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그레가 국내 신용평가사에 기업신용등급(ICR) 평가를 의뢰하여 'AA-, 안정적'을 부여받았다. 이번에도 회사채 발행과는 무관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등급이 확정되기 전날 빙그레는 천안의 신공장 부지를 매입하는 데 필요한 자금 전액을 자기자본으로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ICR을 계기로 회사의 재무 건전성에 높은 점수가 부된만큼 빙그레의 캐파 확장에도 긍정적인 신호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 기업신용평가 의뢰는 꾸준한데...공모채 발행은 '잠잠'
크레딧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빙그레는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로부터 ICR 평가를 받았다. 두 회사 모두 빙그레에 'AA-, 안정적'을 부여했다. 한신평은 2012년부터 빙그레의 ICR을 'AA-, 안정적'으로 평가해왔다. 나신평은 2013년 빙그레의 ICR을 A+에서 AA-로 상향 조정한 이래 동일한 등급을 유지해왔다.
빙그레는 2008년부터 국내 신평사들에 ICR 평가를 의뢰했다. 통상 ICR을 받으면 공모채 등 자금 조달 가능성을 높게 보는 경우가 많다. 회사채 발행에 앞서 최소 두 곳의 신평사로부터 본평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그전에 기업신용평가를 통해 자체 신용도를 확인해보는 것이다.
다만 이번에도 회사채 발행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올해도 공모채 시장의 문을 두드린 적이 없다. 지난 4월 50억원 규모의 기업어음(CP)을 발행했지만 직전 5년간 공모채를 포함한 증권 발행 내역은 전무했다.
내년 1분기 금리 인하 기대감에 발행사들이 공모채 시장에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빙그레는 이번에도 회사채 시장과 거리를 둘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 측 관계자는 "내년 초 별도의 회사채 발행 계획은 없다"고 하면서 "ICR 유효 기간인 1년이 지남에 따라 정례적인 차원에서 연장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 자기자본으로 천안 신공장 부지 매입...'재무 건전성 자신감' 쐐기
이번에 획득한 ICR은 자금 조달보다는 빙그레의 대외 신인도 공고화에 쐐기를 박을 것으로 보인다. 2020년 해태아이스크림과 합병한 이후에도 우수한 재무건전성을 유지하고 있으며 차입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기업 이미지를 고객과 투자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한신평과 나신평도 빙그레의 ICR을 산출하는 과정에서 재무 건전성 항목에 높은 점수를 부여했다. 한신평은 음식료산업 내 기업들의 ICR을 평가할 때 재무안정성(35%)에 가장 많은 비중을 두었다. 이후 평가 요소별로 등급 기호를 매겼는데 빙그레의 경우 최고 점수인 AAA를 책정했다.
나신평 역시 빙그레의 재무 건전성을 높게 평가했다. 나신평이 이번에 사용한 식품 평가방법론은 사업위험과 재무위험을 합산하여 최종 등급을 결정한다. 해당 방법론에 의하면 빙그레의 사업위험 실적과 전망은 A를 받은 반면 재무위험의 실적과 전망은 AAA를 획득했다.
양사 모두 빙그레가 우수한 영업현금창출력을 기반으로 한동안 양호한 재무 안정성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신평과 나신평 모두 EBITDA/매출액이 12%를 상회할 것인지가 향후 등급의 상향 여부를 결정지을 것이라고 보았다. 지난 9월 기준 빙그레의 EBITDA/매출액은 15.3%로 2022년 9월 당시 기록했던 9.1%와 비교해 6.2%p 늘어났다.
이번 ICR은 캐파 확장에도 긍정적인 시그널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빙그레는 지난 11월 30일 공시를 통해 천안시 신공장 건설을 위한 토지와 건물을 매입했다는 소식을 알렸다. 주목할 점은 매입에 소요되는 876억원의 자금 전액을 자기자본으로 조달한다는 것이다.
회사 측 관계자는 "ICR을 획득함으로써 천안 신공장 부지 매입에도 어느 정도 긍정적인 홍보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ICR을 통해 회사의 재무 건전성이 안정적으로 평가되는 만큼 무차입으로 부지 매입을 단행한다는 결정에도 신뢰가 더해졌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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