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가 고심 끝에 국내 공모 회사채 시장을 찾기로 결정했다. 정기 이슈어인 GS칼텍스는 올 상반기에는 보유 현금으로 채무를 상환하면서 회사채 시장 발행 계획을 좀체 세우지 않았다. 하지만 시장금리가 어느 정도 안정되었다고 판단, 자금을 조달하기로 했다.
올해 GS칼텍스의 곳간지기인 최고재무책임자(CFO)뿐 아니라 자금부문장 등이 변경되면서 예년보다 더욱 조달 시기를 신중하게 고른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외화채 조달을 적극적으로 진행해 왔지만 달러채 조달 금리가 비싸지면서 국내로 눈을 돌린 것으로 파악된다.
◇ 상반기에는 적극적인 현금상환, 7600억 상환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GS칼텍스는 오는 26일 공모채 발행을 진행할 예정이다. 오는 19일에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을 할 계획이고 만기를 3년물과 5년물로 나눠서 모집한다. 최대 2000억원까지 조달할 계획이다. 국내 공모채 시장은 2023년 3월 이후 1년 3개월 만에 찾는 것이다.
오는 8월 2019년 발행했던 1억달러 규모의 해외사채 상환 일정이 다가온다. 올해 1분기말 기준 해당 사채의 원화 환산 규모는 1289억원으로 집계된다. 금리는 미국무위험지표금리(SOFR)에 1.11%를 가산한 수준이었다. GS칼텍스는 공모채로 자금을 조달해 해당 채무를 상환할 것으로 보인다.
GS칼텍스는 국내외 회사채 시장을 꾸준히 찾는 정기 이슈어지만 올해만큼은 고민의 시간이 길었다. 상반기 갚아야 하는 채권 규모만 7600억원에 육박했던 만큼 충분히 자본시장에 나올 여지가 있었다. 하지만 차환발행없이 모두 보유 현금으로 상환했다.
올해 1월에는 2018년에 발행한 1억 스위스프랑(CHF) 채권의 상환 일정이 있었다. 6월에는 2019년 발행했던 3억 달러화 채권의 만기가 도래했다. 원화기준 각각 1527억원, 3868억원이었다. 또한 2019년 1월(1900억원)과 2021년 3월(300억원)에 발행한 국내 회사채의 상환 일정도 있었다.
IB업계 관계자는 "GS칼텍스의 경우 올해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재고평가이익 등이 늘어나면서 영업이익이 많이 증가했다"며 "보유 현금도 충분했던 만큼 채무상환에는 큰 문제가 없어서 채권시장에 등장할 이유가 많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 변화 컸던 재무실, 신중하게 타진한 시장성 조달
GS칼텍스가 올해 1~6월까지 76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상환한 뒤 공모채 시장에 다시 등장한 데에는 확 바뀐 재무라인 영향도 있었다. 지난해말 GS칼텍스 정기인사를 통해 CFO를 비롯한 주요 부문장을 새롭게 선임하면서 조달 시기가 다소 밀렸다고 해석할 수 있다.
신임 CFO는 최우진 전무로 GS칼텍스 내 미래전략부문장(상무), 전략기획부문장(전무)을 거쳐 지난해말 정기인사에서 재무실장으로 선임됐다. 그는 고려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했고 1997년 GS칼텍스에 입사한 뒤 회사의 전략 수립과 더불어 신사업까지 두루 경험한 인물이다.
현재 CFO가 이끄는 재무실 산하에는 자금부문, 회계부문, 세무부문, 전략구매부문 등이 있다. CFO 변경 시기와 비슷하게 백형선 상무가 회계부문장으로 우임경 상무가 자금부문장으로 이동하면서 조직 전반의 변화가 있었다. 이 때문에 여타 기업들이 활발하게 자금을 조달했던 연초에는 시장에 등장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국의 금리인하 움직임이 좀체 나오지 않으면서 달러채 발행보다는 국내 원화채 발행이 이자비용을 줄이는 데 더 낫다고 본 측면도 있다. S&P는 GS칼텍스의 신용등급 및 전망을 올해 초 상향 조정하면서 'BBB+, 안정적'으로 평가했다. 등급 상향에도 미국 기준금리는 5.5%로 절대 금리 수준이 높은 만큼 조달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와 더불어 원·달러 환율 역시 1300원대까지 상승한만큼 달러화 조달을 하게 되면 원화 환산 기준 차입금이 늘어난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2023년 차입금이 전년대비 1조원 넘게 감소했지만 금융비용은 600억원 가량 증가했다. 적극적으로 채무를 줄이고 있는 가운데 원화 조달이 보다 유리하다고 본 것이다.
앞선 관계자는 "GS칼텍스는 글로벌 채권 발행을 적극적으로 하지만 현재 미국 기준금리보다는 한국 금리가 낮은 만큼 원화채 시장을 활용할 여지가 생겼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 기준금리는 3.5%로 미국과의 금리 역전 폭은 역대 최대치인 2%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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