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인도법인이 이르면 다음 달 기업공개(IPO)를 위한 예비 서류를 현지 당국에 제출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시장과 업계는 상장 몸값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이 숫자가 단지 현대차의 한 해외법인이 아닌 현대차그룹 전체의 글로벌 위상을 확인하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글로벌 위상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
인도는 중국과 미국에 이은 글로벌 3위 자동차시장이다. 지난해에만 약 500만대의 자동차가 팔렸다. 극심한 빈부격차로 구매층은 제한적이지만 14억명을 넘는 인구가 판매 대수를 탄탄하게 받치고 있다.
인도에겐 '앞으로가 더 좋을 것'이란 기대도 많다. 정부의 친환경 정책 의지가 강력하기 때문이다. 인도 정부는 전기차 판매 비중을 2030년까지 전체의 30%로 확대하기로 하고 세제 지원 및 인프라 확대 등에 힘쓰는 중이다.
대신 그만큼 시장 쟁탈 경쟁도 치열하다. 일단 인도 자동차시장 2위 자리를 두고 현대차와 타타모터스 간 순위 다툼이 진행 중이다. 친환경차 시장 비중은 아직 2% 수준이지만 BYD부터 볼보까지 완성차 메이커들이 난립하는 상황이다.
시장과 업계에선 해외 투자자들이 현대차 인도법인에 얼마만큼의 가치를 매기느냐에 이목이 쏠린다. 이번 상장이 현대차 인도법인의 입지는 물론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로서 현대차그룹의 위상을 보여줄 수 있는 중요한 시금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 인도법인이 높은 상장 밸류를 인정받으면 인도 공략에도 더욱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현지 경쟁력을 충분히 인정받은 것인 만큼 현대차는 지속적인 자체 조달로 생산라인 증설과 전동화 전환 투자를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이미지도 강화할 수 있다. 이렇게 확보한 신뢰는 현대차그룹이 중국, 러시아 대신 동남아시아와 남미 등 다른 신흥 지역으로 글로벌 판매 전략을 재편하는 과정에 있어 탄탄한 판매 기반이 될 수 있단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본사 도움 없이 자체 조달이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상장 시도 자체도 현대차에게 나쁠 게 없는 상황"이라며 "자회사 상장은 글로벌 시장 내 여러 도전과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도 외부에 과시하는 것"이라고 했다.
◇스스로 '최대어'로 분류…긍정적인 인도 증시도 한몫
이미 스스로를 '최대어'로 분류해 뒀을 만큼 현대차의 자신감은 충만하다. 로이터통신 등은 올 초 현대차가 인도법인 IPO로 25억달러(3조4500억원)에서 30억달러(약 4조1500억원)를 조달할 계획을 세웠다고 전한 바 있다. 이는 인도 국영 보험사인 LIC(인도생명보험공사)가 IPO로 27억달러를 조달한 2년 전 최대 기록을 깨는 수준이다.
현대차가 자신감을 보인 배경에는 인도 증시의 특징이 한 몫했단 평가다. 인도 증시는 다국적 회사에 대한 투자가 후하다. 지난해 인도 증시 시가총액 9위는 영국 대기업 유니레버의 인도 자회사 '힌두스탄 유니레버(약 92조원)'다. 이밖에 '마루티 스즈키', '네슬레 인디아', '지멘스 인디아' 등도 시가총액 기준 상위권에 있다.
지난해 주가순자산비율(PBR, 27.6), 주가수익비율(PER, 4.4)은 신흥국 평균 대비 약 2배 수준을 기록했다. PER의 경우 미국(24.6)과 비슷한 수준이며 PBR은 우리나라(1.0)보다 4배 더 높았다. 유망한 지표가 여럿 보이는 만큼 글로벌 투자 자금이 인도 증시로 향할 확률이 높다.
또 인도 증시는 지난해 신규 상장 기업이 90곳, IPO로 조달한 자금 조달 총액은 전 세계 3위에 달했다. 시장은 올해도 탈중국 자금이 인도 증시로 유입되고 인도 내수시장의 성숙도도 증가할 것으로 보여 주가 역시 긍정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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