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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집단 톺아보기

계열사 20곳 거느린 심텍, 경영 울타리 '든든'

④연결 매출 25% 내부서 발생, 자회사 CB 상환 부담은 상존

김소라 기자  2024-02-14 14:39:29

편집자주

사업부는 기업을, 기업은 기업집단을 이룬다. 기업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영위하는 사업의 영역도 넓어진다. 기업집단 내 계열사들의 관계와 재무적 연관성도 보다 복잡해진다. THE CFO는 기업집단의 지주사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들을 재무적으로 분석하고, 각 기업집단의 재무 키맨들을 조명한다.
반도체용 인쇄회로기판(PCB) 업체 심텍이 계열사를 통해 든든한 경영 안전판을 마련했다. 매출·매입 거래를 비롯해 활발한 자금 융통을 통해 상호간 재정 상황을 보완하는 모습이다. 총 20개 계열 법인으로 구성된 만큼 상대적으로 높은 재무 융통성을 확보한 점이 돋보인다.

기업 집단 체계가 온전히 자리잡은 배경으론 지주사로의 전환이 꼽힌다. 심텍 그룹은 2016년 1월 현재의 지주 지배구조 체제를 완성했다. 영업 수익 확보, 지분 투자 등을 통해 덩치를 불리며 설립 30여년만에 중견 기업으로 점프한 덕이다. 영업 법인 관리 주체와 사업 영위 주체가 수직 분리되며 보다 체계적인 그룹 지배 단초를 마련했다.

심텍 그룹은 계열 법인 간 활발히 거래를 전개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계열 법인 가운데 특수관계자로 분류된 총 11개사와 상호간 다양한 자금 거래를 진행했다. 최상위 지배기업인 지주사 '심텍홀딩스'를 포함해 해외 소재 영업·제조 법인, 투자 지주업체 등과 활발히 교류했다.


내부 영업 거래는 최근 눈에 띄게 늘었다. 특수관계자 대상 매출분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850억원을 기록했다. 동기간 전체 연결 매출액의 약 25% 수준이다. 그룹 내부 제품 매출 거래를 통해 유의미한 수익을 확보한 그림이다. 직전년도 같은 시기 발생한 내부 매출 거래액 대비 12배 넘게 증가했다.

수익 방어 측면에서 계열사는 든든한 우군이 됐다. 지난해 심텍은 반도체 다운사이클 영향으로 영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실제 핵심 고객사향 매출이 크게 주저앉았다. PCB 주 납품처인 '삼성전자' 대상 매출은 지난해 3분기 누적 2670억원으로 1년만에 40% 이상 감소했다. IT 기기 수요 둔화에 따라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재고가 누적됨에 따라 고객사의 신규 PCB 매입분도 줄어든 영향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부 거래는 매출 안전판이 됐다.

해외 영업 법인 대상 매출이 주효했다. 심텍은 해외 법인을 거느리고 있는 중간 지주사 격인 'SIMMTECH INTERNATIONAL PTE. LTD'를 대상으로 지난해 가장 많은 수익을 확보했다. 직전년도 대비 약 16배 늘어난 1780억원의 매출이 잡혔다. 해당 법인 산하엔 일본, 대만, 미국, 홍콩 계열사가 위치해 있다.


가욋 수익도 쏠쏠히 거둬 들였다. 심텍은 지난해 지주사 심텍홀딩스 대상 10억원의 이자 수익을 인식했다. 현재 310억원의 자금을 지주사에 빌려주고 있는 상황이다. 이 시기 말레이시아 소재 PCB 제조 업체 'SUSTIO SDN. BHD'에서도 수익을 넉넉히 확보했다. 자산 매각을 비롯 구매 대행 서비스를 제공해 약 650억원의 매출을 잡았다.

동시에 심텍은 자회사 영업 부담도 감내해야 했다. 해외 소재 PCB 제조 법인들이 수혈한 자금을 대신 상환했다. 중국 '신태전자(서안) 유한공사' 및 일본 'Simmtech Graphics Co., Ltd'를 거느린 자회사 '글로벌심텍'의 기발행 사채를 조기 상환했다. 지난해까지 글로벌심텍 2~3회차 전환사채(CB) 취득에 총 820억원을 지출했다.

심텍 관계자는 "글로벌심텍 산하 일본 자회사는 현지 비메모리 시장 확장을 목표로 2016년 신규 인수했던 곳"이라며 "다만 이미 적자 상태 법인으로 부채도 상당 부분 안고 있었던 탓에 아직 재무적으로 보완이 필요한 상황이고 향후엔 비메모리 매출 확보를 통해 턴어라운드 할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계열사 살림도 근접 거리에서 챙기고 있다. 심텍 임원들이 주요 계열사 임원을 겸직하며 재무, 경영 상황을 계속해서 점검 중이다. 2022년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김영구 대표가 대표적이다. 김 대표는 현재 계열사 9곳 임원으로 등재돼 있다. 주 사업 법인인 중국, 일본 제조사를 비롯해 해당 법인 중간 지주사인 글로벌심텍 등에 모두 등기 임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심텍의 경우 대규모 조달 등 상대적으로 자금 거래가 활발한 곳인 만큼 상근 임원으로 재직하며 경영에 밀접히 관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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