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사람과 종이만 있으면 된다는 인지(人紙)산업 보험업에도 디지털의 열풍이 불고 있다. CM(사이버마케팅)이 중요한 영업채널로 급부상하고 있으며 CM 채널만을 통해 영업하는 ‘디지털 보험사’들도 나타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상품 개발이나 추천 등에도 소프트웨어(SW)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이른바 '인슈어테크'의 시대다.
상장 GA(법인보험대리점) 2사는 상반된 경영전략을 구사해 왔다. 인카금융서비스가 보험 영역에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는 데 집중하는 반면 에이플러스에셋어드바이저(에이플러스에셋)는 보험과 연계된 분야 전반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양사의 인슈어테크 전략에서도 같은 흐름이 나타난다. 인카금융서비스의 자회사 에인이 보험 분야의 서비스에 집중하는 반면 에이플러스에셋의 자회사 파인랩은 보험뿐만 아니라 헬스케어 등 라이프케어 전반에서 사업기회를 찾는 모습이다.
◇제휴 넓히는 에인, 인카금융 실적 기여도 시작
인카금융서비스는 2019년 소프트웨어 개발회사 에인을 설립했다. 에인은 자체 플랫폼 ‘원클릭다이렉트’를 통해 다이렉트 자동차보험 비교나 장기상품 비교추천 등 소비자들을 위한 서비스뿐만 아니라 설계사용 다이렉트보험 비교서비스 등 소속 설계사들을 위한 서비스도 출시하는 등 인카금융서비스의 보험영업에 다각도로 기여하고 있다.
보험 소프트웨어 개발 성과들을 축적하는 사이 보험시장에서 에인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는 중이다. 모회사 인카금융서비스뿐만 아니라 △현대해상 △KB손보 △DB손보 △한화손보 △흥국생명 △메리츠화재 △AXA손해보험 △하나손해보험 등 원수보험사들도 에인과 보험료 확인 등 소비자 서비스를 위한 제휴를 맺고 있다.
인카금융서비스는 최초 자동차보험 가격비교사이트에서 시작한 GA로 소프트웨어와 같은 디지털 기술을 보험에 접목시키는 데도 적극적이었다. 자사의 소프트웨어 개발을 맡기기 위해 에인을 설립했지만 IT 전문가가 아닌 한화손해보험 출신의 보험 전문가 김재열 전무(현 부사장)를 영입해 대표이사로 선임한 것도 이와 맞닿아 있다.
에인은 설립 이후 2021년까지 적자를 누적하며 한때 자본잠식에 빠지기도 했다. 이는 회사 설립 초기비용 때문이다. 2022년 손익분기점에 도달한 뒤 2023년에는 매출 17억5629만원, 순이익 2억6132억원을 내며 본격적으로 인카금융서비스 실적에 기여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이 10.1%에 불과할 정도로 재무구조도 안정적이다.
◇파인랩, 보험영업 넘어 전천후 IT회사로
에이플러스에셋 역시 소프트웨어 개발 자회사 파인랩을 보유하고 있다. 파인랩은 2013년 설립된 인터넷 쇼핑몰 '포유몰'이 모태로 2018년 에이플러스에셋이 지분 51%를 인수해 종속회사로 삼았다. 이 때 사명을 현재의 파인랩으로 변경하고 소프트웨어 개발회사로의 변신을 시작했다.
에이플러스에셋은 2020년 파인랩의 잔여 지분을 모두 인수해 100% 자회사로 삼았다. 파인랩이 연속 순손실을 마감하고 흑자로 돌아선 것도 이 때다. 이후 파인랩은 지난해 순손실 3억3252억원을 내는 등 흑자와 적자를 오가고 있지만 매출은 꺾임 없이 증가세를 이어오고 있다.
인카금융서비스가 GA로서 보험 영역에서의 성장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에이플러스에셋은 에이플러스라이프(상조서비스), AAI헬스케어(헬스케어), 나노엔텍(진단기기) 등 자회사를 늘려 가며 '토털 라이프케어' 기업집단으로서 성장 중이다.
파인랩 역시 이러한 전략적 방향에 맞춰 소프트웨어 개발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보험 분석 애플리케이션 '보플'을 개발해 에이플러스에셋의 영업을 보조할 뿐만 아니라 헬스케어 앱 '위플'을 통해 계열사 AAI헬스케어도 지원하고 있다.
파인랩이 외부 원수보험사에 제공한 서비스 역시 다양하다. 삼성생명과 하나손해보험의 공식 앱을 개발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라이나생명에 암케어 프로그램을, 롯데손해보험에 어린이 헬스케어 프로그램을 각각 제공했다. 심지어 기업용 메신저 '카카오워크'의 개발을 담당하는 등 보험을 넘어 일반 IT기업으로서의 성장까지 모색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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