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의 재무구조에 큰 영향을 미친 가장 최근의 이벤트는 석유화학 올레핀 생산설비인 MFC(Mixed Feed Cracker) 설립이다. 2018년 MFC 공장을 세우겠다고 결정한 뒤 2조7000억원이라는 거금을 쏟았다. GS칼텍스에서는 보기 드문 대규모 투자였다.
2018년 이후 GS칼텍스의 총차입금은 매년 늘어났다. 투자를 위해 외부에서 자금을 끌어온 영향이다. MFC 가동이 시작된 2022년까지도 차입금이 불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조단위' 수익에도 투자·배당에 차입금 증가 GS칼텍스의 현금창출력은 우수한 수준이다. 투자가 시작된 2018년부터 살펴보면 코로나19의 여파로 정유사들이 기록적인 적자를 겪은 2020년을 제외하고는 GS칼텍스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매년 '조 단위'였다. 2018년과 2019년 EBITDA는 1조5000억원 이상이었고, 2021년 이후에는 규모가 한층 확대된 △2021년 2조8781억원 △2022년 4조8408억원 △2023년 2조6080억원으로 나타났다.
거의 매년 '조 단위' 현금을 영업활동에서만 창출한 셈인데도 2022년까지 총차입금 규모는 줄곧 늘어왔다. 정유사의 특성상 단기차입금에는 원유수입을 위한 무역금융인 유산스가 계상된다. 때문에 매출이 확대되는 시기에 차입금이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럽다. 단 GS칼텍스의 경우 유산스를 제외하고 봐도 차입금 증가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2018년 3조9038억원이었던 GS칼텍스의 총차입금은 매년 늘어나 2022년 말 6조9440억원이 됐다. 유산스를 제외한 차입금도 같은 추이를 보였다. 2018년 3조3163억원에서 매년 규모가 확대되며 2022년 말에는 6조원까지 올랐다.
견조한 현금창출력에도 차입금이 늘어난 것은 돈 나갈 곳이 많았기 때문이다. MFC 설립 등 투자로 자본적지출(CAPEX) 소요가 컸다. 2018년부터 2023년까지 GS칼텍스의 CAPEX 합계는 5조4582억원으로 계산됐다.
또 비상장사인 GS칼텍스는 당기순이익의 상당한 부분을 배당으로 지급해야 한다. GS칼텍스의 배당성향은 2018~2019년과 2021년에는 40%, 2022년에는 30%, 2023년에는 70%로 나타났다. 이 기간 GS칼텍스가 배당금으로 지출한 금액은 2조5739억원이다.
◇차입금 상환 나선 GS칼텍스 지난해에는 2018년 이후 5년만에 처음으로 총차입금이 감소하는 흐름을 보였다. 유산스를 제외하고 6조원에 달했던 총차입금 규모가 지난해 5조4366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차입을 늘려온 GS칼텍스가 차입 상환에 주력하는 모습이 뚜렷하게 감지됐다.
2022년 4조8408억원에 달하는 EBITDA를 기록하며 유입된 현금이 크게 늘어난 점이 차입금 감축을 가능하게 했다. 2019~2020년 1조원을 훌쩍 상회했던 CAPEX는 2022년에 접어들며 5000억원 미만으로 줄어든 상태다. 배당금이 증액되기는 했지만 영업활동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의 확대와 CAPEX의 감소로 회사에 '남는 돈'이 늘어났다.
실제 순영업활동현금흐름(NCF)에서 CAPEX와 배당 지급액을 차감하고 남는 잉여현금인 잉여현금흐름(FCF)은 2022년부터 양전환에 성공했다. 투자부담이 이어졌던 2020년과 2021년 GS칼텍스의 FCF는 마이너스(-)로 순유출 상태였다. GS칼텍스의 2022년 FCF는 3828억원, 2023년은 3974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유입된 현금을 상환 재원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상환 활동에 GS칼텍스의 재무구조는 더욱 안정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2018년 81.5%에서 2021년 111.4%까지 올랐던 GS칼텍스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81.9%로 다시 낮아졌다. 차입금의존도의 추이도 비슷하다. 2018년 20.1%에서 2021년 29.2%로 상승했던 차입금의존도는 2023년 말 24.6%로 하락했다. 대규모 투자가 시작되기 전의 재무체력을 회복하는 일이 눈앞에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