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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집단 톺아보기

변곡점 찍은 LG엔솔, 공모자금 소진 후 부채 부담

⑤지난해 CAPEX 10.9조, IPO 유입 자금 수준…시장 둔화로 현금 유입 둔화 우려

박기수 기자  2024-02-02 10:08:58

편집자주

사업부는 기업을, 기업은 기업집단을 이룬다. 기업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영위하는 사업의 영역도 넓어진다. 기업집단 내 계열사들의 관계와 재무적 연관성도 보다 복잡해진다. THE CFO는 기업집단의 지주사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들을 재무적으로 분석하고, 각 기업집단의 재무 키맨들을 조명한다.
10조9000억원, LG에너지솔루션이 최근 실적발표를 통해 밝힌 작년 자본적지출(CAPEX)액이다. 현금흐름표 상 2022년 초 기업공개(IPO)로 유입된 현금은 10조964억원. 국내 자본시장 역사 상 '역대급' IPO였지만 1년 만에 IPO로 끌어온 자금은 모두 동났다. 다행인 점은 2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냈다는 점이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IRA) 첨단제조 생산세액공제 제도(AMPC)의 수혜를 받았지만 그 효과를 제외하더라도 LG에너지솔루션은 작년 연결 기준 1조4863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 순차입금비율 등 기업 재무상태를 가늠하는 대표 재무지표들도 여전히 양호하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LG에너지솔루션의 최근 실적발표에 따르면 회사는 2022년 말 이후 재무부담이 증가했다.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2022년 말 86%, 21.2%에서 작년 말 각각 86.4%, 24.1%로 소폭 높아졌지만 순차입금비율은 눈에 띄게 높아졌다. 10.5%에서 24.1%로 13.6%포인트 상승했다.


24.1%의 순차입금비율도 높은 수준이라고는 보기 힘들다. 다만 추세가 중요하다. 순차입금비율 증가의 요인은 보유 현금 대비 차입금의 비중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영업에서 벌어들인 현금으로는 작년 수준의 CAPEX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LG에너지솔루션은 작년 말 연결 총차입금으로 10조9320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 말 총차입금 8조1093억원 대비 34.8% 늘어난 수치다.

작년 막대한 CAPEX를 감당할 수 있었던 이유는 기업공개로 유입된 10조원이라는 돈다발과 AMPC 효과를 제외하고도 4%대의 영업이익률을 냈던 경쟁력 덕분이었다. 올해는 그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여기에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배터리 시장의 성장 둔화로 이전처럼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을 창출하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 등 배터리 업체들의 수익성이 예년같지 않을 것"이라면서 "AMPC 효과로 영업이익 상 흑자는 보겠지만 AMPC 효과를 제외한다면 영업적자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 속에 올해 LG에너지솔루션은 작년과 비슷한 CAPEX 투자를 예고했다. 지난 달 말 4분기 실적발표회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CAPEX는 지난해 집행한 10조9000억원 수준과 유사할 것"이라면서 "현재 계획된 투자 프로젝트 기준으로 추산하면 오는 2026년부터는 점진적인 감소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CAPEX 집행 재원으로 부채 조달을 꼽았다. 회사채 발행과 저리의 장기 차입금을 이용한다는 계획이다.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해 부채총계가 작년 말 21조640억원에서 상당 부분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부채성 조달 외 자본을 끌어올 여지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경쟁업체가 했던 방법처럼 메자닌 발행 등을 통해 투자 재원을 마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라면서 "LG화학의 지분율이 81.84%로 여전히 높은 편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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