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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달전략 분석

‘작은 지주사’ 귀뚜라미홀딩스 지탱하는 용역수익

①배당금수익 전무, 용역수익 의존…계열사 전반 수익수취 목적

이민호 기자  2024-02-15 15:55:59

편집자주

조달은 최고재무책임자(CFO) 업무의 꽃이다. 주주의 지원(자본)이나 양질의 빚(차입)을 얼마나 잘 끌어오느냐에 따라 기업 성장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결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난다는 특징이 있다. 최적의 타이밍에 저렴한 비용으로 딜(Deal)을 성사시키는 것이 곧 실력이자 성과다. THE CFO는 우리 기업의 조달 전략과 성과, 이로 인한 사업·재무적 영향을 추적한다.
그동안 인수합병(M&A)으로 냉동공조사업 등 비(非)보일러 부문을 키워온 귀뚜라미그룹은 2019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그룹 모태이자 보일러 부문 핵심 계열사 귀뚜라미를 인적분할로 떼어내고 귀뚜라미홀딩스는 순수지주사가 되는 형태였다.

애초 수익 규모가 크지 않은 귀뚜라미홀딩스를 지탱하는 것은 용역수익이다. 배당금은 수취하지 않고 있다. 비록 자회사 형태가 아니더라도 현금흐름이 우수한 손자회사 등 계열사로부터 수익을 수취하려는 재무적 판단의 결과로 보인다.

◇2019년 지주사 전환…비보일러 사업부문 강화

귀뚜라미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것은 2019년 11월이다. 그룹 모태이자 핵심 계열사인 보일러 제조업체 귀뚜라미가 사업부문(냉난방기구 판매 및 제조, 임대업 부문)을 분할해 귀뚜라미를 신설하고 투자부문은 존속해 지주사 귀뚜라미홀딩스로 탈바꿈했다. 귀뚜라미홀딩스는 이후 보일러 부품 제조업체 나노켐의 투자부문과 전자제품 유통업체 귀뚜라미홈시스의 투자부문을 흡수합병하면서 지주사 면모를 갖췄다.


귀뚜라미그룹 계열사 중 상장사는 대구 지역 민영방송사 티비씨(TBC)가 유일한 만큼 그룹 전반에 대한 정보 접근성이 높지는 않다. 이 때문에 지배구조 변화에 대한 실시간 파악이 어렵다. 각 계열사 2022년 감사보고서와 티비씨 2023년 3분기 분기보고서를 참고해 귀뚜라미그룹 지배구조를 재구성해보면 그룹 사업부문은 크게 △난방사업 △냉동공조사업 △레저사업 △미디어사업으로 구분된다.

그룹 핵심인 난방사업 계열사로는 귀뚜라미, 나노켐, 귀뚜라미에너지(도시가스 공급)가, 냉동공조사업 계열사로는 신성엔지니어링(냉동기·공기조화기·수축열시스템 등 제조), 귀뚜라미범양냉방(에어컨·항온항습기 등 제조), 센추리(에어컨·냉난방기 등 제조)가 있다. 레저사업 계열사로는 귀뚜라미랜드(한탄강CC 운영)와 인서울27골프클럽(인서울27GC 운영)이, 미디어사업 계열사로는 티비씨가 있다.

서울 강서구 마곡동 귀뚜라미 냉난방 기술연구소 전경. 출처: 귀뚜라미그룹

귀뚜라미그룹은 그룹 모태인 보일러사업을 넘어 수년간 M&A를 통해 비보일러 사업부문을 확장해왔다. 2006년 귀뚜라미범양냉방(당시 지분 99.14%·294억원)을 인수해 냉동공조사업에 진출했고 2008년 신성엔지니어링(96.28%·192억원)과 2009년 센추리(86%·12억원)를 잇따라 편입하면서 냉동공조 3사 체제를 완성했다.

2016년에는 귀뚜라미에너지(옛 강남도시가스) 지분 100%를 1304억원에 인수해 도시가스 공급사업에도 진출했다. 이런 이유로 귀뚜라미홀딩스는 2022년말 연결 기준 자산총계가 1조8623억원으로 확대됐다. 2022년 매출액은 1조2024억원으로 처음으로 1조원을 넘겼다.

◇용역수익 의존 작은 지주사…배당금수익 전무

귀뚜라미홀딩스는 자체사업이 없는 순수지주사다. 2022년 별도 기준 영업수익은 430억원이었지만 세부항목을 뜯어보면 대부분인 339억원이 지분법이익이다. 하지만 지분법이익은 현금의 직접적인 유입이 없다. 이를 제외하면 귀뚜라미홀딩스의 주요 영업수익원은 용역수익 78억원과 임대수익 12억원이 된다. 차입이 없는 데다 실질적인 영업수익 규모가 크지 않은 작은 지주사다.


용역수익과 임대수익은 지주사의 일반적인 영업수익원 중 하나다. 용역수익은 일반적으로 지주사가 계열사에 경영자문을 제공하고 수수료 명목으로 수취하지만 이외에도 형태는 다양하다. 하지만 귀뚜라미홀딩스는 용역수익의 구체적인 형태와 형태별 규모는 밝히지 않고 있다.

임대수익은 재무제표상 영업 용도로 쓰이는 유형자산이 아닌 영업 이외의 용도로 쓰이는 투자부동산을 임대하고 임대료를 수취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지주사가 본사 건물을 소유하고 계열사들을 해당 건물에 입주시키는 형태로 임대수익을 발생시킨다. 귀뚜라미홀딩스는 구체적인 투자부동산 규모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귀뚜라미 인적분할 당시 대부분 투자자산을 귀뚜라미홀딩스에 남긴 만큼 투자부동산도 여기에 다수 포함된 것으로 추측된다.

귀뚜라미홀딩스가 출범 이후 배당금수익이 한 번도 발생하지 않은 점도 주목할 만하다. 귀뚜라미홀딩스 자회사 중 자산총계가 2022년말 4771억원으로 가장 큰 귀뚜라미는 배당재원이 되는 당기순이익도 2021년 136억원과 2022년 22억원으로 흑자를 냈지만 배당금을 지급하지는 않았다.

용역수익과 임대수익은 자회사가 아닌 계열사로부터도 수취할 수 있지만 배당금수익은 자회사로부터만 수취할 수 있는 점이 다르다. 핵심 자회사인 귀뚜라미에 대한 지분율이 79.92%로 배당금 지급시 귀뚜라미홀딩스가 온전히 수취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이외에 배당금수익보다 용역수익을 늘려 자회사뿐 아니라 현금흐름이 우수한 손자회사 형태의 계열사로부터 수익을 발생시키는 것이 유리하다는 재무적 판단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귀뚜라미홀딩스는 지주사로 탈바꿈한 이후 2022년 처음으로 배당을 실시했다. 지급한 배당금은 168억원이었다. 지난해 3분기말 기준 귀뚜라미홀딩스 최대주주는 지분 31.71%를 보유한 1941년생 창업주 최진민(사진) 귀뚜라미그룹 회장이다.

귀뚜라미홀딩스는 지주사 체제 전환 직후인 2020년 1월부터 그룹 경영관리본부장(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 송경석 사장이 대표이사를 맡아왔지만 지난해 11월 퇴임했다. 최 회장은 송 사장 퇴임 직후 대표이사에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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