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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회계 톺아보기

간판 바꾸고 역할 조정하고…한화오션, '씀씀이'도 커질까

지난해 762억 지출, 개발비 무형자산은 '0원'…HD현대중공업과 격차 아직 커

이호준 기자  2024-06-03 07:46:22

편집자주

기업들은 급변하는 사업 환경과 시장선도를 위해 상당한 비용을 연구개발(R&D)에 투입한다. 이 가운데 미래수익 창출 가능성이 인정된 부분은 자산으로, 그렇지 못한 부분은 비용, 수익창출 효과가 기대 이하인 부분은 손상 처리된다. 더벨은 R&D 지출 규모와 회계처리를 통해 기업의 연구개발 전략 및 성과를 들여다봤다.
한화오션이 한화그룹 품에 안긴 이후 확인되는 특징 가운데 하나가 연구개발(R&D) 조직의 변화다. 현재 한화오션은 R&D 조직의 간판을 교체하고 세부 기능과 과제를 정비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과거 매각 작업 탓에 HD현대중공업과 차이가 벌어진 R&D 투자에도 회사가 다시 힘을 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간판 바꾸고 세부 기능 조절…"임원 인사와는 관련 없어"

최근 한화오션 R&D 조직엔 크게 두 가지 변화가 생겼다. 먼저 R&D 조직의 핵심인 중앙연구원이 제품전략기술원으로 명칭을 바꾼 것이다. 중앙연구원은 대우조선해양 시절부터 운영돼 온 곳으로 11년 만에 간판을 바꿔 달게 됐다.

다른 하나는 새로운 조직의 신설이다. 제품전략기술원 내에 기술컨설팅센터를 신설해 5개 센터 체제로 확대했다. 기술컨설팅센터는 현장에서 발생하는 기술적인 문제들을 즉각적으로 해결해 주는 역할을 맡는다. 단순 연구 조직을 넘어 현장과 소통하며 공정 안정화에 기여하는 지원 조직으로서의 기능을 갖췄다고 보면 된다.

기존에 제품전략기술원 산하에 있던 4개의 센터에도 변화가 생겼다. 기본성능연구센터는 성능혁신연구센터로, 친환경에너지연구센터는 미래에너지연구센터로, 디지털솔루션연구센터는 스마트솔루션연구센터, 생산혁신연구센터는 제조혁신연구센터로 간판을 바꿔 달고 세부적인 연구 분야와 목적, 과제 등을 재편한 것이다.

달라진 연구 기능을 가장 잘 살펴볼 수 있는 곳은 스마트솔루션연구센터으로 보인다. 탈탄소 기술이 중요해진 만큼 지난해와 달리 올해부터 수소, 메탄올, 암모니아 등 친환경 연료 추진선과 함께 전기추진선 기술 개발을 핵심 연구 과제로 선정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기술컨설팅센터가 생기면서 현장에서 발생한 문제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됐다"며 "R&D 조직 변화는 임원 인사 등과 관련이 없다"고 했다.

◇HD현대중공업 격차 아직 커…R&D 투자 다시 힘 낼까

일각에서는 한화오션의 R&D 투자도 다시 힘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하고 있다. 한화오션의 지난해 R&D 비용은 762억원이다. HD현대중공업과 비교해 400억원 정도가 적다. 원래 양사의 우위는 100억원 이내였으나 2022년부터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HD현대중공업의 경우 지난해 개발비 무형자산화 규모가 300억원에 달했다. 한화오션은 0원이다. 이는 HD현대중공업은 연구개발 프로젝트 중 경제적 효익을 가져다줄 가능성이 큰 프로젝트가 300억원에 달한 반면 한화오션은 아무것도 없었단 얘기다.

(단위:백만원, 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한화오션의 R&D가 HD현대중공업에 비해 양적, 질적 측면 모두에서 밀리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이 격차는 회사가 과거 경영난과 매각 프로젝트 속에 R&D 투자에 적극 나설 경영적 여건이 마련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차이일 수 있다.

한화그룹 산하에서 안정을 찾은 만큼 지출 '의지'는 한껏 드러낸 상태다. 실제로 한화오션은 지난해 약 2조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면서 이 가운데 약 6000억원을 액화천연가스(LNG), 메탄올 선박을 겨냥한 '친환경 추진 시스템' 개발에 쓰겠다고 밝혔다.

벌써 성과도 여럿 내놓고 있다. 한화오션은 올해 세계 최초로 무탄소 LNG 운반선 기본 인증 획득에 성공했다. 또한 가상현실(VR)을 이용한 선박 블라스팅 교육 및 특수차량 시뮬레이터를 개발하는 등 기술 혁신에 속도가 붙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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