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재무조직 모니터

메리츠금융, IR팀 '대표' 직속으로 둔 이유

김용범 대표 '신속함' 추구…불필요한 결재 체계 없애

박서빈 기자  2024-04-01 15:35:07

편집자주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산하 조직을 보면 회사의 방향성을 엿볼 수 있다. 자금 관리 위주의 '곳간지기'에 역할에 그치는 곳이 있는 반면 조달·전략·기획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된 곳도 있다. 특히 진행 중인 변화는 회사의 '현재' 고민이 무엇인지를 유추할 수 있는 힌트다. 주요 기업 CFO 조직의 위상과 역할, 전략을 조명한다.
메리츠금융지주는 기업설명(IR)팀을 김용범 부회장(대표이사) 직속으로 두고 있다. 기업들이 통상적으로 IR팀을 최고재무책임자(CFO) 지휘 아래 두는 것과는 차별화된 모습이다.

신속함을 추구하는 김 대표의 경영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조직 구성이다. IR팀 임원과 대표 사이의 결재라인을 생략하면 의사소통 속도를 높일 수 있다. 무엇보다 김 대표가 IR에서 직접 시장과의 소통을 주도하는 만큼 팀을 직속으로 두는 것이 업무 처리에 더 효율적이다.

◇시장 소통 강화 목적으로 IR팀 '신설'

메리츠금 IR팀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2022년 말 메리츠금융이 단일 지주사 체제로 돌입하기 시작함에 따라 시장과의 소통 강화를 위해 신설한 팀이기 때문이다. 단일 지주사 체제 전환을 위해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을 상장 폐지하는 만큼, 메리츠금융의 IR 기능을 이전보다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었다. 그룹 IR을 전담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 이전 메리츠금융에는 IR을 전담하는 조직이 없었다. 각 상장사인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의 경영관리 역할에 한정되어 있었다. 2022년 초 메리츠금융의 조직도를 살펴보면, IR의 역할은 경영지원실 산하 경영관리팀 업무 중 일부였다. △경영계획과 수립 및 경영성과 관리 △재무기획·IR 등 △결산·회계·세무·자금관리 △총무·IT 지원 등이다.

이미지: 메리츠금융지주 조직도
2022년 2월

메리츠금융은 2022년 11월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한 이후 그해 말 IR팀 신설에 나섰다. IR팀을 이끌 임원도 영입했다. 김상훈 전 신한투자증권 크레디트 연구원이다. 김 상무는 2007년 동양증권 리서치센터 채권분석팀에서 몸을 담았다가 2012년 신한투자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부 크레디트팀으로 자리를 옮겨 부서장까지 오른 애널리스트다.

◇대표-IR임원 직접 소통…임원 외 호칭은 '님'

신설 직후 IR팀은 대표이사 직속 체제가 아닌 브랜드 홍보총괄 산하에 있었다. 몇 달 뒤 IR팀은 브랜드 홍보총괄에서 떨어져 나갔고 2023년 초 메리츠금융에 조직도를 보면 IR팀은 단독팀으로 구성되어 있고 그 상위에는 대표만 있다.

이미지: 221220-조직도
2022년 12월
이미지: 조직도
2024년 3월

결재 체계 단축을 위한 조직 개편이다. 불필요한 중간 결재 체계를 두지 않고, IR팀 임원을 대표와 직접 소통하도록 한 것이다. 또한 메리츠금융은 IR팀 임원 아래 부하직원들의 직급을 없애고 모두 '님'으로 호칭을 통일했다. 사내 의사소통의 속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다.

메리츠금융지주 관계자는 "김용범 대표이사는 IR에 참여해 시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며 "김 대표가 직접 시장과 소통하는 만큼, IR팀을 대표 직속으로 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속하고 효율적인 의사소통을 추구하기 위한 조치"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김 대표는 메리츠금융의 포괄적 주식 교환 이후 열린 첫 IR에 직접 출동해 시장과 직접 소통했다. IR팀을 대표 직속으로 두는 것이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메리츠금융의 CFO인 이동진 부사장은 경영지원실을 맡고 있다. 경영지원실장은 재무관리팀 뿐만 아니라 경영지원팀 등을 이끌며 최고인사책임자(CHO)의 역할도 수행하는 자리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