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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이사 보수한도 분석

조선업 부활, '보수'에도 훈풍 부는 HD한국조선해양

⑦호실적 예고 HD한국조선해양·HD현대일렉트릭은 증액…지주사만 감액

조은아 기자  2024-03-20 08:07:55

편집자주

대내외 불확실성이 고조되며 기업들이 허리띠를 조이고 있다.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등기임원 보수한도를 깎아 장기 불황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등 이사회 구성원이 먼저 보수한도를 삭감해 위기에 선제 대응하는 것이다. 더벨이 지난해와 올해, 재계 주요 그룹 내 상장사의 이사 보수한도 변화를 살펴본다.
10년 만의 호황을 맞아 HD현대그룹의 조선부문 중간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이 이사들의 보수한도를 증액한다. 출범 이후 첫 증액이다. HD현대일렉트릭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창립 이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는 등 분위기가 좋다.

정기선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몸담고 있는 두 회사의 희비가 엇갈린 점도 눈에 띈다. HD한국조선해양과 달리 지주사 HD현대는 보수한도를 줄인다. 그룹 내 상장사 8곳 가운데 이사 보수한도를 늘린 곳은 2곳, 줄인 곳은 1곳이다. 나머지 5곳은 전년과 같은 수준을 유지한다.

◇1조원대 영업이익 예고 HD한국조선해양, 보수한도 '첫' 증액

올해 HD한국조선해양은 이사 보수한도를 40억원으로 늘릴 예정이다. 2022년 기존 34억원에서 30억원으로 낮춘 뒤 2년 만의 증액이다. 증액 폭도 30% 이상으로 적지 않다. 보수한도를 조정하기 전 그해 실적을 놓고 면밀한 전망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올해 성적표에 대한 자신감을 엿볼 수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영업이익 2823억원을 내며 흑자 전환했다. 순이익도 1449억원을 거둬 흑자로 돌아섰다. 2022년 3566억원의 영업손실과 2952억원의 순손실을 냈다는 점을 고려하면 완벽하게 반등에 성공했다.

산업 특성상 수주한 일감은 2~3년 뒤에야 실적으로 반영된다. 2021년부터 해운 물동량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수주잔고가 차곡차곡 쌓였고 이때 확보한 일감이 지난해부터 본격 실적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수주잔고 추이를 볼 때 올해 실적은 더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에선 올해 HD한국조선해양의 영업이익이 1조원도 넘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2019년 출범했다. 보수한도는 내내 40억원이었으나 2021년 34억원으로, 2022년 다시 30억원으로 줄었다. 2021년은 무려 1조30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한 해다. 올해는 출범 이후 줄이기만 했던 보수한도를 늘리는 첫 번째 해가 될 전망이다.


HD한국조선해양과 함께 보수한도를 늘리는 HD현대일렉트릭 역시 분위기가 좋기는 마찬가지다. HD현대일렉트릭은 지난해 영업이익 3152억원(전년 대비 137% 증가)을 거둬 영업이익률 11.7%를 기록했다. 분사돼 설립된 이후 처음으로 영업이익률 두 자릿수를 달성했다.

올해는 더 좋다. 매출목표로 3조3020억원을 제시했다. 역대 첫 매출 3조원대 도전이다. 지난해 보수한도가 18억원, 지급한 보수가 14억1100만원으로 지급율이 80%에 가까웠던 만큼 한도에 여유가 없다는 점 역시 보수한도를 증액한 배경으로 꼽힌다.

HD현대일렉트릭은 2017년 설립돼 2018년부터 보수한도를 공개했다. 당시 40억원이었으나 2년 뒤 26억원으로 대폭 깎았고 다시 2년 뒤인 2022년 18억원으로 다시 깎았다. HD현대일렉트릭 역시 그간 줄이기만 했던 보수한도를 늘리는 첫 번째 해다.

◇지급액과 괴리 줄이는 HD현대, 보수한도 또 줄인다

그룹 지주사 HD현대의 보수한도는 올해 줄어들 예정이다. 그룹에서 보수한도를 줄이는 곳은 HD현대가 유일하다. HD현대는 2018년부터 보수한도를 공개하고 있는데 당시만 해도 보수한도가 40억원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꾸준히 뒷걸음질하고 있다. 2020년 34억원으로 준 데 이어 올해는 27억원으로 다시 줄어든다.

실제 지급액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HD현대의 지급액을 살펴보면 보수한도가 34억원이었던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지급액은 5억~12억원대에 그쳤다. HD현대뿐만 아니라 국내 주요 상장사들은 이사 보수한도와 지급액의 괴리가 상당하다는 점을 지적받고 있다.

최근엔 이 격차를 조금씩 줄이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올해 보수한도를 줄이는 상장사가 많은데 경영환경 악화에 대비하는 차원도 있지만 지급액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의도 역시 깔려있다. 실적 악화가 예상되는 만큼 주주들의 시선에도 한층 신경을 쓰는 모양새다.



HD현대그룹은 그나마 그 격차가 크지는 않은 편이다. 그룹 내 상장사 8곳 가운데 6곳이 출범한 지 채 10년도 되지 않았는데 출범할 당시부터 보수한도를 다른 곳보다는 현실적으로 잡았다. 대부분의 계열사가 보수한도를 40억원으로 잡았고 이후 실적 전망에 따라 늘리거나 줄여왔다.

이는 HD현대그룹으로 인수된 HD현대두산인프라코어만 봐도 알 수 있다. 2021년 인수가 마무리됐는데 이듬해 주주총회에서 바로 이사 보수한도를 3분의 1인 50억원으로 줄였다. 두산인프라코어 시절 보수한도가 무려 150억원이었는데 실제 지급한 보수는 15억원대로 10분의 1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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