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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분석

SK이노 재무라인에 넘어온 어스온·엔텀, 수익성 입증 과제

김진원 부사장, 작년 말 SKT서 이동…어스온·엔텀 이사회 의장 겸임

김동현 기자  2024-06-26 17:20:01
SK이노베이션은 그룹 사업 리밸런싱(재조정) 대상에서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계열사 중 한곳이다. 일찌감치 그린에너지를 미래 사업 방향으로 점찍고 SK온(이차전지), SK아이이테크놀로지(소재), SK지오센트릭(폐플라스틱 재활용) 등 자회사를 통해 사업을 전개했지만 그룹 내 중복 투자 문제로 리밸런싱 대상에 올라갔다.

전방위적인 투자의 결과물을 실적으로 입증해야 하는 과제가 SK이노베이션 자회사에 놓여있는 상태다.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자회사도 자유로울 수 없다. SK이노베이션은 주요 재무 임원을 자회사 이사회에 보내 이를 관리하도록 하고 있는데 올해는 SK어스온과 SK엔텀의 변화가 눈에 띈다.

◇박상규·강동수·김진원, 비상장사 의장 삼각편대

SK이노베이션 계열의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인물은 크게 4개 부류로 분류할 수 있다. 상장사인 SK이노베이션과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의장은 사외이사가 맡고 있으며 나머지 8개 비상장사의 이사회 의장은 박상규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사장, 강동수 전략·재무부문장(CFO) 부사장, 김진원 재무본부장 부사장 등 3인이 담당한다.

지난해와 달라진 점은 김 부사장이 새롭게 계열사 이사회 의장을 맡았다는 점이다. 기존에 SK이노베이션 비상장 자회사의 이사회 의장 자리는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와 포트폴리오부문장의 몫이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까지 대표이사를 역임한 김준 부회장이 SK에너지·지오센트릭·온·엔무브의 의장을 맡았고 강 부사장이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인천석유화학·어스온의 이사회 의장직을 수행했다.

지난해 말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로 합류한 박상규 사장이 김 부회장의 자리를 이어받아 4개 비상장사 이사회 의장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강 부사장은 기존 포트폴리오부문에 재무부문까지 맡아 전략·재무부문장 CFO로 나머지 3개사 의장을 그대로 수행 중이다.

변화가 생긴 것은 올해 초로, 마찬가지로 작년 말 인사로 SK텔레콤에서 SK이노베이션으로 넘어온 김 부사장이 새롭게 계열사 이사회에 진입했다. 김 부사장은 전입과 동시에 SK어스온과 SK엔텀의 이사회 의장에 선임됐다. 기존 SK어스온 의장 자리가 강 부사장에서 김 부사장으로 바뀌었다. SK엔텀은 SK에너지에서 인적분할해 올해 3월 SK이노베이션의 신규 자회사로 편입된 회사로, 대표인 오종훈 사장(SK에너지 대표 겸임) 대신 김 부사장이 이사회 의장 자리를 맡았다.



◇SK이노 자회사의 과제 '현금창출'

SK어스온과 SK엔텀은 다른 6곳의 SK이노베이션 비상장 자회사와는 조금 다른 위치에 있다. 박 사장이 이사회 의장으로 있는 4곳은 SK이노베이션의 현금창출원(SK에너지·SK엔무브)이자 그린 신사업(SK지오센트릭·SK온)의 중심에 선 회사다.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과 SK인천석유화학은 SK이노베이션의 기존 정유·석유화학 사업을 이끄는 곳이다.

SK어스온은 수익성을 올려가며 서서히 알짜 자회사로 커가는 곳이다. 2021년 석유개발(E&P) 사업부의 물적분할로 설립된 이 회사는 같은 시기 분할한 SK온에 밀려 시장 관심에서 멀어졌던 자회사다.

그러다 보유하던 중국 17/03 광구에서 지난해 9월 처음으로 원유를 뽑아내고, 올해 4월엔 일부 자산 매각(페루LNG 지분 20%, 3500억원)에도 성공하며 사업성과를 인정받기 시작했다. 보유한 광구에서 자원을 개발·생산하는 한편 투자자산 매각으로 확보한 재원을 재투자하는 등 분할 3년 만에 사업구조의 성장성을 입증한 셈이다.

보유한 재원을 활용한 배당을 통해 SK이노베이션에 현금을 올려보낼 수도 있다. SK에너지가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2020년(-1조6029억원)을 기록한 이후 SK이노베이션은 SK엔무브와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의 배당금을 통해 배당수익을 올려야 했다. 지난해 기준 SK이노베이션은 SK엔무브(3702억원),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8000억원), 대한송유관공사(153억원) 등으로부터 배당을 받아 1조1886억원의 배당금수익을 얻었다.

지속적인 현금유입과 이를 통한 자회사 지원이 필요한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서 투자 자회사의 현금창출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이다.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올해 새롭게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로 편입된 '막내' SK엔텀도 앞으로 사업 성과를 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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