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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부는 기업을, 기업은 기업집단을 이룬다. 기업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영위하는 사업의 영역도 넓어진다. 기업집단 내 계열사들의 관계와 재무적 연관성도 보다 복잡해진다. THE CFO는 기업집단의 지주사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들을 재무적으로 분석하고, 각 기업집단의 재무 키맨들을 조명한다.
지대공 미사일 '천궁' 등으로 입지를 다진 방위산업체 LIG넥스원이 '투자'에 적극 나서기 시작했다. 해외 로봇 제조사 인수를 추진하고 신규 공장을 조성하는 로드맵도 세웠다. 올해와 내년에 걸쳐 2년간 인수·합병(M&A)과 시설 신·증축에 최소 6500억원을 집행한다.
자신감의 원천은 '이익 신장'과 '추가차입여력 확대'에서 나왔다. 한국산 무기 수요가 늘면서 수주가 급증했고 영업활동현금흐름 유입분 증대로 이어졌다. 보유 현금이 2년새 1000억원에서 5000억원까지 불어난 배경이다. 20%를 웃돌던 차입금 의존도가 8년 만에 10%선 아래로 내려가면서 재무구조 훼손 없이 외부에서 조달할 여유도 생겼다.
◇해외기업 인수, 연구·제조시설 확충 '투트랙' LIG넥스원이 올해 들어 2025년까지 기업 인수·합병(M&A)과 시설 조성에 투자하는 금액은 최소 6500억원이다. 2019년 이래 지난해까지 5년간 집행한 자본적 지출(CAPEX) 총액 3769억원과 견줘보면 72.5%(2731억원) 많은 금액이다. 최근 5년간 지분 투자 역시 2020년 콜옵션을 행사해 이동통신 시험장비 제조사 이노와이어리스 주식 111만5327주(16.55%)를 331억원에 취득한 사례가 유일했다.
M&A를 살피면 로봇 양산에 특화된 미국 기업 고스트로보틱스(Ghost Robotics) 인수 계획이 단연 돋보인다. 2015년에 설립된 고스트로보틱스는 수색·경비·운반 용도로 쓰이는 4족보행로봇 '비전60'을 개발해 미군과 영국군에 공급하는 성과를 얻었다. 연간 매출이 4000만달러(550억원)를 시현하는 만큼 미래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과 해외 방산시장 입지 확대에 기여할 수 있겠다는 기대가 반영됐다.
특수목적법인(SPC) 'LNGR'을 설립한 뒤 2억4000만달러(3150억원)를 들여 고스트로보틱스 주식 60%를 사들이는 내용이 골자다. LIG넥스원은 LNGR이 발행한 교환사채(EB)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고스트로보틱스 지분을 취득하게 된다. LIG넥스원이 인수대금의 60%인 1877억원을 부담하고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가 1260억원을 책임진다. 거래는 오는 6월 말에 종결될 예정이다.
LIG넥스원의 투자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달에는 경기 성남 시흥동에 자리잡은 세종연구소 부지를 매입했다. 5만7210㎡(1만7306평) 면적으로 3000억원을 투입키로 했다. 경영진은 여기에 연구·개발(R&D) 거점과 사무용 건물을 짓는 구상을 그렸다.
제조시설 확충도 한층 탄력을 받았다. 2025년 5월까지 493억원을 집행해 대전 유성구 죽동에 있는 연구소 '대전하우스'에 위성·레이더 체계조립동을 건립한다. 특히 최근에는 경북 구미 사업장 근처 4만7000㎡(1만4218평) 규모 부지도 사들였다. 내년까지 1100억원을 투자해 새로운 생산·업무시설을 구축하는데 방점을 찍었다.
◇2년새 가용자금 5배↑, 차입금의존도 8년만에 가장 낮아 LIG넥스원이 적극적인 투자 기조를 채택한 건 가용 자금이 넉넉해진 배경과 맞닿아 있다.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 등을 더한 금액이 지난해 말 연결기준으로 4678억원을 기록했는데 2021년 말 924억원과 견줘보면 5배 넘게 급증했다. 2004년 LIG그룹이 LG이노텍 시스템사업부를 인수해 회사를 설립한 이래 가장 많은 규모다.
매출과 이익이 계속 늘어나면서 유동성 확충에 한몫 했다. 지난해 매출은 2조3089억원으로 집계돼 2년 연속으로 2조원을 넘기는 성과를 실현했다. 영업이익률도 2022년에 이어 작년에 연달아 8%를 돌파했다. 순이익률 역시 △2019년 0.2% △2021년 5.8% △2023년 7.6%로 우상향 추세를 드러냈다.
무기 수주가 늘면서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증대됐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1000억원대 유입에 그쳤으나 2022년과 2023년에 잇달아 4000억원을 웃돌았다. 발주처에서 미리 받는 '선수금'이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2021년에는 계약부채 감소로 615억원의 현금 유출을 초래했으나 이후 선수금이 늘며 2022년 4764억원, 2023년 5124억원 유입으로 달라진 대목이 방증한다.
현금 유입에 힘입어 레버리지 지표를 개선한 점은 LIG넥스원 투자 활동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작년 말 차입금의존도는 6.6%로 2015년 말(3.2%) 이래 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순차입금은 마이너스(-) 2157억원으로 창사 이래 첫 순현금 상태를 시현했다. 대규모 자금 소요에 대응해 외부에서 조달하더라도 재무구조를 훼손할 위험이 과거와 달리 적어졌다.
최고재무책임자(CFO) 홍길준 경영관리본부장이 부임한지 3년 만에 일궈낸 결실이다. 홍 본부장은 과거 LG화재(현 KB손해보험)와 LIG생명 등 그룹 계열 금융사에서 경력을 쌓았다. LIG넥스원에서는 경영기획실장을 거쳐 2020년 경영관리본부장으로 취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