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GA(법인보험대리점)의 매출은 보험 판매로 원수보험사로부터 지급받는 수수료다. 보유 설계사들이 생명보험과와 손해보험 중 어떤 상품을 더욱 많이 판매했는지에 따라 매출 포트폴리오의 생·손보사 비중도 달라지는 것이다.
인카금융서비스는 매출 포트폴리오의 생·손보사 비중이 상위권 GA 평균에 가까운 반면 에이플러스에셋어드바이저(에이플러스에셋)는 생보사 수수료의 비중이 평균 대비 높은 수준이다. 양사 창업자의 출신 전적회사와 그에 따른 기반 인맥의 차이가 매출 비중을 통해 나타나는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 표준 인카금융서비스 vs 생보 강한 에이플러스에셋
GA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보유 설계사 수 기준 상위 10개 독립형 GA의 판매수수료 합계는 4조5469억원으로 집계됐다. 생보사 수수료가 1조5506억원으로 34.1%, 손보사 수수료가 2조9963억원으로 65.9%를 각각 차지해 생·손보사 비중이 1대 2에 가까웠다.
최근 몇 년 동안 독립형 GA의 생·손보사 판매수수료 비율은 지난해의 1대 2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보험업 침체가 더욱 치명적인 생보업계의 업황 침체가 GA채널의 수수료 비율로 나타나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상장 GA 2사를 살펴보면 독립형 GA 2위에 해당하는 인카금융서비스는 지난해 합산 판매수수료가 6450억원으로 집계됐으며 생보 수수료가 2195억원으로 34%, 손보 수수료가 4255억원으로 66%를 각각 기록했다. 상위 10개사 평균과 큰 차이가 없다.
반면 독립형 GA 10위의 에이플러스에셋은 2999억원의 판매수수료 중 생보가 1410억원의 47%, 손보가 1589억원의 53%로 비율이 1대 1에 가까울 정도로 생보의 비중이 높았다. 상위 10개사 중 생보 비중이 높기로는 아너스금융서비스에 이은 2위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을 판매하는 사람의 성향이 중요한 것이 보험업의 특성"이라며 "양사의 출발지점, 즉 창업자의 보유 전문성과 초기 인맥이 매출 비중에도 적지 않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카금융서비스의 창업자 최병채 공동대표이사 회장은 1988~2000년 현대해상에서 근무한 '손보 출신'이다. 최 회장과 함께 인카금융서비스를 설립한 천대권 공동대표이사 부회과 심두섭 영업부문총괄 사장, 김종명 개인부문 영업관리 전무 역시 현대해상에서 최 회장과 한솥밥을 먹은 사이다. 손보 분야의 영업 노하우와 설계사 인맥이 생보 대비 강력할 수밖에 없다.
반면 에이플러스에셋의 창업자 곽근호 총괄대표이사 회장은 삼성생명에서 1982~2007년까지 25년을 재직하며 상무에까지 오른 '생보 출신'이다. 심지어 곽 회장이 2007년 삼성생명을 나와 에이플러스에셋을 설립할 당시 삼성생명의 설계사들이 상당수 곽 회장을 따라 에이플러스에셋으로 이동하면서 초기 설계사 전문성도 생보 분야에 집중됐다.
한편 설립 당시의 설계사 이동 탓에 에이플러스에셋은 한동안 삼성생명과 관계가 좋지 않았다. 2019년에야 양사가 보험 판매 제휴를 맺으며 관계가 개선됐다. 에이플러스에셋은 21개 생보사와 판매 제휴를 맺고 있으며 삼성생명은 비교적 늦은 19번째 제휴사다.
◇손보·제3보험이 격전지, 상장 GA도 '인사 보강'
지난해 IFRS17 회계기준 도입으로 생보사들은 저축성보험보다 CSM(보험계약마진) 확보에 유리한 보장성보험에 집중하는 한편 생·손보 공통 영역인 '제3보험' 시장의 공략을 강화하는 중이다. 제3보험은 생·손보사 비중이 3대 7에 이를 정도로 손보업계가 강세를 보이는 시장이었던 만큼 이 분야의 영업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상장 GA 2사도 이에 대비해 외부 인력을 수혈하거나 전문성 보유자의 권한을 강화하는 등 대비했다. 제3보험이 손보 강세의 분야인 만큼 손보 출신 인사를 중용하는 모습이다. 먼저 인카금융서비스는 지난해 12월 인슈어테크 자회사 에인의 김태열 대표이사를 불러들여 마케팅지원부문총괄 부사장에 앉혔다.
김 부사장은 메리츠화재 출신으로 마케팅기획부장, 장기보험본부장 등을 거쳐 고객서비스본부장 상무보를 지내다 2012년 상무로 한화손해보험에 영입됐다. 이후 한화손보에서 장기보험본부장, 상품업무실장 등을 거쳐 고객시장혁신실장 전무를 지내다 2019년 1월 퇴임하고 에인 대표이사로 옮겼다.
에이플러스에셋은 앞서 3월 주주총회를 통해 황승목 부사장을 사장 승진과 함께 대표이사로 선입했다. 황 사장은 삼성화재 출신으로 경영기획부장, 대구경북사업부장 등을 거쳐 퇴직연금사업부장 상무를 지내다 에이플러스에셋으로 옮겨 2019년부터 상품전략팀장을 맡고 있다.
그동안 타 GA와 비교해 생보상품 판매에서 두각을 보여온 만큼 삼성화재 임원 출신의 황 사장을 통해 손보상품 판매도 균형 있게 강화해 나가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것이 에이플러스에셋 측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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