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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노트, 적자에도 배당 강행 '오너일가' 웃는다

엔데믹에 영업적자 전환, 조영식 의장 외 특관 지분 70% 육박

차지현 기자  2024-02-28 15:31:37
바이오노트가 배당액을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축소했다. 엔데믹 전환에 따른 진단키트 수요 감소로 상장 이후 첫 적자를 기록한 영향이다. 2조원대 인수합병(M&A)을 위해 자회사 유상증자에 사실상 단독 참여하면서 대규모 현금 유출이 발생한 탓도 있다.

규모는 줄었지만 적자에도 배당을 한다는 점은 주목할 지점이다. '깜깜이 배당' 문제 해소 차원에서 배당기준일도 주주총회 이후로 바꿨다. 다만 특수관계자 지분이 70%에 달하는 만큼 결국 배당은 오너일가에 우호적인 정책이라는 평가도 있다.

◇엔데믹에 실적 '뚝', 배당액도 전년 대비 반토막

바이오노트는 2023년 회계연도에 대한 결산배당액을 204억원으로 결정했다고 27일 공시했다. 내달 개최하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해당 안건을 통과하고 배당금 지급 예정일 등을 결정한다.

배당총액은 전년도인 2022년 회계연도 499억원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로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바이오노트는 기업공개(IPO) 이후 첫 배당을 단행하면서 배당 규모를 비상장 시기와 동일한 수준으로 맞췄다. 당시 전년 대비 실적이 악화한 상황에서도 배당 기조를 유지했으나 이번엔 배당 축소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는 급전직하한 실적 때문이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전년보다 81% 급감한 901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470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엔데믹과 함께 진단키트 수요가 줄면서 실적 악화를 면치 못했다.

자회사 에스디바이오센서가 추진한 유상증자에 거의 단독 참여하면서 대규모 현금 유출이 발생한 것도 배당을 줄인 배경으로 꼽힌다. 앞서 에스디바이오센서는 미국 체외진단 업체 메리디언바이오사이언스를 약 2조원에 인수하면서 발생한 차입금을 상환키 위해 지난해 7월 228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바이오노트는 사실상 물량 대부분인 2260억원을 출자했다.

◇적자전환에도 배당 결정, "오너일가 배불리기" 지적도

배당 규모는 줄었지만 적자에도 배당을 이어갔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바이오노트는 배당 정책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진 않고 있다. 다만 IPO 당시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주주이익 극대화를 전제로 이익 일부분은 주주에게 환원한다고 적시했다. 이 주요 수단을 배당으로 지칭했다.

통상 기업들은 배당 재원 기준을 비경상적인 손익을 제외한 당기순이익으로 삼는다. 당기순이익이 늘면 배당을 늘리고 당기순손실이 나면 배당을 줄인다. 바이오노트는 작년 순손실로 돌아섰기 때문에 배당을 집행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주주환원을 위해 배당을 실시키로 했다는 게 바이오노트 입장이다.

바이오노트는 관계자는 "적자지만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배당을 실시했다"면서 "이번 적자는 재고자산 충당금 처리에 따른 것으로 일시적 비용을 빼면 흑자인 것도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이른바 '깜깜이 배당'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배당기준일을 주주총회 이후로 바꾼 점도 눈에 띈다. 회사가 정한 이번 결산배당의 배당기준일은 내달 31일이다.

작년엔 연말 주주명부를 기준으로 배당받을 주주를 우선 확정한 뒤 이후 주주총회에서 배당 여부와 배당액을 결의하는 형태였다. 이번엔 투자자가 배당액을 미리 확인 후 투자할 수 있게 됐다. 이 역시 주주친화 행보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다만 일각에선 바이오노트의 경우 배당은 결국 오너일가의 이익으로 이어진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1월 초 기준 조영식 이사회 의장 지분이 44.79%로 압도적으로 높다. 특수관계자까지 포함한 지분은 69.72%에 달한다.

결국 배당의 70%가 오너일가에게 귀속된다. 바이오노트는 물론 에스디바이오센서까지 최대주주로 있는 조 의장은 작년 양사로부터 총 343억원의 배당금을 수령해 제약업 오너 중 가장 많은 배당을 받은 인물로 꼽혔다.

이번을 기점으로 결산배당 기준일을 주주총회 이후로 바꾼 걸 오너일가에 유리한 결정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조 의장은 지난 달 장녀 조혜임 에스디바이오센서 전무에게 지분 500만주를 증여했다. 주식을 상속받은 조 전무가 더 많은 배당을 수령토록 배당기준일을 증여 이후로 설정했다는 의견이 나온다.

◇줄어든 현금 곳간, 업황도 불안…배당컷 관측도

자연스레 향후 배당 정책 변화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재 바이오노트는 배당을 확대하기에 녹록지 않다. 순영업활동현금흐름(NCF)이 마이너스(-)로 전환했고 현금 보유고도 대폭 줄었다. 지난해 3분기 말 연결 기준 현금성자산은 423억원이다. 작년 말 7208억원 대비 94% 축소됐다.


당분간 업황 회복도 불확실하다. 코로나19 진단 수요 자체가 줄어든 데다 재고 부담도 커질 것으로 점쳐진다. 코로나19 등 진단키트의 유통기한은 수개월에서 1년에 불과하다. 동물진단 사업으로 코로나19 제품 이외의 매출 비중을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를 내놨지만 팬데믹 시기와 비슷한 정도의 실적은 기대하기 어렵다.

바이오노트 관계자는 "주주환원정책 계획은 아직 확정된 바 없으나 지속해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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