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트아크' 게임사 스마일게이트RPG의 전환사채(CB) 이슈의 핵심은 기업공개(IPO) 추진 과정에서 회계기준의 변화다. 로스트아크가 '대박'을 치면서 기업가치가 급성장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CB 발행 이후 7년, 스마일게이트RPG와 투자자들 간의 스토리를 THE CFO가 정리했다.
◇불확실성 속 과감히 투자했던 라이노스자산운용
스마일게이트는 2017년 12월과 2018년 4월 두 차례에 걸쳐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각각 200억원과 60억원, 총 260억원을 발행했다. 이 CB는 30% 한도로 스마일게이트가 조기 상환할 수 있는 조항이 있었고, 실제 스마일게이트는 2019년과 2020년에 각 CB에 대해 30%씩 상환했다. 이후 CB 잔액은 각각 140억원, 42억원이다.
스마일게이트의 역작 '로스트아크'가 국내 오픈 베타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 2018년 11월이니, 당시 CB 발행 당시 스마일게이트는 철저히 '을'의 입장이었다. 실제로 2017년과 2018년 스마일게이트RPG의 영업손실은 273억원, 25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도 2018년이 돼서야 333억원을 내는 등 CB 발행 당시 스마일게이트RPG는 리스크가 다분했던 게임사였다.
'전환'사채 이므로 전환권에 대한 내용이 중요하다. 발행조건을 살펴보면 '전환조건'이 충족된 다음 날부터 특정 시점까지 전환을 청구할 수 있다. THE CFO 취재에 따르면 이 '전환조건'은 스마일게이트RPG가 추후 기업공개(IPO)를 위해 상장 예비 심사 청구서가 제출되고 거래소에 의해 승인됐을 때다. 즉 CB 발행을 하면서 스마일게이트와 투자자들 사이에 추후 IPO를 하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의미다.
실제 업계에 따르면 CB 만기 직전 사업연도의 당기순이익이 120억원 이상일 경우 상장을 추진한다는 조항이 있었다. 라이너스자산운용이 인수한 CB의 만기일은 작년 12월 20일, 즉 2022년 당기순이익이 120억원을 넘으면 스마일게이트RPG는 상장을 추진하고 라이노스는 자연스럽게 엑시트(Exit) 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로스트아크의 대박, 회계기준 변경으로 인식된 평가손실 5357억
그러나 이는 실현되지 못했다. 의외의 곳에서 '복병'이 터지면서다. 상장을 추진하기 위해 스마일게이트RPG는 채택 회계기준을 일반기업회계기준(K-GAAP)에서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으로 바꿨는데, 이 과정에서 이 CB가 스마일게이트 손익계산서에 대규모 평가손실을 안겼다.
K-GAAP에서는 CB의 전환권은 자본으로 인식하지만 K-IFRS에서는 CB에 리픽싱 조항이 있을 경우 전환권 부분까지 부채로 계상한다. 다시 말해 라이너스의 전환권에 해당하는 주식 가치와 전환가액과의 차이를 스마일게이트 입장에서는 '비용(손실)'으로 처리한다는 의미다.
이 와중에 2019년 12월 4일 로스트아크는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고, 국내 RPG업계에서 '대히트'를 쳤다. 출시 이후 게이머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로스트아크는 국내 RPG게임의 '대장'으로 떠올랐고, 현재도 RPG 게임 순위 최상위권 게임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는 실적으로 그대로 표현된다. 스마일게이트RPG의 매출은 2019년 796억원, 2020년 835억원을 기록하고 2021년에는 4898억원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관건인 'CB 만기 직전 사업연도'인 2022년의 매출은 7370억원, 영업이익은 무려 3641억원을 기록했다.
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CB를 전환했을 때 발생하는 주식 가치도 함께 뛰었고, 이에 K-IFRS로 회계 기준을 바꾸면서 스마일게이트가 인식해야 할 평가손실이 무려 5357억원이 잡혔다. 이에 3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냈던 스마일게이트RPG는 당해 순손실로 1427억원을 냈다.
투자자와 회사 간의 분쟁은 여기서 발생했다. 라이너스 측은 평가손실로 잡힌 5357억원은 현금 유출입이 없는 장부 상의 손실이니 약속대로 IPO를 추진하라는 것이었다. 반면 스마일게이트 측은 계약 상 IPO 의무 조건인 '순이익 120억원'을 달성하지 못했고, 또 작년 IPO 시장의 시황이 좋지 않아 제대로 된 몸값을 받기 힘들다는 이유를 들며 IPO에 나서지 않았다. 라이너스 측이 스마일게이트 측에 소송을 건 배경이다.
◇전환조건 미충족에 만기 도래, "IPO 상황 안됐다" vs "평가손실은 기업가치 산정과 무관"
결국 CB는 전환되지 못하고 만기일이 도달했다. 스마일게이트 측은 상환하겠다고 밝혔지만 라이너스 측은 상환받지 않겠다고 맞섰다. 이에 스마일게이트는 현재 154억원을 공탁해 둔 상태다.
라이너스가 CB를 전환하지 못한 이유는 앞서 언급했 듯 전환조건을 만족하지 못해서였다. IPO를 가야 전환할 수 있다는 조건이 없었다면 라이너스 측은 IPO와 무관하게 전환권을 행사하고 훗날 스마일게이트의 IPO를 기다릴 수도 있었다. 다만 전환조건을 만족하지 못했고, 조건을 차치하더라도 비상장 주식에 대한 처리 방법이 마땅치 않으니 전환권 행사는 가능성이 없었다.
작년 스마일게이트가 인식한 5416억원의 평가이익은 이렇게 탄생했다. 평가손실을 반영했던 전환권이 이제 행사될 가능성이 없는 것이 됐으니 그 금액만큼 다시 재평가를 해 평가이익으로 반영한 것이다. 여기에 이달 17일이 만기인 에이스빌의 CB도 만기 상환되면 올해 손익계산서에 추가 금융수익이 잡힐 가능성이 크다.
스마일게이트는 순이익 120억원 달성 여부를 떠나 작년 도저히 IPO할 상황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스마일게이트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투자를 했으니 이익을 보고 싶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시장 상황이 받쳐주지 않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상장을 추진해 기업이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라면서 "그것이 IPO를 추진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고 계약서 상 명시된 대로 CB에 대한 원리금을 모두 상환했다"고 말했다.
라이너스 측은 "2017년 회사가 수백억원의 손실을 내고 있을 때 리스크를 걸고 투자를 단행했지만 기업가치 산정에서 무관한 파생상품평가손실 때문에 상장을 가지 못하겠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라면서 "투자자와 아무런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IPO를 중단했기 때문에 소송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라이너스는 스마일게이트RPG를 대상으로 10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다만 이 금액은 소송을 위해서 청구한 일부 금액이고 향후 진행 상황을 보면서 손해가액이 확정될 것이라는 게 라이너스 측의 설명이다. 아직 양 측의 준비 기일은 잡히지 않았다.
관련 리스크를 어느 정도 덜어낸 스마일게이트가 다시 IPO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스마일게이트는 보수적인 입장을 밝혔다. 스마일게이트 관계자는 "재무 현황과 경기 여건, 증권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2년 대비 작년 로스트아크를 기반으로 한 회사 실적이 한 풀 꺾였다는 점은 IPO 추진에 부정적인 요소로 꼽힌다. 작년 스마일게이트RPG는 2022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9%, 26% 줄어든 5237억원, 2690억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