에게 보증을 제공해 발행된 기업어음(CP)만 3000억원에 달한다. 만약 차환이 어려워지면 이는 고스란히 CJ ENM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살피면 상황은 나쁘지 않다. 신용평가사에서 자회사 CJ라이브시티에 추가로 투입될 자금에 대해 예의주시했기 때문이다. CJ ENM 입장에선 장기적으로 신용도에 긍정적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올해 1000억 단기사채·CP 만기 도래

4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CJ ENM은 CJ라이브시티 공사가 최종 무산된 뒤 국내 신용평가사에게 해당 내용과 관련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CJ ENM도 이 같은 결과가 나올 거라고 쉽게 예상하지 못한 듯하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경기도는 지난 1일 'K-컬처밸리 복합개발사업'과 관련해 시행사인 CJ라이브시티에 협약 해제를 통보했다. 양측은 2016년 협약을 맺은 뒤 2021년까지 완공하기로 했으나 국정농단 사태 연루 의혹으로 조사를 받으며 착공 자체가 미뤄졌다.

우여곡절 끝에 2021년 말 K팝 아레나를 착공했지만 건설경기 악화와 한국전력의 전력 공급 불가 통보 등이 맞물려 결국 지난해 4월 다시 공사가 중단됐다. 지난해 10월 국토교통부 민관합동 PF조정위원회에 사업 조정을 신청해 해결책을 찾으려 했지만 경기도가 중재안을 수용하지 않아 최종 무산됐다.

CJ ENM에게 CJ라이브시티는 오래 전부터 조달 부담을 키우는 자회사였다. CJ ENM은 CJ라이브시티 지분 90%를 들고 있다. 공사 무산에 대해 신용평가사가 CJ ENM의 신용도에 관심을 갖는 이유도 분명하다.

현재 CJ ENM의 선순위 회사채 신용등급을 평가하고 있는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CJ라이브시티 사업 진행 정도를 살펴왔다. 한국신용평가는 주요 모니터링 포인트로 'CJ라이브시티 사업 진행 상황 및 추가적인 자금 소유 규모'를 제시하기도 했다.

실제로 CJ ENM은 CJ라이브시티의 실질적 조달 주체로 활동해왔다. CJ ENM은 분기보고서를 통해 회사가 권면보증한 CP와 단기사채를 공시하고 있다. 2021년 11월 발행한 1000억원 규모 CP를 시작으로 올해 발행된 2000억원 규모 CP도 CJ ENM이 보증을 제공했다.


신용평가업계는 우선 CP 만기 일정부터 살피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CJ라이브시티는 오는 9월 900억원 규모 단기사채를 시작으로 11월 100억원 규모 CP를 갚아야 한다. 내년 1월에는 2000억원으로 갚아야 할 CP 규모가 커진다. 2026년 11월에도 900억원 CP 상환이 예정돼있다.

업계 관계자는 "만기가 올해와 내년으로 나뉘어 분산돼 있다"면서도 "사업 협약 자체가 해제된 만큼 차환이 어려워지면 이를 갚아야 하는 CJ ENM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론 투자 부담 덜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부담을 털고 간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볼 만한 여지도 있다. 2020년을 기준으로 K팝 아레나와 스튜디오, 테마파크, 상업·숙박·관광시설을 짓는데 투입될 것으로 계산된 총사업비는 1조8000억원이었다. 하지만 그 사이 원자재값이 대폭 인상돼 지금은 총사업비가 3조원에 이르렀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2010년대 중반 CJ라이브시티 사업을 따낼 때와 지금의 모회사 사정이 달라진 것도 고려할 만한 점이다. CJ ENM의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2021년 들어 지속 하락세다. 2021년 2969억원에서 지난해 14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123억원을 나타냈다.

더군다나 CJ ENM은 2022년 초 1조원을 들여 미국 콘텐츠 제작사 피프스시즌(FIFTH SEASON)를 인수해 차입 부담이 가중된 상태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연결 기준 순차입금은 2조원을 상회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CJ라이브시티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됐다면 차입금이 더 늘어날 수 있었다.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대규모 투자 부담으로 인해 외부 차입이 증가하는 경우 신용도 하향 조정을 검토할 수 있다고 공통적으로 밝히고 있다. 두 회사는 CJ ENM의 신용도를 'AA-, 안정적'으로 평가한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 투자 불확실성을 해소했다는 측면에서 양호하게 볼만한 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CJ라이브시티 아레나 조감도(출처=CJ라이브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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