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선두 삼성화재에도 위기의식은 있다. 손익 면에선 메리츠화재에, 보험계약마진(CSM)은 DB손해보험으로부터 맹추격을 당하고 있다. 지속성장 동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언제든 업계 순위표가 뒤바뀔 수 있다. 이문화(
사진) 삼성화재 대표가 올해 경영기조로 '초격차'를 강조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초격차의 핵심 과제 중 하나는 신계약 CSM에서의 압도적 격차 확보가 꼽힌다. 이를 위해 삼성화재가 설정한 영업전략은 '선택과 집중'으로 압축된다. 잘하고 있고 잘해야 되는 부문에 역량을 모으고 아쉬운 건 과감하게 정리하는 방식이다. 최근의 인사 및 사업조직 신설·개편 등에서 그 접근방식이 잘 드러난다.
◇IFRS17서 성과낸 부사장들 보직 유지…조직은 핀포인트 개편 지난해 말 이문화 체제를 맞이한 삼성화재의 첫 임원 인사 키워드는 '안정'이었다. 각 부문을 총괄하는 부사장 인사에선 부사장 9명이 기존 보직을 유지했다. 교체된 한 명도 임기가 만료된 부사장의 자리를 신임 부사장이 채운 경우다. 사실상 홍원학 전 대표 체제를 유지한 셈이다.
사내이사 홍성우 부사장과 김준하 부사장은 각각 장기보험부문장과 경영지원실장(CFO) 직무를 계속 맡았다. 다른 부사장들도 모두 각자의 보직을 유지했다. 유일한 신임 부사장 승진자인 김일평 부사장은 전임 부사장이 맡았던 전략영업본부장 자리를 물려받았다.
업계 안팎에서는 부사장들을 재신임한 배경으로 IFRS17 전환 첫해에 홍 전 대표를 보좌하며 최대 실적을 견인했다는 점을 꼽는다. 새 대표 선임에 따른 조직 안정화를 가져가는 동시에 IFRS17 하에서도 성과가 좋았던 임원진의 업무 연속성을 살리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부사장단 구성을 그대로 유지한 것과는 달리 조직 구성에선 변화를 줬다. 이 대표는 2024 조직개편에서 장기보험부문에 헬스케어사업팀을 자동차보험부문에 모빌리티기술연구소와 특화보상팀을 신설했다. 대대적인 변화는 아니지만 핀포인트 개편을 통해 필요한 분야를 보완·강화한 것이다.
앞서 삼성화재는 애니핏을 출시하는 등 헬스케어사업을 장기보험부문 신성장동력으로 삼았다. 이번 헬스케어사업팀 설치로 신사업으로의 육성 기조에 더욱 힘을 실었다. 헬스케어는 건강보험과 시너지를 낼 분야다. 확보된 데이터로 맞춤 상품을 내놓거나 건강관리를 유도해 장기적인 지급 보험금 감소를 기대할 수 있다.
건강보험과 같은 장기인보험은 손보사에 있어 실적 의존도가 높은 부문이다. 특히 IFRS17 하에서 CSM 확보에 직결되는 상품으로 여겨진다. 그만큼 영업 경쟁이 치열해 경쟁력 확보가 필수다. 삼성화재도 지난해 2조101억원의 보험손익에서 장기보험 손익은 1조5393억원에 달했다. 장기보장성보험 수입보험료는 10조9953억원이다.
◇21년 만에 방카슈랑스 신규 영업 중단…장기인보험에 포커싱 인적, 조직적 구성이 유지되고 새롭게 만들어지기만 한 것은 아니다. 과감하게 정리를 결정한 분야도 있다. 바로 방카슈랑스다. 지난 2003년 방카슈랑스 영업을 시작한 지 21년 만에 장기보험 신규 영업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일반보험 판매는 계속하지만 은행에서 판매되는 건수는 미미해 사실상 철수에 가깝다.
IFRS17 하에서 방카슈랑스를 통한 상품 판매가 이익 효용이 떨어진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방카슈랑스에서 판매되는 전체 보험 상품 중 70~80%는 저축성보험이다. 문제는 저축성보험이 보험금을 결산기 시장금리로 평가하는 IFRS17 제도에서 보험사에 수익이 아닌 부채로 인식돼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이런 방카슈랑스 신규 영업 중단 등을 통해 저축성보험을 축소하는 대신 CSM 기여도가 높은 건강보험, 암보험 등 장기인보험 판매 강화에 매진한다는 전략이다. 삼성화재는 이달에도 장기보험을 개정해 암 관련 신담보 4종을 출시했다. 암보험은 장기인보험이어서 CSM 확보에 유리한 만큼 보험사가 판매에 공을 들이는 상품이다.
최근에는 건강보험 주력상품에 고객의 라이프 사이클을 반영한 '활동기집중형 3대 진단비'와 '건강지원금' 담보를 신설했다. 건강보험 마이헬스파트너에 탑재된 신담보는 업계 최초로 고객의 생애 주기와 은퇴시점을 고려해 개발됐다. 경제활동기에는 보장을 제공하고 활동기 이후 무사고 고객에겐 건강지원금을 지급하는 형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