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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달전략 분석

지분 활용가치 부각되는 귀뚜라미그룹 냉동공조 3사

④M&A로 사업영역 확장…순익 흑자에 무차입 지속

이민호 기자  2024-02-20 16:00:33

편집자주

조달은 최고재무책임자(CFO) 업무의 꽃이다. 주주의 지원(자본)이나 양질의 빚(차입)을 얼마나 잘 끌어오느냐에 따라 기업 성장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결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난다는 특징이 있다. 최적의 타이밍에 저렴한 비용으로 딜(Deal)을 성사시키는 것이 곧 실력이자 성과다. THE CFO는 우리 기업의 조달 전략과 성과, 이로 인한 사업·재무적 영향을 추적한다.
귀뚜라미그룹은 공격적인 인수합병(M&A) 전략으로 냉동공조사업 부문을 확장했다. 비교적 많지 않은 금액에 경영권을 사들인 귀뚜라미범양냉방, 신성엔지니어링, 센추리의 냉동공조 3사는 당기순이익 흑자를 바탕으로 무차입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우수한 재무건전성 덕분에 귀뚜라미홀딩스가 이들 3사의 지분을 활용할 여지도 커진다. 외부자금 조달시 이들 3사 지분을 담보로 이용할 수 있는 등 다양한 활용법을 고민할 수 있다.

◇냉동공조사업 확장…공격적 M&A 주효

귀뚜라미그룹이 기존에 보일러 제조 중심의 난방사업 부문에 치우쳐 있던 사업영역을 다각화한 대표적인 사례가 냉동공조사업 부문이다. 귀뚜라미홀딩스의 냉동공조사업 부문 자회사로는 △귀뚜라미범양냉방 △신성엔지니어링 △센추리가 있다.


냉동공조 3사는 귀뚜라미그룹이 2000년대 중반 M&A를 통해 그룹으로 편입한 계열사들이다. 이들 3사는 제력제품도 에어컨, 냉동기, 공조기로 비슷하고 사업영역도 가정용부터 반도체, 원자력발전소, 선박, 플랜트 등 산업용까지 겹친다. 동종기업 M&A로 냉동공조사업 부문 덩치를 키우는 전략이었다.

귀뚜라미그룹은 냉동공조 3사를 계열사로 편입하는 데 큰 돈을 들인 것은 아니다. 먼저 귀뚜라미는 2003년 센추리가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시장에 내놨던 아산공장 토지와 건물을 640억원에 사왔다. 이어 2006년 범양냉방공업 지분 99.14%(우선주 포함)를 294억원에 사왔다. 범양냉방공업의 모태는 1963년 설립돼 국내에서 최초로 에어컨을 생산한 승전사이지만 1998년 유동성 부족으로 위기를 겪었다.

이후 법정관리가 1999년 개시돼 2002년 종료됐다. 이 과정에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조합(CWI기업구조조정조합3호)을 통해 범양냉방공업 경영권 지분을 보유했고 귀뚜라미가 이 조합이 보유했던 지분 전량을 사들인 것이다. 귀뚜라미가 범양냉방공업에 센추리 아산공장을 통합해 출범시킨 곳이 귀뚜라미범양냉방이다.

2008년에는 신성이엔지 자회사였던 신성엔지니어링 경영권을 사왔다. 귀뚜라미가 지분 67.0%를 142억원에, 귀뚜라미 자회사인 나노켐이 지분 28.08%를 51억원에 각각 사들였다. 합산 지분 94.71%를 192억원에 확보하며 계열사로 편입했다. 2009년에는 나노켐이 화인텍센추리 지분 86.0%를 12억원에 사들이면서 냉동공조 3사 체제를 완성했다. 화인텍센추리는 유동성 부족으로 재무구조가 부실해진 만큼 매입가격이 낮게 책정됐다.

이어 같은해 귀뚜라미가 대우일렉트로닉스 에어컨사업부문을 52억원에 인수했다. 대우일렉트로닉스가 가전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채권금융기관협의회 승인을 거쳐 청소기사업부문을 에이스전자(14억원)에, 모터사업부문을 하남전기(53억원)에, 쇼케이스사업부문을 프리미어(16억원)에, 영상사업부문을 대우디스플레이(65억원)에 각각 매각하고 있던 만큼 냉동공조사업 부문 확대를 노리던 귀뚜라미도 기회를 잡았다.

◇3사 합산 지분가치 귀뚜라미에 근접…지분 활용 여지도 증가


귀뚜라미그룹의 냉동공조사업 부문 확장을 위한 일련의 M&A는 결과적으로 효율적인 판단이 됐다. 귀뚜라미홀딩스가 평가한 2022년말 별도 기준 냉동공조 3사의 지분가치(장부금액 기준)는 귀뚜라미범양냉방 1428억원, 센추리 908억원, 신성엔지니어링 616억원의 합산 2952억원으로 전체 지분법적용투자주식 가치(8980억원)의 32.9%까지 상승했다. 그룹 모태이자 난방사업 부문 핵심 계열사 귀뚜라미의 지분가치(3439억원·38.3%)와 큰 차이가 없다.

냉동공조 3사 모두 오랜 기간 차입이 없다. 2022년말 부채비율도 귀뚜라미범양냉방 37.6%, 신성엔지니어링 77.0%, 센추리 72.8%로 건전하다. 그룹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지 않은 계열사들이라는 의미다. 가장 큰 이유는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이다. 이들 3사는 비록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매년 당기순이익 흑자를 달성하고 있다. 반면 자본적지출(CAPEX) 부담이 거의 없고 모회사인 귀뚜라미홀딩스에 배당도 실시하지 않으면서 순이익을 그대로 내재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들 3사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자산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2022년말 현금성자산은 귀뚜라미범양냉방 488억원, 신성엔지니어링 226억원, 센추리 345억원으로 합산 1059억원이다. 3사 합산으로는 귀뚜라미의 현금성자산(762억원)보다 많다.

우수한 재무건전성 덕분에 유사시 귀뚜라미홀딩스는 냉동공조 3사의 지분을 활용할 여지도 커진다. 귀뚜라미홀딩스는 현재까지 차입이 없지만 외부자금 조달이 필요할 경우 냉동공조 3사의 지분을 담보로 이용할 수 있는 점이 대표적이다. 냉동공조 3사가 일으킨 차입을 귀뚜라미홀딩스가 배당 등 형태로 끌어다 쓰거나 지분율이 높은 만큼 기업공개(IPO)로 공모자금을 끌어들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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