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건설의 미수금 총액은 1조7000억원으로 연 매출의 20%가량을 차지한다. 이 중 84%가량이 공사비에 속하는데 그 규모가 한 해 동안에만 30% 이상 증가해 1조4000억원을 넘긴 상황이다.
액수로 보면 크지만 전체 리스크는 미미한 편이다. 대규모 미수금이 잡혀 있는 사업장 대부분이 주택사업 현장에 속한다. 해외 플랜트나 비주택 개발사업 등 부실 수준을 가늠하기 어려운 사업장들이 많지 않다는 의미다. 그간 롯데건설의 분양 성적은 우수했던 만큼 입주 시점이 되면 공사비를 대거 회수할 수 있을 전망이다.
◇공사미수금 30%대 증가, 현금유입 '감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롯데건설의 지난해 말 연결기준 미수금 총액은 1조6932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매출 6조8111억원의 24.9%에 달하는 금액이다. 같은 기간 말 현금및현금성자산은 1조8146억원을 기록했다. 보유 중인 현금 수준의 미수금을 들고 있다는 의미다.
전체 미수금이 1년 만에 30.3% 증가했다. 전년 말 미수금은 1조2990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미수금을 공사미수금, 분양미수금, 일반미수금으로 나눠 보면 특히 공사미수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증가세도 가팔랐다. 지난해 말 1조4219억원으로 전년 말 1조670억원에 비해 금액으로 3549억원, 비율로 33.3% 늘었다.
지난해 미수금 증가폭은 전년에 비해선 줄어든 편이다. 2022년 하반기부터 건설 경기가 꺾이면서 대규모 미수금이 쌓이기 시작했다. 2022년 말 미수금은 전년 말과 비교했을 때 130.7% 늘었다. 2021년 말 미수금은 4715억원에 불과했다.
2022년부터 착공 및 분양 일정 등이 다수 지연됐지만 2023년부터 점차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건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형건설사 중 가장 많은 규모의 신규 주택 공급을 예정해 놓은 상태인 만큼 앞으로도 미수금 증가세는 꺾일 것으로 보인다.
아직 발주처에 대금 등을 청구하지 못한 미청구공사 규모도 소폭 감소했다. 롯데건설의 지난해 말 미청구공사는 1조438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말 1조4727억원에 비해 2.4%가량 줄어든 수치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신용보강으로 인해 잡히는 우발채무는 건설사에 유동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반면 미수금의 급등은 본업을 통해 들어오는 현금 유입이 더뎌지고 있다는 의미다. 발주처가 파산하면 아예 회수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도 크다.
미수금의 증가는 영업활동 현금흐름 차감 요소다. 롯데건설의 현금흐름표를 보면 지난해 영업활동을 통해 499억원이 유입됐다. 전년에는 1783억원이 들어온 바 있다. 불과 1년 전보다 1284억원가량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줄었다는 의미다.
◇정비사업 준공 줄줄이, 미수금 회수 '속도' 미수금이 증가하고 있는 점은 롯데건설의 현금흐름에 부정적이다. 다만 미수금이 발생한 현장들을 보면 분양 성적이 우수했던 정비사업 및 주택 개발사업 비중이 높다. 준공 및 입주에 따라 점차 채권을 회수해 나갈 수 있다는 의미다.
롯데건설의 주요 수주계약 내역을 살펴보면 부암1구역 재개발정비사업에서만 2443억원의 미수금이 책정돼 있다. 미청구공사는 따로 없다. 올 초 준공한 만큼 추가적인 미수금 회수가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청량리제4구역도시환경정비사업에서도 863억원의 미수금이 잡혀 있다. 공사 진행률은 100%다. 미수금 외에도 미청구공사 62억원어치가 남았다. 수주총액 8739억원의 10%가 미회수 상태인 셈이다.
오산원동 개발사업을 통해서는 오산 롯데캐슬 스카이파크를 분양한 바 있다. 해당 사업에서는 1459억원의 미수금이 묶여 있었다. 공사 진행률은 94.02%다. 올해 초 공사를 마쳐 본격적인 대금 회수에 나설 전망이다.
검단신도시 101역세권 개발사업의 미수금은 523억원 정도다. 다만 준공기한이 2026년까지로 넉넉히 남아 있고 준공률도 14.5% 수준이다. 미수금 회수 기간도 충분하다는 의미다.
◇주요 그룹사 미수금 500억 미만…전체 대손충당금 3000억대 롯데그룹 계열사 공사에 대한 미수금 규모는 크지 않은 편이다. 호텔롯데와 롯데쇼핑 등 리테일 계열사로부터 받아야 할 미수금은 증가한 반면 롯데케미칼 공사 관련 미수금은 대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기준 호텔롯데 발주 공사의 미수금은 73억원으로 전년 말 44억원에 비해 29억원가량 늘었다. 롯데쇼핑 미수금은 같은 기간 59억원에서 173억원으로 증가했다. 롯데케미칼은 402억원에서 173억원으로 외상값을 줄였다.
롯데건설은 각종 미수금 및 미청구공사에 대해 대손충당금을 설정하고 있다. 공사미수금 1조4219억원에 대한 대손충당금은 1870억원 정도로 나타났다. 규모에 비해 설정률은 13.2%로 낮은 편이다. 공사비 갈등 등으로 회수에 속도는 나지 않고 있지만 전반적인 리스크는 낮다고 본 셈이다.
반면 분양미수금 181억원과 일반미수금 2532억원에 대해 각각 114억원, 1257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잡았다. 설정률로 치면 62.8%, 49.7%로 나타난다. 매출채권 총액 자체가 크지 않아 일부 미회수로 남더라도 롯데건설 재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외 미청구공사 1조4380억원에 대해서는 1.4% 수준인 200억원만 대손충당금으로 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