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재무전략은 사업과 기업가치를 뒷받침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사업자금이 필요하면 적기에 조달을 해야 한다. 증자나 채권 발행, 자산 매각 등 방법도 다양하다. 현금이 넘쳐나면 운용이나 투자, 배당을 택할 수 있다. 그리고 모든 선택엔 결과물이 있다. 더벨이 천차만별인 기업들의 재무전략과 성과를 살펴본다.
신세계건설은 잇단 자금조달로 현금성자산을 확보하며 재무 부담의 급한 불을 껐다. 이마트가 지분 100% 소유하고 있던 신세계영량호리조트 합병을 통한 현금 유입 그리고 신세계I&C의 채권 매입 등으로 한숨을 돌렸다.
불씨가 완전히 꺼졌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분양 무덤이라 불리는 대구 지역 주택 사업의 추가 대손 가능성이 열려 있는 탓이다. 다만 모회사의 지원 여력은 점점 약화하고 있다. 신세계건설의 최대 주주인 이마트의 경우 영업실적 부진으로 차입구조가 악화하고 있다.
◇미분양 지역 1위 대구에 쏠린 주택 사업
신세계건설은 2018년 주택 브랜드 빌리브를 선보였다. 적극적인 수주 활동으로 2019년 17.6%이던 주택 사업 비중은 2020년 29.5%, 2021년에는 34.2%로 올랐다. 작년 3분기에는 비중이 26.4%로 줄었지만 주택 사업은 여전히 전체 매출의 5분의 1 차지하고 있다.
다수의 주택 프로젝트가 분양사업성이 낮은 주상복합과 분양 험지로 꼽히는 대구 지역에 몰리며 미분양 리스크가 발생했다. 신세계건설은 발주 물량이 많고 공사 수주가 상대적으로 쉬운 대구와 그 외 지방 지역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했는데 미분양리스크로 대금 지급이 늦어지고 미청구공사액이 늘어나면서 실적 감소가 본격화됐다.
신세계건설이 대구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총 규모는 6291억원으로 이 중 빌리브 헤리티지·빌리브 루센트·빌리브 라디체의 총 도급액은 3300억원에 달한다. 해당 사업장의 분양률은 작년 9월 말 기준 20%대 초반을 나타냈다. 각각 22.6%, 21.6%, 22.9%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대손상각비는 각각 55억원, 114억원, 196억원을 나타냈다.
신세계건설은 이에 영업적자 903억원, 당기순손실 766억원을 내며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수익성 저하로 영업현금흐름(OCF)도 마이너스(-) 17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공사미수금 증가로 운전자본 부담도 커지며 잉여현금흐름(FCF)은 -1842억원을 나타냈다.
◇영랑호리조트 인수합병·신세계 I&C 채권 매입
같은 기간 현금성자산이 1411억원인 상황에서, 1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1818억원의 차입금(리스부채 포함)과 금융비용 등이 다가오자 계열사의 지원이 불가피했다.
신세계영랑호리조트 합병이 대표적이다. 영랑호리조트는 이마트가 지분을 100% 보유한 곳으로, 신세계건설은 합병 목적을 경영효율 증대와 건설·리조트사업 통합 시너지 극대화라고 밝히고 있다. 다만 업계는 신세계건설의 유동성을 강화 방안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신세계건설은 지난 26일 신세계영랑호리조트 인수합병을 완료로 자본 659억원이 유입되는 효과를 얻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신세계건설의 부채비율은 영랑호리조트 인수합병으로 작년 9월 말 기준 470%에서 356% 수준으로 개선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회사채를 발행하는 방식으로도 지원을 받았다. 신세계I&C와 KDB산업은행으로부터 각각 600억원, 1400억원을 조달받았다. 신세계I&C는 2021년 390억원 수준이었던 연간 순이익이 그 다음해에 841억원으로 2배 이상으로 늘어난 곳이다.
◇추가 대손 위험 속 약화하는 그룹 지원여력
다만 대구 지역 프로젝트들의 추가 대손 인식 가능성에 따른 추가 자금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대구의 미분양 주택이 2023년 11월 말 기준(1만328가구)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서울 미분양 주택이 877가구인 것과 극명히 대비된다.
이 가운데 신세계그룹의 지원 여력은 점점 더 약화하고 있다. 특히 신세계건설의 주요 주주인 이마트의 경우 비유통부문이 매출 성장에도 불구하고 오프라인 판매관리비, 식음료 부문의 원재료비용 증가, 건설사업 영업적자 등으로 수익성이 하락하고 있다.
이마트 가양점·성수점 매각(1조9000억원)과 자회사 신세계라이브쇼핑 매각(1600억원) 등으로 차입부담을 완화했지만, 유통 식음료 부문의 점포망 투자와 영업실적 부진 등의 영향으로 작년 9월 말 기준 부채비율 150.5%, 차입금 의존도 34.1%로 상승했다.
앞서 이마트는 SK야구단, 지마켓, 더블유컨셉코리아 인수, 에스씨케이컴퍼니 지분 추가 취득, 미국 와이너리 인수 등 적극적인 투자정책으로 차입부담이 높아졌다.
현재 신세계건설은 유동성 확보를 통해 추가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금 필요할 경우 보유 자산을 매각하는 등 여러 경로로 자금을 조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신세계건설 관계자는 "현시점에서 구체적으로 정해진 안은 없다"면서도 "보유 자산을 매각해서라도 필요시 자금 조달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룹 차원에도 건설의 상황을 유의미하게 지켜보며 필요시에는 (지원에) 나설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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