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는 경영진의 활동을 감시·감독하는 한편 회사의 리스크 요인을 모니터링하고 그에 대한 적절한 조언을 제공한다. 더 나아가 양질의 이사회는 조직이 전략을 개발하고 실행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한다. 이사회가 어떤 인물들로 구성돼 있는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훌륭한 이사회는 그 자체로도 회사의 강력한 내부통제가 된다.
쿠팡은 이에 기반한 이사회 구성 정책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회사에 올바른 감독과 지침을 제공할 수 있는 지식과 경험을 충분히 갖춘 인물들로만 이사회를 꾸렸다.
◇업계 최고 전문성 보유한 이사진, 그 자체로 훌륭한 '내부통제' 장치 “쿠팡은 효과적인 이사회는 반드시 다양한 지식과 시각을 적절히 제공할 수 있는 개인들로 구성돼야 한다고 믿는다. 이사회는 우리의 전략 및 운영을 지도·감독할 수 있는 폭넓은 능력과 전문성, 선구안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돼야 한다.”
이는 쿠팡 연차보고서에 담긴 이사회 구성 지침이다. 쿠팡은 이사를 뽑을 때 독립성, 정직성, 윤리성 등 미국 NYSE가 요구하는 기본적인 지배구조상 지침 외에도 경영진의 정책을 조언하고 제어하며 균형을 잡아줄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는지를 검토한다.
쿠팡의 이사회와 지배구조위원회는 새 이사 선임시 구체적으로 △경영진에게 조언과 지도를 제공할 수 있는 관련 전문 지식 보유 △회사 사업에 충분한 시간을 할애할 수 있는지 여부 △해당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보여주는지 여부 △건전한 비즈니스 판단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여부 등을 고려한다. 해당 세부 지침들은 쿠팡 이사회 구성의 질을 높이는 수단으로 작용해왔다.
업계 최고의 전문성을 갖춘 각각의 이사진은 그 자체로도 회사의 훌륭한 내부통제 수단이 된다. 경영진이 간과하는 리스크 요인을 적절한 시기에 지적할 수도 있고 잘못된 비즈니스적 판단에 대한 조언을 할 수도 있다. 조직의 전반적인 방향과 전략적 우선순위에 대한 지침을 제공하기도 한다. 쿠팡은 미국의 거물급 금융·경제 전문가들을 잇달아 이사진에 합류시키면서 회사의 장기적 성장을 도모해왔다.
◇업계서 '탁월한 업적' 보유한 쿠팡 사외이사진 면면은… 쿠팡의 사외이사진은 전부 중량감 있는 인사들로 구성됐다. 쿠팡 경영진이 비즈니스 계획을 실행하면서 직면하는 수많은 위험을 평가·관리해야하는 만큼 여러 업권에 걸친 다양한 인물들로 포진해있다.
선임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닐 메타(Neil Mehta)는 쿠팡의 초기 투자자로 잘 알려져있는 그린옥스캐피탈의 수장이다. 그린옥스캐피탈은 샌프란시스코 기반의 글로벌테크 섹터 전문 투자사로 위기의 순간마다 쿠팡의 숨은 조력자 역할을 마다하지 않은 곳이다.
닐 메타는 홍콩 투자회사인 오리엔트 프라퍼티그룹(orient property group)에서 인도, 중동 등 아시아 지역의 투자를 담당했고 대체투자 회사인 케인 앤더슨 캐피탈 어드바이저(KACA)에서 기술분야의 비상장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담당했다.
실리콘밸리의 '큰 손'으로 불리는 그는 다국적 음식 배달 플랫폼 딜리버루(Deliveroo), 미국 주식 및 암호화폐 거래 플랫폼 로빈후드(Robinhood),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를 레스토랑에 제공하는 토스트(Toast), 숙박공유 플랫폼 손더(Sonder), 기업전문여행사 트립액션스(TripActions·현재의 Navan) 등 알짜회사에 투자하는 선구안을 지녀 2022년 포브스가 선정하는 마다스 리스트(midas list)에 오르기도 했다. 마다스 리스트는 미국 VC와 사모업계서 1년동안 가장 좋은 실적을 올린 선수들을 꼽은 명단이다.
제이슨 차일드(Jason Child)는 직업이 CFO라 해도 과언이 아닌 인사로, 30년 간의 글로벌 재무통 경력을 자랑한다. 특히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Amazon)의 재무이사로 활동한 이력이 쿠팡 합류 당시 큰 이목을 끌었다. 2021년 쿠팡의 사상 최대 적자의 기로에서 2022년 이사회에 합류한 그는 쿠팡이 2023년 흑자전환이란 목표에 다가갈 수 있도록 지침을 제공해준 인물로 꼽힌다.
과거 그의 손길이 닿는 곳마다 매출 신장이 일어난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아마존에서 CFO로 근무했던 1999년~2010년 사이 아마존의 매출은 9억달러에서 500억달러 이상으로 성장했다. 미국 소셜커머스기업 그루폰(Groupon)의 CFO로서는 2010년 7억5000만달러의 매출을 2014년 76억달러로 성장하는 과정을 이끌었다. 이 밖의 부동산온라인업체 오픈도어(Opendoor), 빅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 제조업체 스플렁크(Splunk), 스마트밴드 등 웨어러블 제조업체 조본(Jawbone) 등의 CFO를 역임했다. 현재는 소프트뱅크 자회사이자 손정의 회장의 기사회생을 도운 반도체 설계기업 암(Arm)의 CFO로 있다.
1996년생으로 이사회 멤버 중 젊은피로 불리는 페드로 프란체스키(Pedro Franceschi)는 미국 핀테크 스타트업 ‘브렉스(Brex)’의 창업자다. 설립 5년 만에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핀테크 스타트업이라는 평가를 받은 곳이다.
브라질 출생의 그는 Brex를 출시하기 전에 결제처리 시스템 제조사인 파가.미(Pagar.me)를 공동창립했는데 브라질 최대 결제회사인 스톤코(StoneCo Ltd.)가 이를 인수해 큰 이목을 끌었다. 12세 때 이미 애플(Apple) 시리(Siri)의 포르투갈어 버전 소프트웨어를 최초로 만들었고 14세 때는 사용자가 여러 애플리케이션을 동시에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Apple iPad(아이패드)용 관리자를 만들었다. 젊은 테크전문가인 만큼 쿠팡의 혁신적 서비스 제공을 위한 지침을 제공해주는 역할로 기대받았다.
2010년 7월부터 쿠팡 이사회에 재직한 벤자민 선(Benjamin Sun)은 가장 오랜 이사회 멤버다. 그는 벤처캐피탈 펀드인 프라이머리벤처파트너스(Primary Venture Partners)의 무한책임 파트너이자 공동창립자다. 프라이머리벤처파트너스는 쿠팡의 초기 자금을 제공한 투자자다. 벤자민 선은 메릴린치(Merrill Lynch)에서 투자은행 업무로 금융 경력을 시작했다. 1996년 10월부터 2008년 12월까지 온라인 출판업체인 커뮤니티 커넥트(Community Connect Inc.)의 CEO를 역임한 바 있다. 2010년엔 투자업체 론치타임(LaunchTime)을 공동창립했고 현재도 파트너로 활동하고 있다.
엠버린 투바시(Ambereen Toubassy)는 2023년 3월부터 쿠팡 이사회에 들어왔다. 미국 클라우드서비스업체 에어테이블(Airtable)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으로, 투자은행 골드막삭스 등에서 일한 재무전문가다. 2017년부터 2018년까지 미디어 및 기술 지주 회사인 윈드코(WndrCo)의 CFO로 근무했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는 미국 콘텐츠 제작회사 퀴비(QUIBI) CFO를 맡았는데 당시 7억5000만 달러 투자 유치의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2023년 쿠팡이 흑자전환 기조를 유지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을 때 영입된 재무전문가다.
케빈 워시(Kevin warsh)는 쿠팡의 유일한 관료 출신 사외이사로 평가된다 2002년부터 2006년까지 대통령 경제 정책 특별 보좌관 및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사무총장을 역임했고 2006년부터 2011년까지 미국 중앙은행(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위원을 역임했다. 2006년 부시 대통령이 그를 연준 이사회 위원으로 지목했을 때 그의 나이는 고작 35세로, 이는 연준 역사상 최연소 임명이었다.
케빈 워시는 2007~2008년 세계적 금융위기를 헤쳐나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당시 연준 이사회 의장이었던 벤 버냉키(Ben Bernanke)는 케빈 워시를 놓고 "월스트리트와 정치적 인맥, 금융에 해박한 지식을 갖춘 케빈 워시는 수많은 연준 회의에서 나의 든든한 동반자였다”고 소회하기도 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가 2024년에 재선될 경우 트럼프가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으로 지명할 최종 후보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 금융 관련 경력도 주목할 만하다. 케빈 워시는 세계에서 가장 큰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인수합병 부서에서 부사장 겸 전무이사로 활동했다. 경제적 혜안이 폭넓은 그는 쿠팡에서 미시거시적 경제 리스크와 규제 리스크 등에 대한 조언자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