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의 채무 상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연말까지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 채무 규모는 2조원에 육박한 상황이지만, 건설업종에 대한 기관 투심이 회복되지 못했다. 외부조달이 어려워진 가운데 특히나 중소형 건설사들은 유동성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
건설업계에선 BB+이하 회사들이 주로 활용해왔던 채권담보부증권(P-CBO)으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대우건설의 경우 B-CBO에 이어 최근에는 해외에서 채권을 발행하는 등 다양한 조달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중소형사 1조 채무 만기도래하는데…좁아진 자금조달 창구 22일 IB업계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들의 4~12월 사이 회사채(사모+공모) 만기도래 규모는 1조9918억원이다. 약 2조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이 중에서 현대건설(800억원), GS건설(2000억원), 디엘이앤씨(2000억원), SK에코플랜트(3500억원) 등 시공능력평가 상위권에 해당하는 건설사들 회사채 만기액은 9543억원 수준으로 절반 가까운 수준이다.
문제는 나머지가 전부 중소, 중견 건설사들의 채무라는 점이다. 시공능력평가 10위권 밖의 중소, 중견사들이 발행한 채권 잔액은 1조원 남짓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중견 건설사 HL D&I도 연내 사모채 1632억원 규모가 만기 도래한다. 태진건설, 이수건설 등 중소형 건설사도 만기가 도래할 회사채 상환 방식을 모색 중이다.
대형 건설사들은 상대적으로 우량등급으로 분류돼 회사채 차환 발행이 어느정도 가능하다. 자체 보유현금으로 상환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중소형 증권사들은 자체 현금이 부족한 데다가 외부 조달까지 막힌 상황인 것이다.
최근 채권시장에서 부동산PF 업종과 관련한 기관 투심은 악화될 대로 악화됐다. 지난 2월 HL D&I(BBB+)은 700억원 공모 회사채 모집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주문을 한 건도 받지 못했다. 철저하게 기관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은 셈이다. 전일 회사채 수요예측에 나섰던 한국자산신탁(A)도 2년물은 600억원 중 510억원이 미매각됐다.
◇P-CBO 자금조달 숨통 트일까 건설업계는 조달이 어려워지자 채권담보부증권(P-CBO)로 눈을 돌리고 있다. 대기업인 대우건설도 지난달 신용보증기금의 P-CBO를 활용해 1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해 눈길을 끌었다.
P-CBO는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의 회사채를 모아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으로 신용을 보강한 뒤 유동화증권을 발행하는 제도다. 중소기업이나 유동성이 악화된 회사들이 자주 활용하는 자금조달 방식이다. 주로 신용등급이 BB+ 이하 회사들이 발행해왔다.
대우건설은 신용도 A급의 대기업이다. 회사채 대신 신용보증기금 보증을 받아 지금을 마련하기로 한 건 그만큼 자금 시장에서 기관 투심이 악화됐다는 점을 반증하는 부분이다. 대우건설은 지난달에는 싱가포르, 일본 등 해외에서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기도 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중소건설사들의 유동성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P-CBO 등은 돌파구가 될 수 있다"며 "요건을 완화해 발행이 용이하도록 지원하는 등의 개선책 마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건설업종 신용도 하방 리스크 강해졌다 건설업종을 바라보는 신용평가업계의 우려도 크다.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건설업종에 대해선 부정적 시각을 단적으로 드러냈다. 리스크 대시보드(Risk Dashboard) 보고서를 통해 신용등급 하락 압박이 커질 수 있는 업종으로 건설, 유통, 석유화학, 저축은행을 꼽았다.
향후 회사채 등을 통한 자금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건설업종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 리스크와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는 만큼 부동산 경기침체로 인한 수익성 악화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신평사 한 관계자는 "고금리, 고환율 기조에 맞물려 철근 등 원자재 가격은 크게 상승하고 있다"며 "공사 원가율이 올라가면 기업이 아무리 수익을 내도 수익성은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일부 기업의 신용 등급을 조정하기도 했다. 올들어 신세계건설은 'A'에서 'A-'로 하향조정했으며, 한신공영(BBB)의 등급전망(아웃룩)은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작년에도 5개 건설사의 신용등급을 내린 바 있다.
건설사들의 신용도 저하는 결국 회사채 시장에서의 자금 조달 비용을 키워 재무 부담이 가중되는 악순환으로 연결된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앞서 중소 건설사 중심으로 리스크가 제기됐으나 시공 능력 순위 30위권 내 대형 또는 중견 건설사의 신용도 하향이 이뤄지며 PF 리스크가 건설사로 전이되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