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상장 GA(법인보험대리점) 인카금융서비스와 에이플러스에셋은 성장 전략에서 상반된 모습을 보인다. 인카금융서비스는 보험 판매시장에서의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는 데 집중해 설계사 수를 빠르게 늘리는 중이다. 머지않아 독립형 GA 1위사에 오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실적 안정성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반면 에이플러스에셋어드바이저(에이플러스에셋)는 상조서비스, 헬스케어, 진단기기 등 라이프케어 전반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는 중이다. 보험업 전반의 침체를 신사업 발굴로 극복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인카금융서비스, 독립형 GA 규모 1위 '턱밑'
인카금융서비스는 2019년 말 기준 설계사 1만296명을 보유해 처음으로 1만명을 넘어섰다. 당시 설계사 1만명 이상을 보유한 독립형 GA는 1만5049명의 GA코리아와 1만3965명의 글로벌금융판매, 그리고 인카금융서비스 단 3곳뿐이었다. 이는 2023년 말 기준으로도 마찬가지다.
다만 4년 사이 3개 GA의 위치는 달라졌다. GA코리아는 현재도 독립형 GA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하지만 2019년 2위였던 글로벌금융판매는 3위로 내려앉고 인카금융서비스가 2위에 올랐다. 인카금융서비스는 2023년 말 보유 설계사 수가 1만4516명으로 GA코리아의 1만4708명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GA들의 설계사 스카우트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가운데 인카금융서비스는 최근 몇 년 동안 설계사 수가 순증가하는 중이다. 특히 2022년에는 1000명 이상, 지난해에는 2000명 이상의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향후 1~2년 안에 인카금융서비스가 GA코리아마저 제치고 최대 규모의 독립형 GA에 오를 것으로 바라본다.
매출 역시 막힘없이 성장하며 지난해에는 사상 처음으로 5000억원을 돌파해 5년 전인 2019년의 2474억원을 2배 이상 뛰어넘었다. 이 기간 순이익 역시 34억원에서 295억원으로 꾸준히 증가 중이다. 설계사 수가 곧 매출로 직결되는 GA시장에서 인카금융서비스는 규모의 경제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는 말이다.
IPO를 통한 자금조달이 이와 같은 성장세의 발판이라고 업계는 바라본다. 인카금융서비스는 2022년 2월 코넥스시장에서 코스닥시장으로 이전상장할 당시 신주 발행 공모를 통해 111억원을 조달했다. 이 중 63억원을 설계사 확보와 IT인프라 구축 등 운영자금으로 투입했다.
◇에이플러스에셋, 단일 GA보다 토털 라이프케어 그룹으로의 성장
인카금융서비스가 GA로서 규모에 집중하는 성장 전략을 지속하는 것과 달리 에이플러스에셋은 △상조서비스(에이플러스라이프) △부동산(에이플러스리얼티) △헬스케어(AAI헬스케어) △인슈어테크(파인랩) △진단기기(나노엔텍) 등 보험과 연계할 수 있는 방향의 신사업을 꾸준히 발굴하며 종속회사를 늘려가고 있다.
에이플러스에셋은 에이플러스라이프, 에이플러스리얼티, AAI헬스케어, 파인랩 등을 종속회사로 두고 있으며 다시 에이플러스라이프가 에이플러스효담라이프케어와 나노엔텍을, 에이플러스리얼티가 에이플러스모기지와 에이플러스부동산중개를 지배하고 있다. 에이플러스에셋이 에이플러스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셈이다.
앞서 5월 에이플러스에셋은 자회사 에이플러스라이프와 분할 소유하고 있던 진단기기회사 나노엔텍을 상대로 17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이를 통해 지분율을 기존 4.2%에서 20%까지 높이고 최대주주에 올랐다. 에이플러스그룹 전체의 나노엔텍 지분율은 40.2%다.
업계 관계자는 "에이플러스에셋은 보험판매에만 집중하기보다는 토털 라이프케어 그룹으로의 성장을 지향하는 곳"이라며 "최근 보험사들이 침체한 업황을 극복하기 위해 요양사업 등 보험과 연계한 신사업 발굴에 골몰하고 있는 상황에서 에이플러스에셋의 성장 전략이 이와 합치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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