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안정적' 등급 및 전망을 보유한 한화에너지가 올해 첫 A급 회사채 수요예측에 나선다. 향후 A급 이하 비우량채에 대한 투심을 확인할 척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IB업계에 따르면 한화에너지는 10일 8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결과에 따라 최대 1500억원까지 증액을 검토한다. 2년물 500억원, 3년물 300억원으로 구성됐으며 금리 희망밴드는 민평금리 기준 -0.30%p~ +0.30%p다. 주관은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맡았으며 18일 발행된다.
IB업계 관계자는 "연초 진행된 수요예측 결과가 썩 좋지는 않다"며 "다만 한화에너지 회사채는 금리에서 메리트를 보유하고 있는데다 물량도 적어 무난하게 목표를 채우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A급 기업들은 현재 전략을 어떻게 세울지 고민하고 있는데 한화에너지 수요예측 결과를 주시하고 있다"며 "이번주 이후 비우량채의 금리밴드 상단 등이 대부분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에 발행되는 회사채는 목적이 특이하다. 이미 지난해 6월 상환한 차입금의 보충이 그 목적이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한화에너지는 이번 회사채를 ANZ은행으로부터 빌린 1억5000만달러(한화 1956억원)을 상환했던 현금을 보충하는 데 쓰인다. 증액한도까지 발행을 늘리더라도 이는 모두 같은 용도로 활용된다. ANZ은행으로 빌린 차입금의 만기는 지난해 6월27일이었다.
한화에너지 측는 "계획한 시점 이후에 발행하게 되면서 보유 현금으로 우선 상환했다"며 "이번 발행으로 앞서 소진된 현금을 채우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에너지가 지난해 6월 차환을 위한 회사채를 발행하지 않은 데는 금리가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만기일자였던 지난해 6월27일 한화에너지의 1년, 2년, 3년물 공모 회사채 금리는 각각 4.698%, 4.958%, 5.193%였다. 올해 1월8일 해당 트렌치 금리가 4.478%, 4.642%, 4.886%다. 당시와 비교하면 21~31bp 정도 차이가 나는 것이다.
당시 국내 회사채시장에선 A급 이하 비우량채를 대상으로 선별적 투자 기조가 뚜렷했다는 점도 회사채 발행을 미룬 데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지난해 상반기 BBB급이었던 대한항공은 수요예측 흥행에 성공했지만 반대로 A-였던 효성화학, 한국토지신탁, KCC건설 뿐 아니라 BBB급이던 한양 및 한신공영 등은 미매각을 겪기도 했다.
일각에선 한화에너지가 급격하게 줄어든 현금성자산을 보충하기 위해 이번 회사채를 발행하는 것일 수 있다고 바라본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한화에너지의 현금성자산은 2023년 3월 1조8372억원에서 6월 1조3021억원, 9월 8774억원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앞서 2019년 2413억원, 2020년 3849억원, 2021년 1조3585억원, 2022년 1조7668억원으로 늘었던 것과 대조되는 흐름이다.
현금이 줄어들면서 한화에너지의 순차입금 규모는 3조8411억원으로 2022년 말보다 16.9%(5567억원) 늘었다. 이같은 재무부담 확대는 적극적 투자 때문이다. 한화에너지는 태양광 관련 투자가 지속되는 가운데 한화오션 인수에 참여(약 5000억원)했다. 석유화학(PTA) 부문 운전자금 확대 등도 재무부담이 늘어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실적개선세 가팔라, 재무부담 '이상무' 한화에너지 실적개선세가 가파르다는 점은 수요예측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2023년 9월 말 기준 전년동기대비 매출은 22.9% 성장한 3조5492억원, 영업이익은 211.9% 늘어난 2857억원, 순이익은 262% 증가한 4476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단기차입금 규모가 크다는 점은 부담요소로 평가된다. 한화에너지의 총차입금 4조7184억원 가운데 58.7%, 2조7765억원이 단기차입금이다. 이는 현재 한화에너지가 보유한 현금성자산의 규모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신평사들은 대체로 크게 우려할 것 없다는 평가를 내놨다.
김미희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해외 태양광 개발, 발전설비 연료전환 등으로 확대된 투자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계열 관련 투자 및 배당정책에 따라 추가적인 자금소요 가능성도 존재하지만 이익창출능력을 토대로 재무안정성 하락을 방어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봤다.
최영록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위원은 "태양광 투자사업 확대로 재무부담이 과중한 수준이나, 집단에너지부문 등의 우수한 사업기반과 이익창출력을 바탕으로 현 등급에 부합하는 수준의 재무안정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좀 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장수명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대규모 해외 태양광발전 개발 및 국내외 지분 투자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태양광 프로젝트 및 보유 투자지분 매각 등을 통하여 자금소요에 대응할 것으로 예상되나 자산의 매각 시점, 규모 등에 따라 재무부담이 증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2007년 한화솔루션으로 물적분할된 한화에너지는 2021년 모회사였던 에이치솔루션을 흡수합병했다. 연결기준으로 집단에너지, 태양광프로젝트, 무역, 자동화설비, PTA, 지주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으며 2023년 9월 말 기준 한화의 2대 주주다. 김동관 부회장(50%) 등 한화그룹 오너 3세 3형제가 지분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