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SK E&S 합병을 고려하는 데는 S&P글로벌로부터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된 이유도 있다. SK온이 차입금 절반을 해외에서 조달하고 있고 차입에는 SK이노베이션의 지급보증이 필수적인 가운데 SK이노베이션의 신용등급 하락이 SK온의 해외 조달능력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금창출력이 높은 SK E&S를 합병하면 해외 조달여력이 줄어도 자체 조달능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S&P글로벌은 지난 3월 SK이노베이션 신용등급을 기존 BBB-에서 BB+로 하향 조정했다. 신용등급 하향 조정의 이유로 높은 자본적지출(CAPEX)과 전기차 배터리 수요 둔화를 꼽았다. S&P글로벌은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 내년까지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자본적지출은 2026년 이후에는 크게 완화될 것이지만 향후 2년 동안은 영업현금흐름보다 현저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SK이노베이션의 신용등급은 SK온 자금조달에도 영향을 미친다. SK온과 SK온 일부 자회사의 차입금에 지급보증을 제공하고 있는 곳이 SK이노베이션이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1분기말 별도 기준 SK온에 1조2365억원, SK온의 미국 리튬전지 제조 자회사 SK배터리아메리카(SK Battery America, Inc.)에 7억5340만달러, SK배터리아메리카의 미국 리튬전지 제조 자회사 블루오벌SK(BlueOval SK, LLC)에 1억2500만달러 등 지급보증을 제공하고 있다.
이미 SK온과 SK온 일부 자회사는 해외에서 차입금을 조달하고 있다. SK온의 올해 1분기말 연결 기준 총차입금(리스부채 포함)은 19조496억원으로 이중 외화사채(2조7845억원)와 외화장기차입금(5조8340억원)의 합산 값의 비중이 약 절반(45.2%)을 차지하고 있다. 외화사채는 2021년부터 녹색채권(그린본드)을 발행하고 있으며 외화장기차입금의 경우 중국은행과 BOA(Bank of America) 등으로부터 차입을 일으켰다.
S&P글로벌의 SK이노베이션 신용등급 하향 조정은 SK온과 SK온 자회사의 해외 조달능력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크다. 이미 SK온은 차입금의 약 절반을 해외에서 조달하고 있으며 차입에는 SK이노베이션의 지급보증이 필수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SK이노베이션의 신용등급이 낮아지면 SK온은 해외에서 차입처를 구하기가 어려워진다. 구하더라도 위험 부담에 따라 높은 금리를 매겨줘야 한다.
SK온은 연결 기준으로 지난해 이자비용(리스부채 이자비용 포함)만 4739억원이 발생했다. 올해 1분기에도 1780억원이었다. 이자비용 충당의 재원이 되는 영업이익이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SK온 이자비용 증가는 유상증자 필요성을 키워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의 출자 부담으로 연결될 수 있다.
SK온이 올해 계획한 설비투자액만 7조5000억원으로 연초부터 블루오벌SK 등에서 유상증자가 잇따르고 있는 만큼 해외 조달능력이 하락할 경우 국내 조달능력을 키워야 한다. 근본적인 방법은 SK이노베이션의 현금창출력을 키우는 것이다. 이는 SK이노베이션에 SK E&S를 합병시키는 방안을 고려하는 요인이 됐다.
SK이노베이션이 SK E&S를 합병할 경우 해외 조달에 대한 의존을 줄이더라도 자체 조달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 SK E&S는 연결 기준으로 현금흐름의 근간이 되는 영업이익이 2022년 1조4191억원, 지난해 1조3317억원이었다. 도시가스 공급 자회사와 LNG 발전 자회사가 안정적으로 현금을 창출하고 있으며 이를 배당으로 꾸준히 끌어올리고 있는 덕분이다. 여기에 SK E&S가 올해 1분기말 연결 기준으로 보유한 3조2465억원의 현금성자산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