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뚜라미홀딩스는 일부 계열사에 대여금 형태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2019년 출범 이래로 현금으로 지분을 출자한 사례는 없다. 대여금 제공은 현금출자와 달리 이자를 수취할 수 있어 주요 수익원이 되고 있다.
귀뚜라미홀딩스 뿐 아니라 귀뚜라미도 대여금을 제공하고 있다. 그룹 캐시카우 계열사로서 지주사의 자금지원 책임을 일부 분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출자 대신 대여…인서울27GC 대여잔액 760억 귀뚜라미홀딩스는 영업수익이 많지 않은 이른바 작은 지주사다. 2022년 별도 기준 영업수익 430억원에서 실제 현금 유입이 없는 지분법이익(339억원)을 제외하면 용역수익 78억원과 임대수익 12억원뿐이다. 현금성자산도 2019년 11월 사업부문 인적분할 때 절반 이상을 남겼지만 2019년말 2859억원으로 여유있는 편은 아니었다.
이 때문에 귀뚜라미홀딩스가 2019년 11월 지주사로 출범한 이후 2022년말까지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자회사를 포함해 특수관계자에 출자한 사례가 없다. 여기에는 대부분 자회사의 재무상태가 지주사에 자금지원을 요구할 필요가 적을 만큼 비교적 건전했던 이유도 있다. 2020~2022년 3년간 동광보일러(2022년 당기순손실 9억원)를 제외한 모든 자회사가 당기순이익 흑자를 달성했으며 자본잠식 등 당장 자본확충이 필요한 자회사도 없었다.
하지만 일부 계열사는 지주사의 자금지원이 필요했다. 이 경우 귀뚜라미홀딩스는 자금지원을 위해 출자가 아닌 대여를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그룹 레저사업 부문 계열사인 귀뚜라미랜드의 자회사이자 귀뚜라미홀딩스의 손자회사인 인서울27골프클럽이 대표적이다.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인근 골프장 인서울27GC를 운영하는 회사다.
인서울27골프클럽은 2022년말 기준 귀뚜라미랜드가 지분 5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나머지 지분은 호반건설이 20%, 롯데건설·부국증권·중앙홀딩스가 10%씩 보유하고 있다. 인서울27골프클럽은 2021년 30억원, 2022년 25억원의 당기순이익 흑자를 달성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운영자금을 책임지고 있는 곳은 귀뚜라미홀딩스다.
인서울27골프클럽에 대한 대여금 제공은 2014년 사업시행법인으로 설립된 이래로 분할전 귀뚜라미가 해오던 것을 2019년 분할후 귀뚜라미홀딩스가 그대로 이어받은 것이다. 기본적으로 장기차입금 형태이지만 매년 일부 회수와 추가 대여를 반복하고 있으며 2022년말 대여금잔액은 760억원에 이르렀다. 인서울27골프클럽 자산총계가 1222억원인데 이중 62.2%가 귀뚜라미홀딩스로부터의 대여금이다.
2022년부터는 전자제품 유통 자회사 귀뚜라미홈시스에 대한 대여금 제공도 시작했다. 2022년말 대여금잔액은 500억원이다. 귀뚜라미홈시스 자산총계가 2186억원이므로 22.9%가 귀뚜라미홀딩스로부터의 대여금이다. 이외에 2022년부터 대여금 제공을 시작한 계열사에는 귀뚜라미문화재단도 포함된다. 2022년말 대여금잔액은 244억원이었다.
◇이자 수취로 주요 수익원…귀뚜라미에 지원 책임 일부 전가 대여금 형태로 자금을 지원하면 현금출자와 달리 차입처인 계열사로부터 이자를 수취할 수 있다. 이 이자는 용역수익이나 임대수익이 포함되는 영업수익이 아닌 영업외수익으로 분류된다. 대여금 제공이 계열사로부터 수익을 수취할 수 있는 또다른 수단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
귀뚜라미홀딩스가 계열사에 대한 대여금 제공으로 수취하는 이자수익은 영업외수익 내 수입이자로 가늠해볼 수 있다. 수입이자에는 대여금 제공에 따른 이자수익 외에도 현금성자산에서 발생하는 이자 등 이자 형태의 모든 수익이 포함된다. 귀뚜라미홀딩스는 감사보고서에 수입이자의 항목별 구체적인 규모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수입이자는 2021년 57억원, 2022년 90억원이었다. 주요 영업수익원인 용역수익이 2021년 67억원, 2022년 78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수입이자도 주요 수익원이다.
귀뚜라미홈시스에 대여금을 제공하고 있는 곳은 귀뚜라미홀딩스뿐만이 아니다. 그룹 핵심 계열사이자 귀뚜라미홀딩스의 자회사인 귀뚜라미도 귀뚜라미홈시스에 대여금을 제공하고 있다. 2022년말 대여금잔액은 56억원이다. 귀뚜라미와 귀뚜라미홈시스는 모회사가 같지만 지분관계는 없다. 그나마 둘 다 그룹 난방사업 부문에 속하는 점이 연결고리다.
귀뚜라미는 2022년중 그룹 난방사업 부문 계열사로 보일러 부품을 제조하는 나노켐에 60억원의 대여금을 제공하기도 했다. 다만 이 대여금은 2022년중 전액 상환됐다. 나노켐도 귀뚜라미홀딩스 자회사로 귀뚜라미와 지분관계가 없다.
귀뚜라미홀딩스의 자금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만큼 자금지원 부담을 그룹 핵심 계열사인 귀뚜라미가 나눠 지고있는 것으로 보인다. 귀뚜라미는 매년 3000억원대 매출액과 당기순이익 흑자를 이어오고 있다. 귀뚜라미홀딩스처럼 차입도 없다. 귀뚜라미홀딩스에 대한 배당도 실시하지 않아 수익을 내재화하고 있다. 다만 귀뚜라미의 현금 사정도 넉넉한 편은 아니다. 2022년말 현금성자산은 762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