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를 블루오션이라고만 볼 수 있을까. 신흥 강국임은 분명하지만 인도는 진입 장벽과 개별 산업의 특수성 등을 들여다보면 접근이 쉽다고만 볼 수 없는 곳이다.
인도의 산업 정책이 '자립 인도(Atmanirbhar Bharat)'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나온 자국 중심의 수출입 장벽과 까다로운 조세 제도 등은 외국 기업들에게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부족한 인프라와 더딘 일처리 등 추가로 볼 만한 문제도 더 있다.
◇진출 장벽 높아…대부분이 택하는 '합작사 혹은 M&A'
이 때문에 인도엔 동종 업체와 손을 잡고 현지 영향력을 키워 나가는 외국 기업들이 거의 대부분이다. 일본 완성차 기업 스즈키가 대표적 사례다. 스즈키는 1982년 인도 국영기업 마루티와 '마루티 스즈키'라는 현지 합작사를 세웠다. 처음 확보한 지분율은 26%였지만 이후 점차적으로 늘려 1997년엔 지분율이 과반(54.2%) 이상으로 높아졌다.
마루티 스즈키는 이후 현지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공고히 했고 2003년엔 상장까지 했다. 당시 마루티 스즈키가 기업공개(IPO)로 조달한 자금은 약 2억달러(약 2748억원)였다. 다만 오늘날 이 회사 시가총액은 약 482억달러(약 66조원)로, 시장에서 인도 최대 완성차 회사라는 지위를 인정받고 큰 성장을 이룬 상태다.
합작사가 아니라도 인도 현지 업체를 활용하는 다른 방식도 있다. 인수합병(M&A)을 통해 단숨에 고객 및 네트워크를 빠르게 확보하는 것이다. 가장 가까운 사례로 꼽히는 것이 CJ대한통운이다. CJ대한통운은 2017년 인도 물류 시장 개척을 위해 현지 물류회사인 'CJ다슬(옛 다슬 로지스틱스)'의 지분 50%를 약 57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홀로 해낸 현대차…상장 배경엔 인지도 및 경험 깔려
인도 진출을 계획하는 외국 기업들은 여전히 많다. 올해만 해도 일본 종합상사 미쓰비시상사와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각각 인도 TVS그룹, 릴라이언스 등과 합작사를 세웠다거나 관련 협력을 진행 중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그런 점에서 현대차의 사례는 눈길을 끈다. 현대차는 인도에서 홀로 해냈다. 1996년 100% 자회사인 인도법인을 설립했고 1998년 타밀나두주 첸나이에 1공장, 2008년 2공장을 세웠다. 저가 모델이 주류를 구성한 현지 특성을 고려해 상트로와 엑센트,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크레타, 소형 해치백 i10, i20 등을 주력으로 생산·판매했다.
사업장 인근의 지역 주민과 공생하기 위한 각종 사업도 추진했다. 첸나이 공장 인근 황무지를 '현대 그린벨트'로 정하고 실업 주민들을 '숲 관리자'로 고용했다. 매해 첸나이 지역의 200가구를 선정해 이들 가정의 여성들에게 일자리도 제공했다.
현지화 전략은 결과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현대차 인도법인은 2000년 이후부터 마루티 스즈키에 이어 시장 점유율 2위 업체로 부상했다. 또 타밀나두주와의 관계도 원활하게 가져가며 주 정부와 주민들의 반발 없이 현지 시설투자를 차질없이 이행하고 있다.
최근 현대차는 인도법인의 상장까지 추진하고 있다. 오랜 시간 인도에서 인지도와 경험을 쌓아 온 만큼 이번 상장 결정엔 현지 투자자를 대거 유입할 수 있단 자신감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현대차 인도법인은 향후 10년간 2000억루피(약 3조2400억원)를 투자해 첸나이 공장에 약 10만대 생산 설비를 증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인도 증시 전문가는 "인도 시장은 값싼 인건비와 산업화 여지 등의 단순한 논리만으로 접근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다"라며 "현대차가 타밀나두주의 고용과 내수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자신 있게 현지 상장을 추진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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