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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집단 톺아보기

'반도체 PCB 한 우물' 심텍, 달콤한 지주사 결실

①2015년 인적분할 통해 체제 확립, '신태전자' 비히클 활용

김소라 기자  2024-02-07 14:50:30

편집자주

사업부는 기업을, 기업은 기업집단을 이룬다. 기업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영위하는 사업의 영역도 넓어진다. 기업집단 내 계열사들의 관계와 재무적 연관성도 보다 복잡해진다. THE CFO는 기업집단의 지주사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들을 재무적으로 분석하고, 각 기업집단의 재무 키맨들을 조명한다.
반도체용 PCB(인쇄회로기판) 업체 '심텍'이 지주사 체제 하에 안정적으로 외형을 키우고 있다. 법인 관리 및 사업 운영 주체를 각각 분리해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을 택했다. 수직 계열체계 확립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 면에서 이는 긍정적 마일스톤으로 꼽힌다.

배경은 메모리 모듈 PCB 분야에서의 오랜 노하우 축적이다. 1987년 설립 이후 40여년간 반도체 PCB 부문 한 우물을 파왔다. 이 기간 PC, 통신, 모바일 등 IT 시장이 폭발적으로 개화함에 따라 심텍도 성장 가도에 올라탔다. 현재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IT 업체 대상 PCB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심텍은 지주사 '심텍홀딩스'를 윗단에 두고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사업과 투자 영역이 분리된 구조다. 이같은 체제는 2016년을 기점으로 8년째 이어져왔다. 당시 인적 분할을 통해 현재 심텍이 분리 신설됐고 기존 법인은 심텍홀딩스로 사명을 바꿔 잔존했다.

심텍은 2010년대 초 지주사로의 요건을 충족했다. 모바일 기기를 중심으로 PCB 공급 물량을 늘리면서 꾸준히 성장을 구가한 점이 주효했다. 그 결과 기업 외형이 크게 확대됐다. 구체적으로 2012년 별도 기준 자산총계 5000억원을 돌파, 중견기업 반열에 올랐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요건도 자연스레 충족됐다.

당시 지주사 체제 전환을 위해 양사는 계열법인을 적절히 활용했다. 중국 현지 PCB 제조사인 '신태전자'를 그룹 수직 계열체계 완성을 위한 비히클로 삼았다. 신태전자에 대한 현물출자를 통해 심텍홀딩스가 심텍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하는 식이다. 심텍은 심텍홀딩스로부터 신태전자를 가져왔고 그 대가로 심텍홀딩스에 지분을 넘기는 3자 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신태전자를 심텍 산하에 배치, 제조 부문을 통합하면서 결과적으로 생산 프로세스를 효율화하는 효과도 거뒀다.


심텍 그룹은 여러 계열 법인을 거느린 기업 집단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심텍 및 심텍홀딩스를 포함한 총 20개 기업이 계열 법인으로 연결돼 있다. 구체적으로 PCB 제조, 판매를 비롯해 해외 영업, 완제품 검사, 물류 서비스 등 전체 비즈니스 사이클에 맞춘 하나의 줄기를 완성했다. 심텍홀딩스를 필두로 투자업만 전문적으로 영위하는 연결 조직도 꾸렸다. 이는 각각이 지주사 형태로 국내외 총 8개 기업이 해당 사업 부문으로 분류됐다.

외형 성장도 가파르게 이뤄졌다. 심텍은 2021년을 기점으로 시가총액 1조원을 돌파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대응에 따른 시장 양적완화 기조와도 맞물렸다. 올해도 기업가치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이날(7일) 기준 심텍 시가총액은 1조400억원으로 코스닥 전체 상장 회사 가운데 상위 3% 내 랭크돼 있다. 지주사 체제 아래 안정적으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그림이다.

이 기간 경영상 변동 사항은 감지되지 않았다. 창업주인 전세호 회장이 계속해서 경영 운전대를 잡고 있는 상황이다. 전 회장은 1987년 심텍(현 심텍홀딩스) 설립 후 현재까지 사내이사로 경영 일선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심텍과 심텍홀딩스 양사 이사회 의장을 겸임 중이다. 다만 대표이사직은 모두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있다. 표면적으로 소유와 경영을 분리한 그림이다.

단기적으로 신규 사업 진출과 관련한 입장을 밝힌 것은 없다. 현재 PCB 제조 단일 사업만 영위하는 상황이다. 반도체용 PCB 부문 기술 진입 장벽이 높은 만큼 동일 제품에서의 유의미한 경쟁자도 없다는 설명이다. 다만 향후 성장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더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PCB 제품군으로의 확장은 지속 시도한다는 방침이다. 패키지 서브스트레이트가 대표적이다. 이는 반도체 칩 접속, 통합 측면에서 기능하는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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