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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요금제' SKB, 가입자 지키고 ARPU 높이고

둔화된 유료방송 매출 성장세에 반전 기대, SKT도 '협업 서비스' 여지

최현서 기자  2024-05-29 15:51:11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와 결합한 요금제를 출시한다. 망 사용료로 소송전을 벌이던 양측이 지난해 9월 갈등을 끝내고 첫 협력 사례를 내놓게 됐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와 결합 상품이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을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SK브로드밴드의 모회사인 SKT와 넷플릭스의 협업 서비스 출시 가능성도 한층 높아졌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를 이용할 수 있는 인터넷TV(IPTV) 요금제를 곧 선보인다. SK브로드밴드의 주력 요금제로 분류되는 △Btv 올(ALL) △Btv 스탠다드에 넷플릭스 이용권을 결합한 형태로 알려졌다.

양사는 애초 갈등의 골이 깊었다. 2019년 11월 SK브로드밴드는 방송통신위원회에 넷플릭스와의 망 이용료 협상을 중재해달라고 신청했다. 같은 해 12월 넷플릭스는 방통위에 이견서를 제출했지만 2020년 4월 넷플릭스가 중재를 거부했다. 넷플릭스는 곧바로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채무 부존재 확인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2021년 6월 1심 재판부는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에 망 이용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넷플릭스는 곧바로 항소했고 2심에서는 망 이용료를 계산하기 위한 기관을 선정하자는 논의가 이뤄졌다. 3년 넘는 기간동안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 이용자를 유인할 수 없었다. 이후 지난해 9월 양사 모두 소송을 취하하면서 화해 무드에 들어갔다. 고소를 취하한 이유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양사의 이번 협업을 통해 그 배경을 유추할 수 있게 됐다.

SK브로드밴드는 경쟁사인 KT와 LG유플러스의 IPTV 서비스에 비해 OTT 콘텐츠 경쟁력이 부족했다. KT와 LG유플러스는 각각 2020년, 2018년에 넷플릭스 결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대신 SK브로드밴드는 자체 OTT 플랫폼인 '오션'을 제공하고 있었는데 폐쇄성이 강해 다른 OTT와의 연계가 부족했다. 이로 인해 OTT별로 제공하는 오리지널 콘텐츠 시청을 하기가 어려웠다.

넷플릭스 입장에서도 SK브로드밴드와의 협업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넷플릭스는 2014년 미국의 AT&T, 버라이즌 등의 4대 통신사와 망 이용료를 지불하겠다는 계약을 체결했다. 사법부의 판단을 받는 경우는 전세계적으로 SK브로드밴드와의 소송이 처음이었다. 해당 사건에서 패소할 경우 다른 해외 통신사들에게도 망 이용료를 내야 하는 선례를 남길 수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재판 당시 망 이용료로 1000억원 이상의 비용을 내야 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던 만큼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상황이 불리했다"며 "SK브로드밴드도 이런 점을 고려해 넷플릭스와의 가격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SK브로드밴드는 이번 결합 요금제 출시를 통해 코드커팅(구독 해지) 현상으로 인한 성장세 둔화를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021년 유료방송 매출은 1조8360억원로 전년 대비 11.3% 늘었다. 이후 2022년 1조8830억원, 지난해 1조9060억원 매출을 기록하며 성장세가 꺾인 모습을 보였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 때문에 SK브로드밴드 가입자가 늘어난다기보단 가입자의 유지 기한을 더 늘릴 수 있다는 것에 의의를 뒀을 가능성이 있다"며 "IPTV 시장이 레드오션이 된 만큼 ARPU의 성장이 중요해졌기 때문에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를 활용한 사업 전략을 짤 것"이라고 말했다.

SK브로드밴드의 모회사인 SKT의 넷플릭스 협업 서비스가 조만간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SKT 관계자는 "모바일·IPTV와 결합한 넷플릭스 번들(묶음) 상품을 출시하고 구독 플랫폼 'T우주'에도 결합 상품을 선보이며 광고형 요금제 관련 상품도 내놓을 계획"이라며 "대화형 사용자 경험(UX) 등 인공지능(AI) 기술과 관련해서도 협력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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