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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집단 톺아보기

전세호 심텍 회장, 2세 승계 시나리오 '안갯속'

⑥해외법인 통한 '물밑 준비'…지분 이양 과제, 관계사 활용 '가능성'

김소라 기자  2024-02-16 15:17:27

편집자주

사업부는 기업을, 기업은 기업집단을 이룬다. 기업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영위하는 사업의 영역도 넓어진다. 기업집단 내 계열사들의 관계와 재무적 연관성도 보다 복잡해진다. THE CFO는 기업집단의 지주사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들을 재무적으로 분석하고, 각 기업집단의 재무 키맨들을 조명한다.
반도체용 인쇄회로기판(PCB) 업체 심텍이 뚜렷한 2세 승계 시나리오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올해로 37년째 경영 운전대를 잡고 있는 전세호 회장의 뒤를 이어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후계 구도가 명확치 않은 상황이다. 별도 주식 증여 작업도 관측되지 않고 있다.

지배력을 탄탄히 구축해 둔 점은 믿을 구석이다.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한 전세호 회장을 주축으로 심텍 그룹은 공고한 수직 체계를 형성하고 있다. 향후 증여세 납부 등 2세 대상 지분 승계 작업만 순조롭게 이뤄진다면 그룹 세대 교체는 무리 없이 진행될 전망이다.

심텍은 현재 본격적인 승계 작업을 전개하지 않고 있다. 내부적으로도 관련한 논의가 정식으로 이뤄지는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그룹 지주사인 '심텍홀딩스'에도 전 회장 외 후계자로 추정할 만한 주주는 없는 상황이다.

심텍 관계자는 "당장 비메모리 반도체 부문으로의 사업 무게추 이동이 가장 중요한 현안이다 보니 지금은 기업 승계를 위한 절차를 따로 밟고 있지 않다"며 "전 회장도 경영 일선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상황"이라 설명했다.


가업 승계를 위한 밑그림은 일부 그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전 회장의 아들이 과거 그룹 계열 법인에 몸 담았다. 싱가포르 소재 계열사로 산하에 여러 해외 영업 법인을 거느린 중간 지주사다. 자체적으로 사업을 전개하진 않고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경영 자문 등을 담당하는 투자사 역할을 하고 있다. 해당 법인은 심텍홀딩스가 심텍과 더불어 유일하게 경영 참여 목적으로 지분을 보유한 'Simmtech International Pte. Ltd'로 추정된다. 회사 측은 성명 등 2세와 관련한 개인 정보에 대해선 함구했다.

현재 심텍홀딩스 연결 매출 대부분이 수출에서 발생하는 만큼 글로벌 거점들을 관리하고 계열 법인 간 거래 프로세스를 파악하는 일을 선제적으로 경험토록 한 것으로 보인다. 절대적인 재직 기간이 길진 않다. 싱가포르 법인의 경우 지난 2021년 4월경 설립됐다. 설립 당시부터 재직했다고 단순 가정해도 3년이 채 안되는 기간이다.

다만 이는 승계를 위한 포석을 놓는다는 점에선 유의미하다. 당초 존재하지 않던 중간 지주사격 법인을 새로이 만든 그림이다 보니 2세 재직과 관련해 다양한 함의를 부여할 수 있다. 일례로 신생 법인 초기 셋팅 작업과 그 성과를 토대로 경영 대물림 명분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자녀의 사업 현안 대응 등 기업 운영 자질을 직접 시험해 볼 수도 있다.

향후 남은 과제는 지배력 이양 작업이다. 현재 2세는 심텍에 대해 별도 지분을 갖고 있지 않다. 지주사인 심텍홀딩스에도 승계 준비를 엿볼 수 있는 주요한 주주는 없다. 친인척으로 분류돼 특수관계인에 올라 있는 전혜연씨가 있으나 현재 해외 계열사에 재직 중인 2세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전혜연씨 역시 승계 작업 등을 비추어볼 때 극소량의 지분만 보유 중이다. 구체적으로 심텍홀딩스 전체 지분의 0.01%인 3681주를 갖고 있다.


전 회장은 현재 강력한 수직 지배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달 기준 지주사 심텍홀딩스에 대해 56.2%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막강한 지배력을 갖춘 결정적 계기는 2015년 진행된 인적 분할이다. '심텍홀딩스→심텍'으로 이어지는 수직 체계를 갖추기 위해 당시 심텍홀딩스는 현물출자 방식의 유상증자를 진행했고 전 회장이 심텍 지분을 넘기는 대가로 지주사 신주를 배정받으면서 지분율을 큰 폭으로 높였다. 심텍에 대한 단일 지분은 갖고 있지 않다. 33%대 지분을 가진 심텍홀딩스를 통해 간접 지배하는 구조다.

승계 비히클 활용 여지가 있는 일부 특수관계사는 감지된다. 싱가포르 소재 법인인 'LIGHTMAC PTE. LTD'다. 현재 심텍홀딩스의 기타 특수관계법인으로 분류돼 있다. 2세 재직 싱가포르 영업 관리 법인이 설립된 해와 동일한 2021년 신규 설립됐다. 전 회장에 이어 심텍홀딩스 단일 지분으론 가장 많은 보유분을 갖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심텍 측은 "그룹과 특별히 관련이 있는 곳은 아닌 것으로 안다"며 "과거 심텍홀딩스 회사채에 투자하며 인연을 맺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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