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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딜 그 이후

남겨진 현대퓨처넷, 어떻게 변화했나

①물적분할 당시 현금성 자산 확보 묘수…'방송→화장품소재·사이니지' 사업구조 탈바꿈

박서빈 기자  2024-01-26 07:30:25

편집자주

인수합병(M&A), 기업공개(IPO) 등 '빅딜(Big Deal)'은 기업의 운명을 가른다. 단 한 건의 재무적 이벤트라도 규모가 크다면 그 영향은 기업을 넘어 그룹 전체로 영향을 미친다. 그 영향은 긍정적일수도, 부정적일수도 있다. THE CFO는 기업과 그룹의 방향성을 바꾼 빅딜을 분석한다. 빅딜 이후 기업은 재무적으로 어떻게 변모했으며, 나아가 딜을 이끈 최고재무책임자(CFO) 및 재무 인력들의 행보를 살펴본다.
현대HCN은 사업구조 변동을 위해 2020년 말 방송·통신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현대HCN을 신설하고 디지털 사이니지·기업메시징 사업은 존속해 현대퓨처넷으로 탈바꿈했다.

당시 현대HCN은 성장 동력이 꺼진 상태였다. 이정환 상무와 전승목 상무로 이어지는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수익성 방어를 목적으로 매출액 대비 22~23% 수준으로 판관비를 통제했지만 영업이익 감소를 피하지 못하고 있었다. 인터넷TV(IPTV)의 폭발적 성장과 대형 프로그램공급자(PP)들의 단가 인상의 영향을 받고 있는 탓이었다.

3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현대퓨처넷으로 변화한 현대HCN은 과거와 180도 다른 사업구조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매출 비중이 2019년 말 방송 (41%), 광고(34.2%), 인터넷(15.2%)에서 화장품 소재(60.5%), 사이니지(21.3%), 메시징(11.3%)로 변화했다. 방송·광고에 치중된 사업 영역이 현대HCN 매각과 SK바이오랜드 인수로 완전히 바뀌었다.


화장품 소재, 사이니지, 메시징 등은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받는 사업들이다. 화장품 소재 사업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동물성 원료 사용에 대한 불안 요소 확대와 화학원료에 대한 환경규제 강화로 천연소재가 각광을 받아 시장 성장성이 높다고 알려졌다.

디지털 사이니지 사업은 공공장소와 상업 공간에 LED 등 디스플레이 스크린을 서맃해 정보, 오락, 광고 등의 영상콘텐츠를 제공하는 신기술 미디어로 최근에는 5G 상용화 및 ICT 기술(AI, IoT,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과의 융합으로 확장성이 높다.

메시징 서비스는 기업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무선통신 기술 발달에 따라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데이터 전송이 가능해지면서 RCS(Rich Communication Services: 문자 외 이미지, 영상, 채팅 등이 가능한 메시징 서비스)로 발전 및 대체가 이루어지고 있다.

사업구조 변화에는 문적분할 당시의 묘수가 자리 잡고 있다. 회사를 '현대퓨처넷'과 '현대HCN'으로 물적분할하고, 방송·통신사업 부문을 영위하는 현대HCN과 현대퓨처넷의 100% 자회사 '현대미디어'의 지분을 매각하며 저성장 사업을 완전히 정리한 것이다.

현금성 자산을 충분히 확보한 것도 큰 역할을 했다. 현대HCN은 현금성자산 3500억원 중 200억원만 현대HCN에 두고 나머지는 존속회사인 현대퓨처넷에 두었는데 이를 통해 신성장 동력 발굴 재원을 마련했다. 현대HCN의 분할계획서에 따르면 2019년 말 별도 기준 자산 7972억원 중 4126억원, 부채 688억원 중 610억원이 신설회사에 이전됐다.

넉넉한 현금성 자산을 바탕으로 현대퓨처넷은 국내 천연 화장품원료 분야 1위 SK바이오랜드(현대바이오랜드)를 매입했다. 1200억원 정도의 매입 대금을 통해 SK바이오랜드의 경영권 지분 27.94%(419만여주)를 인수하며 화장품 원료 사업에 진출한 것이다. 현재 현대퓨처넷 매출의 60% 이상이 현대바이오랜드와 그 종속기업에서 나오고 있다.

2023년 3분기 말에도 현금성 자산은 넉넉한 편이다. 추가 성장 동력 발굴 및 신규 사업 확대를 위한 실탄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99억471만원, 기타 금융자산은 4569억6792만원이다. 약 4900억원 정도를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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