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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급한' LGD, 배당 끌어온 해외법인들 '재무훼손'

작년 1.9조 규모 수취, 사상 최대치…중국법인 3곳, 흑자 불구 부채비율 급등

김경태 기자  2024-03-18 16:01:39
LG디스플레이가 작년 한 해에만 자회사에서 약 1조9000억원의 배당금을 수취했다. 역대 최대 규모로 전년보다 15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지난해 경영 상황이 악화되면서 자금난을 겪자 자회사들의 현금을 본사로 대거 끌어온 모양새다.

현금 확보를 위해 국내외 자회사에 대규모 배당금을 받는 것은 다른 국내 대기업도 활용하는 수단이다. 다만 적정 수준의 배당으로 종속사의 재무구조 훼손을 막는 기술이 필요한 영역이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중국 소재 법인들이 흑자에도 불구하고 큰 규모 배당 탓에 급격한 재무구조 악화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배당금수익 전년보다 15배 넘게 급증, 역대 최대 기록

18일 LG디스플레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배당금수익은 1조8957억원이다. 2022년 1223억원보다 15배 이상 급증했다. 지난해 거둔 배당금수익은 역대 최대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 미국, 일본, 대만, 베트남 등 글로벌 각지에 해외법인을 거느리고 있다. 연결 종속사에서 매해 꾸준히 배당을 받았다. 2010년대 중후반에 수천억원의 배당을 받았지만 1조원을 넘긴 적은 없었다. 이전 최대 기록은 2017년으로 6121억원이다.


LG디스플레이가 '역대급'으로 배당금을 수취한 배경에는 경영 악화로 인한 자금난이 자리잡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작년 연결 기준으로 2조510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별도 기준 영업손실은 3조8841억원이다. 연결 종속사보다 본사에서 부진이 더 심했다.

유동성 확보를 위해 대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하기도 했다. 작년 12월 18일 이사회를 열고 1조3579억원의 유증을 결정했다.

최근 주식시장에서 유증은 일종의 악재로 작용한다. 이를 고려해 LG디스플레이의 최대주주인 LG전자는 발빠르게 움직였다. LG디스플레이가 유증을 발표한 다음날 배정물량과 초과청약 한도를 더한 최대치를 청약하겠다고 밝혔다.

유증은 1조2926억원 규모로 이달 완료됐다. LG디스플레이는 유증으로 확보한 자금 중 4829억원을 운영자금으로 활용한다. 나머지는 시설투자자금 4159억원, 채무상환자금 3936억원으로 사용한다.

LG디스플레이는 유증이 한창 추진 중이던 때 신디케이트론으로 자금을 조달하기도 했다. 작년 12월 22일에 KDB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신한은행으로부터 6500억원 규모의 3년 거치, 2년 분할 상환 조건의 신디케이티드론 차입 계약을 체결했다.

◇중국 난징·광저우·옌타이법인, 자본총계 급감·재무 '흔들'

LG디스플레이뿐 아니라 다른 국내의 글로벌 대기업들도 현금 확보 수단 중 하나로 자회사 배당금 수취를 활용한다. 대표적인 곳이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도 작년 국내외 자회사 등에서 역대 최대 수준의 배당을 받았다.

다만 과도한 배당을 하면 자본총계가 급격히 감소해 재무구조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재무부서에서 배당 규모를 적절한 수준으로 관리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이번 배당 탓에 재무구조가 급격하게 흔들린 해외법인이 몇 있다. 대표적으로 중국 난징법인(LG Display Nanjing Co., Ltd.), 광저우법인(LG Display Guangzhou Co., Ltd.), 옌타이법인(LG Display Yantai Co., Ltd.) 등이다. 3곳 모두 지난해 흑자를 거뒀지만 자본총계가 급감했다.

난징법인의 지난해 말 자본총계는 7454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30.4% 가량 감소했다. 부채비율은 188.5%에서 400.6% 급등했다. 광저우법인의 자본총계는 작년 말 5133억원으로 전년보다 63.7% 급감했고 부채비율은 176.4%에서 644.2%로 올랐다. 옌타이법인도 비슷한 변화를 겪었다. 작년 말 자본총계는 3553억원으로 39.5% 줄었다. 부채비율은 2022년 말 34.3%에서 작년 말 52%로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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