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 방향을 대형에서 중소형으로 조정하고 있다. TV 수요가 주춤한 가운데 정보기술(IT) 기기 및 자동차향 OLED 수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
자본지출(CAPEX) 투자도 당분간 중소형 OLED 생산능력(캐파) 증대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국내외 사업장에서 전·후공정 투자를 동반 수행할 계획이다. 최근 유상증자와 신디케이트론을 통해 약 2조원 조달을 결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8세대급 OLED 경쟁에서 뒤쳐질 분위기를 보인다는 점이 주목된다. 경쟁사 삼성디스플레이가 먼저 뛰어든 영역인데 LG디스플레이는 그 결정을 아직 내리지 못했다. 당장 수익성과 재무건전성 약화에 따라 대형 부문 공장 가동률을 낮추고 신공장 설립도 속도 조절에 나섰다.
◇수조원 투입하는 중소형 OLED…"아이폰 이어 아이패드까지"
LG디스플레이는 2021년 8월 3조3000억원을 들여 중소형 OLED 시장 대응에 나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기존 모바일 외 태블릿, 노트북 등 신규 품목의 OLED 채택이 늘어남에 따라 안정적으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6세대 IT OLED 캐파를 확장할 계획이다.
중소형 OLED에서는 후발주자지만 애플 공급망 진입에 성공했다. 관련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는 배경이다.
애플은 이미 아이폰 전 모델에 OLED를 장착했고 올해 출시할 아이패드 일부에도 OLED를 넣기로 했다. LG디스플레이는 유기발광층을 2단으로 쌓은 '투스택 탠덤' 구조 OLED를 선제 개발한 상태다. 아이패드용 OLED 총 생산 수량의 절반 이상을 직접 공급할 전망이다. 더불어 삼성디스플레이 점유율이 압도적인 아이폰용 OLED에서도 LG디스플레이 비중이 늘어나는 흐름이다.
LG디스플레이는 이와 관련된 투자 비용은 3조648억원가량 집행한 상태다. 추가적으로 최근 알린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키로 한 2000여억원 중 일부를 관련 투자에 투입할 예정이다. 2017년부터 진행 중인 모바일용 OLED 확장 투자도 해당 자금을 통해 올해 1분기까지 마치기로 했다.
2개 건의 투자를 완료하면 LG디스플레이의 IT OLED와 모바일 OLED 캐파는 각각 월 1만5000장, 4만5000장까지 늘어나게 된다. 더불어 올해는 차량용 OLED 캐파도 확장하기로 했다.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완성차 전동화 트렌드로 내부 디스플레이 사용량이 증가한 데 따른 대응이다.
업계에서 주목하는 부분은 8세대급 OLED 투자다. IT, 자동차 등 OLED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주요 디스플레이 제조사는 OLED 유리원장 확대를 추진하는 추세다. 기존 6세대급에서 8.6세대로 전환해 한 번에 더 많은 패널을 찍어내기 위함이다. 가령 13인치 OLED를 만든다고 했을 때 6세대와 8.6세대 원장에서 생산량 차이는 각각 42장과 92장으로 50장에 달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26년까지 4조1000억원을 투자해 8.6세대 라인을 꾸리기로 했다. 중국 BOE는 지난해 11월 관련 시설투자에 약 11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반면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LG디스플레이는 검토 중에 이를 접기로 했다.
LG디스플레이는 "8.6세대 OLED 투자와 관련해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한 바 없다"며 "경쟁력 우위 및 기술 검증이 완료된 기존 6세대 전용 팹 기반으로 하이엔드 태블릿 시장을 선점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숨 고르는 대형 OLED, 적자 탈출 급선무
활발한 중소형 분야와 달리 대형 OLED 투자는 늦추기로 했다. 전방산업 업황 약화에 맞춘 결정이다.
LG디스플레이는 2019년 7월 초대형 OLED 선점 및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경기 파주에 10.5세대 OLED 공장을 짓는다고 밝혔다. 중국 광저우에서 8세대 OLED 공장을 가동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발표한 것으로 TV 시장을 겨냥한 투자였다. 백색(W) 유기소자 기반의 WOLED다. IT용 OLED에서의 8.6세대는 적색(R) 녹색(G) 청색(B) 유기소자를 배열한 RGB OLED다.
문제는 OLED TV 판매량이 기대만큼 대폭 늘지 못한 점이다. 여전히 액정표시장치(LCD) TV와 가격차가 있는 데다 미니LED 기반 제품까지 등장해 OLED TV 구매 수요가 떨어졌다.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로 소비심리가 살아나지 못한 것도 한몫했다. LG디스플레이는 그 여파로 작년 3분기까지 6개 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결국 LG디스플레이는 광저우와 파주 내 대형 OLED 라인 가동률을 낮췄다. 또한 10.5세대 관련 투자를 5년 정도 미뤘다. 종료 시점이 2023년 3월에서 2028년 3월로 밀렸다.
LG디스플레이는 "초대형 OLED 생산시설은 국내 파주 P10 건물을 완공했다"면서 "다만 코로나19 등 거시 경제 불확실성으로 초대형 OLED TV 생산 설비 투자 집행은 연기됐다. 2028년 1분기 진행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