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는 국내에서 이례적으로 '행동주의'를 표방하던 사모펀드(PEF) 운용사다. 하지만 언제나 수익을 추구하는 PEF 운용사답게 실속은 확실히 챙겨왔다. 다만 행동주의라는 명분 하에서 때로는 이율배반적인 모습도 보이며 시장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어느덧 3조원 수준으로 운용자산이 커진 만큼 이제는 변화의 기로에 섰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강성부 대표도 이 점을 인식했는지 '바이아웃 펀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언급했다. 더벨에서 변화에 직면한 KCGI의 현주소에 대해 살펴본다.
KCGI자산운용(전 메리츠자산운용) 인수는 KCGI 성장의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로 평가받고 있다. 운용자산(AUM)이 2조5000억원을 넘기는 운용사인 만큼 KCGI의 운신의 폭을 한 단계 더 넓혀줄 수 있는 바이아웃 딜이었다.
KCGI자산운용 인수 이후에는 행동주의 활동 비중이 이전보다 급격히 낮아지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KCGI가 향후 행동주의 펀드에서 금융그룹사로의 변모를 통해 '제2의 미래에셋'이 될수 있을지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KCGI자산운용 인수 후 AUM 2.5조 훌쩍 넘겨
KCGI는 지난해 7월 메리츠자산운용 인수를 최종 결정했다. KCGI는 당시 화성산업과 함께 메리츠금융지주가 보유하고 있던 메리츠자산운용 보통주 100%(264만6000주)를 인수했다. 지분율은 KCGI가 60%, 화성산업이 40%다.
구체적인 매각가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시장 추정상 약 400억~500억원으로 알려졌다. KCGI는 금융당국으로부터 대주주 변경 승인을 받은 후 사명을 KCGI자산운용으로 변경했다.
행동주의 펀드가 지니는 투자 제약으로부터 탈피하기 위함이 목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펀딩이 어렵다 보니 펀드 설정 규모가 작고 약정 내용도 운용사에 불리할 때가 많다. 종합운용사 라이선스를 지니며 공모펀드를 운용할 수 있는 자산운용사를 인수하면 이점을 해결할 수 있었다.
업계에서는 KCGI가 레버리지 측면에서 아주 유용하게 KCGI자산운용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KCGI자산운용의 AUM은 최근 2조5000억원을 넘겼다. 인수 자금으로 500억원 정도를 사용한 점을 고려하면 괜찮은 바이아웃 딜이었다는 평가다.
KCGI는 이후 KCGI자산운용을 통해 행동주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기 시작했다. 인수 다음 달인 작년 8월에는 KCGI자산운용을 통해서 현대엘리베이터를 상대로 현정은 회장의 사내이사 사임 요구 등의 내용을 담은 공개주주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최근 시도 중인 한양증권 인수도 KCGI자산운용을 통해서 실시하고 있다. 최근 진행한 한양증권과의 실사 미팅에서 KCGI자산운용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KCGI자산운용은 한양증권 매각 주체인 한양학원과도 직접 소통 중이다.
◇KCGI대체투자운용도 보유, 금융그룹사 약진 희망
KCGI가 KCGI자산운용 인수 이후에도 행동주의를 펼치고 있으나 비중은 점차 줄어들 것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오히려 이보다는 미래에셋 같은 금융그룹사가 되는 것이 강 대표의 최종 목표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KCGI는 행동주의 활동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전체 운용 자금에서 행동주의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현재 KCGI 보유 펀드 가운데 행동주의 활동에 주력하는 펀드는 'ESG동반성장펀드'로 규모는 130억원 남짓이다.
KCGI자산운용을 인수하기 전 이 비중은 30% 미만이었다. KCGI자산운용 인수 후에는 전체 AUM이 3조원에 육박해진 만큼 현재 그 비중은 훨씬 더 미미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공격적 행동주의 펀드' 이미지를 탈피하고 금융그룹사로의 전환을 시도 중이다. KCGI는 KCGI자산운용 외에 KCGI대체투자운용도 계열사로 두고 있다. 2020년 케이글로벌자산운용으로 설립됐으나 KCGI자산운용 인수 시기에 맞춰 KCGI대체투자운용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한 시장 관계자는 "KCGI 아래 KCGI자산운용과 KCGI대체투자운용을 둔 모습으로 지주사 체제를 갖춰나가고 있다"며 "이번 한양증권 인수까지 곁들여진다면 제2의 미래에셋그룹으로의 진화에 한발짝 더 다가설 수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