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 주주총회 직후 같은 장소에서 열린 지주사 ㈜대웅의 주총. 화두는 8년간 부결된 주주제안 주식배당 안건의 통과 여부였다. 그러나 보통주 1주당 0.05주의 주식을 배당하는 안건은 또 한 번 주총 문턱을 넘지 못했다.
더벨은 주총장 앞에서 송기호 ㈜대웅 CFO(최고재무책임자) 부사장(사진)을 만났다. 그는 구체적 답변은 피했지만 배당보다 그룹사 투자와 성장에 집중할 타이밍이라는 점은 강조하며 말했다.
◇주식배당 안건 통과 실패, "투자 유치 더 중요한 타이밍"
㈜대웅은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정기주주총회를 열었다. 자회사 대웅제약의 주총이 끝난 직후 지주사 주총도 같은 장소에서 진행됐다. 전년과 동일한 25억원의 이사 보수한도와 2억원의 감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이 원안대로 통과됐다.
다만 주주제안으로 상정된 1주당 0.05주의 주식배당 안건은 부결됐다. 2016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상정된 안건이지만 9년 연속 표결 문턱을 넘지 못했다. 주식배당은 미처분이익잉여금을 자본금으로 전환해 주식을 배당하는 일종의 주주친화 정책이다. 오너일가 및 회사측의 반대로 통과가 어려운 상황으로 해석된다. ㈜대웅은 주식배당 없이 연간 보통주 1주당 100원의 현금배당을 하고 있다.
웅그룹 재무 전략을 총괄하고 있는 송기호 CFO 부사장은 더벨과 만난 자리에서 "주주들이 배당하라고 하는데 지금은 그보다 투자 유치가 중요한 타이밍"이라며 "외부 자금 조달을 준비하는 것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 계획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대웅의 보수적 배당 정책은 대웅제약이 최근 이어온 공격적 투자와 연관이 있다. 대웅제약은 작년 상반기 화성시 향남읍에 1014억원 규모 나보타 3공장을 착공했다.
인도네시아 합작법인 셀라톡스바이오파마에는 작년에만 463억원을 출자해 나보타의 중동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삼고 생산기지 구축을 진행 중이다.
이외에도 최근에는 마곡 C&D의 투자 금액이 기존 705억원에서 1637억원으로 1000억원 가까이 늘었다고 공시했다. 마곡 C&D는 국내외 다양한 바이오텍과 신약 공동 개발을 위해 오픈이노베이션 거점으로 건립 중이다.
송 부사장은 1996년 삼일회계법인 공인회계사를 시작으로 KT 전략투자담당 부장, 대웅제약 재무팀 이사대우를 거쳤다. 2015년부터 한미사이언스에서 8년간 재무 총괄 이사를 맡았다. 작년부터 대웅제약 지주사 대웅으로 복귀해 CFO(재무최고책임자)를 맡고 있다.
◇대웅제약 중심 공격적 투자 영향, 자사주 매입 통한 자금 수혈
대웅그룹 지주사인 ㈜대웅은 안정적 현금흐름을 통해 계열사 지원에 힘써왔다. 자체 보유 사업은 없지만 여러 계열사로부터 받는 배당금을 통해 곳간을 채워왔다.
그러나 작년부터 현금 사정이 악화됐다. 자사주 매입으로 자회사 대웅제약 지원에 나서면서다. ㈜대웅은 작년에만 자회사 대웅제약 주식 53만140주를 600억원에 추가 취득했다.
이에 따라 2022년 말 49.94%였던 지분율은 작년 말 기준 52.65%가 됐다. 2022년 말 616억원이던 현금성자산은 작년 말 기준 39억원이 됐다.
작년에는 설립 후 처음 단기차입금도 빌렸다. 신한은행에서 '금융채 6개월+0.96%' 금리로 50억원을 대출했다. 그룹사 내부 사정이 안건 상정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대웅그룹 관계자는 "주총 안건 중 주식배당 안건은 부결됐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