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뚜라미그룹이 2019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가운데 귀뚜라미홀딩스가 4년 연속 최대 매출 기록을 경신했다. 어느덧 주력으로 성장한 냉방 분야 계열사들이 실적 성장을 꾸준히 이어간 결과다.
기존 난방에 치중됐던 사업 포트폴리오를 냉방까지 확장시켜 그룹의 체질을 성공적으로 변화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기존 핵심 계열사인 귀뚜라미는 적자를 냈다. 2022년 발생한 아산공장 화재의 영향이 여전했다. 이 탓에 귀뚜라미그룹은 매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중장기 비전을 새롭게 제시했다. 작년 말 최진민 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하며 내놓은 목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지주사 순이익 70% 이상이 냉방, 체질 변화 '성공' 귀뚜라미홀딩스는 2023년 연결기준 매출 1조237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2.9% 증가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402억원, 557억원으로 13.5%, 42.2% 늘었다. 2019년 지주사 체제 전환 후 2022년 첫 1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4년 연속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순이익의 급증이다. 지배기업 중에서도 △귀뚜라미범양냉방 △신성엔지니어링 △센추리 등 냉방 분야 계열사의 순이익이 큰 폭으로 늘었다.
지배기업 순이익은 지분율 50% 이상인 자회사의 실적을 모두 반영한다. 세 곳 중에서도 귀뚜라미범양냉방과 신성엔지니어링은 지주사의 100% 자회사다. 센추리는 지주사가 지분 97.14%를 보유하고 있다. 모두 지주사의 연결 실적에 포함됐다.
지난해 귀뚜라미범양냉방은 184억, 신성엔지니어링과 센추리는 각각 111억원, 106억원대 순이익을 기록했다. 총 401억원으로 지주사 순이익 가운데 72% 비중을 차지했다.
귀뚜라미범양냉방 성장률이 가장 높았다. 작년 매출은 2356억원으로 전년 대비 13.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90억원으로 두 배 증가했다. 반도체, 바이오, 데이터센터용 냉동공조 장비가 매출을 견인하고 있다. 특히 작년에는 해외 대규모 화공플랜트, 발전플랜트, 전기차 배터리 공장 등을 향한 냉방 제품 수출량이 크게 늘었다.
신성엔지니어링은 반도체 등 산업 시설의 냉난방공조(HVAC) 시스템, 이차전지 생산 공정의 초저습도를 구현하는 드라이룸, 클린룸 시스템을 공급하는 회사다. 이를 중심으로 실적 성장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센추리는 원자력 발전소와 조선 산업에 특화된 냉동공조 솔루션을 제공한다.
정작 본연의 사업인 '난방' 부문을 영위하는 귀뚜라미는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다. 이 기간 매출액은 3409억원으로 전년 대비 소폭 상승했지만 22억원대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2022년 초 아산공장 화재 여파가 작년까지 이어진 결과다.
전반적인 사업 운영에 차질을 빚은 탓에 현금흐름도 크게 약화했다. 지난해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71억원으로 전년 대비 43.9% 감소했다. 이 기간 회사에 실제 유입된 현금이 이 정도 수준에 그쳤다는 의미다.
귀뚜라미그룹 관계자는 "2022년 아산공장 화재로 새로운 장비 구입, 공장 복구를 비롯해 기존 장비의 감가상각이 재무제표에 반영됐다"며 "공장이 전소되면서 여파가 이어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여전한 대내외 리스크, 최진민 회장 경영목표 달성 집중 난방사업 침체로 귀뚜라미그룹의 경영 목표 달성도 수포로 돌아갔다. 지주사 체제로 전환할 당시 2023년까지 매출 2조원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차질이 생겼고 2022년 초 귀뚜라미 아산공장 화재로 악재가 겹쳤다. 기존 재고물량과 청도공장 물량으로 대응했지만 모든 수급을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 사이 귀뚜라미그룹은 냉방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사업 포트플리오 다각화에 성공했다. 이를 반영해 올해 중장기 비전을 새롭게 제시했다. 2030년까지 매출 3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여전히 그룹 내 단일 기업으로는 가장 큰 매출 비중을 차지하는 귀뚜라미의 실적 회복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그룹은 새로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4년 전 지주사 전환과 함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던 최진민 회장이 복귀를 결정했다. 그는 현재 지주사에 이어 귀뚜라미홈시스 대표이사를 맡으며 그는 경영 보폭을 빠르게 넓혀가고 있다.
최 회장은 난방 전문가 출신으로 귀뚜라미 경영정상화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해 차별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외에도 그룹 핵심 자산인 냉난방·공조·에너지 기술의 시너지를 극대화해 해외시장 공략에 집중할 계획이다. 현재 그룹 전체 매출에서 해외 비중은 10% 안팍 수준이다.
경영복귀 당시 최 회장은 "코로나가 끝난 후에도 글로벌 경기 침체가 회복되지 않고 있으며 내부적으로는 아산공장 화재 이후 2년의 세월이 지났다"며 "새로운 도약을 위한 중요한 시점으로 판단해 복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