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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집단 톺아보기

지주사 'LIG' 주식 가진 KCGI의 선택지는

②PEF로 지분 25% 확보, 오너일가 자금마련 일조…강성부 대표 "장기보유 의향"

박동우 기자  2024-04-30 15:39:33

편집자주

사업부는 기업을, 기업은 기업집단을 이룬다. 기업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영위하는 사업의 영역도 넓어진다. 기업집단 내 계열사들의 관계와 재무적 연관성도 보다 복잡해진다. THE CFO는 기업집단의 지주사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들을 재무적으로 분석하고, 각 기업집단의 재무 키맨들을 조명한다.
LIG그룹의 비상장 지주사 LIG 주주 면면을 보면 행동주의펀드 'KCGI'가 눈길을 끈다. 2022년에 사모투자펀드(PEF)를 통해 1000억원을 투입해 지분 25%를 확보했다. 이를 통해 그룹 오너 일가가 자금을 확보하는데 일조했다.

LIG그룹과 KCGI의 오랜 협력관계가 배경으로 작용했다. 강성부 KCGI 대표는 그룹 계열 운용사 LK투자파트너스 수장을 지낸 인물로 LIG넥스원이 코스닥 상장사 이노와이어리스를 인수하는 국면에서도 도움을 줬다. 강 대표는 더벨과의 통화에서 "PEF만기가 끝난 뒤에도 지주사 LIG 지분을 장기 보유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1000억 구주 거래, LK투자파트너스로 맺어진 인연

지주회사 LIG의 주주 구성을 살피면 지분 41.2%(2010만5999주)를 보유한 구본상 회장과 26.2%(1278만266주)의 지분율을 갖춘 구본엽 부회장 등 창업주 일가 외에도 사모투자펀드(PEF)가 눈길을 끈다. 'KCGI LIG ESG 사모투자합자회사'로 전체 주식의 25%(1220만9555주)를 소유했다.


KCGI LIG ESG 사모투자합자회사는 2021년 12월에 결성한 PEF로 약정총액은 1002억원이다. 엠캐피탈(50억원) 등이 출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운용사 KCGI가 부담한 출자금(GP커밋)은 2억원이다. KCGI는 2022년에 PEF 자금 1000억원을 들여 구본상·구본엽 형제가 보유한 LIG 주식을 인수했다.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3년 후 드래그얼롱(동반매도청구권)과 콜옵션(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 가능하다는 조항도 삽입했다.

당시 LIG그룹 오너 일가는 보유 지분을 KCGI로 넘기면서 막대한 현금을 확보했다. LIG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를 4000억원으로 책정하고 주당 8190원 수준에 거래가 이뤄졌는데 구본상 회장이 732만5733주(15%)를 처분해 600억원을 획득했다. 구본엽 부회장 역시 488만3822주(10%)를 팔아 400억원을 얻었다.

구주 거래가 이뤄진 시기는 2022년 1월로 구 회장과 구 부회장을 둘러싼 서울중앙지법 선고공판이 열리기 한달 전이었다. 2015년 경영권 승계 국면에서 주식을 매매하며 증여세, 양도소득세 등 1329억원을 포탈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만큼 장래에 추징금이 부과될 가능성을 살피는 상황이었다. 다만 두 사람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고 현재는 항소심이 이어지고 있다.

KCGI가 LIG그룹 창업주 일가의 자금 마련에 도움을 준 데는 두 회사의 인연이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 강성부 KCGI 대표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LK투자파트너스 대표를 역임한 이력을 갖췄다. 범LG가문 3세이자 고 구자성 전 LG건설 사장의 아들 구본욱 LK삼양 대표가 차린 PEF 운용사 LK투자파트너스는 과거 LIG그룹 산하에 편제돼 있었으나 2022년에 계열 분리됐다.

◇이노와이어리스 인수 공조, 강 대표 "그룹 사업 다각화 기여할 것"

지주사 주식을 보유한 KCGI LIG ESG 사모투자회사의 존속기간은 4년 6개월로 오는 2026년 6월까지다. 하지만 출자자 전원의 동의가 있으면 바로 해산하지 않고 운용기간을 1년 더 연장할 수 있다. KCGI는 PEF 만기가 도래한 뒤에도 LIG 지분을 계속 보유하는 기조에 무게를 뒀다.

강성부 KCGI 대표(사진)는 더벨과의 통화에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건 아니지만 PEF 만기가 경과한 뒤에도 장기간 LIG 지분을 보유할 의향이 있다"며 "신규 펀드를 조성해 기존 투자 주식을 옮겨 담는 '컨티뉴에이션(continuation)' 방식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LIG그룹과 KCGI의 협력을 살피면 지주사 지분 거래에만 국한하지 않았다. 2021년 10월에 1002억원 규모의 'KCGI LIG 신성장 ESG 사모투자합자회사'를 조성한 뒤 LIG가 발행한 1000억원어치 교환사채(EB)를 매입했다.

LIG넥스원 지분 189만7658주(8.63%)를 취득할 권리가 주어졌는데 KCGI는 2022년 8월과 11월에 걸쳐 500억원어치 주식 96만539주에 대한 교환권을 행사했다. 이 가운데 28만9000주를 처분해 274억원을 회수했다.

성장성이 뚜렷한 기업을 찾아 투자하는 국면에서도 도움을 주고받는 양상이 전개됐다. 이동통신 시험장비 제조사 이노와이어리스 인수 사례가 대표적이다. 2018년 LIG넥스원은 KCGI와 함께 279억원을 투입해 정종태 이노와이어리스 대표의 지분 18.57%를 사들였다. LIG그룹은 방산 분야를 넘어 민수 부문으로 사업 보폭을 넓히는데 방점을 찍었다.


당시 투자를 계기로 KCGI는 13.58%, LIG넥스원은 4.99%의 주식을 확보했다. 2020년에는 LIG넥스원이 콜옵션을 행사해 이노와이어리스 지분 16.55%를 331억원에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후 LIG넥스원은 2022년에 보유 주식 21% 일체를 LIG로 양도했다.

강 대표는 "코스닥 업체 이노와이어리스 인수 성사에 관여하면서 LIG그룹과 두터운 신뢰를 형성했고, 이후 지주사 LIG 지분 소유까지 이어졌다"며 "앞으로도 LIG그룹이 인수·합병(M&A)할 때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만한 회사를 찾아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도록 돕는 방향에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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