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포스코그룹이 최고경영자(CEO) 선임을 두고 잡음이 생기면서 KT와 여러모로 비교된다. 두 회사는 업종이 다르고 사업적 피어그룹(동종기업)으로 묶기도 어렵다. 다만 둘 다 민영화 된 공기업, 소유분산 대기업이란 점에서 정치적 외풍에 취약하다는 공통분모가 있다.
이 때문에 두 곳 다 국민연금을 앞세운 외부 개입에 CEO 연임 좌절 사태가 빚어졌다. 그렇다면 국민연금의 개입이 회사 주주가치에 도움이 됐을까. KT의 사례를 보면 '아니요' 쪽에 무게추가 기운다. 포스크그룹의 밸류 역시 비슷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
◇KT, TSR 최대 36% 기록…지배구조 불안 후 저하돼 KT는 2020년 3월 구현모 전 대표가 CEO로 취임한 이후부터 기업가치 제고에 크게 신경을 썼다. 그전까지만 해도 KT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5배 남짓한 회사로 시가총액이 장부가액의 절반 수준에 머물던 저평가 기업이었다.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의 총액이 시총을 훨씬 웃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구 전 대표는 '디지코'를 비전으로 제시했다. 통신사(Telco)를 넘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디지털전환(DX) 역량을 살리겠다는 구상을 펼쳤다. 그룹사 리스트럭처링(restructuring) 작업도 이뤄졌다. 미디어 부문에서 투자 및 기획, 제작, 유통까지 아우르는 콘텐츠 전문 기업 KT스튜디오지니를 만들고 관련 계열사들을 산하에 배치했다. ENA 채널을 통해 방영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히트를 치면서 KT그룹의 미디어·콘텐츠 밸류체인이 빛을 봤다.
클라우드·인터넷데이터센터(IDC) 부문을 현물출자 방식으로 분사해 KT클라우드가 출범했다. KT클라우드는 재무적투자자(FI)의 투자유치를 받아 조 단위 몸값을 시장에 인식시켰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KT의 주주가치도 상승기류를 탔다. 5조원대 머물던 시가총액은 2022년 8월 10조원을 찍으며 두 배 성장했다.
총주주수익률(TSR)은 2020년 마이너스(-)5.06%였다가 2021년 36.6%를 찍었다. 2022년에도 17.83%를 기록했다. 일정기간 주주가치 증진율을 판단하는 지표로 높을수록 주주이익에 긍정적이다. 구현모 전 대표 임기 중 KT는 PBR 1배에 도달하면서 헐값 평가를 벗어나게 됐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CEO 인선에 본격적으로 거론하기 시작한 2023년 1월 30일부터는 얘기가 달라졌다. 국민연금이 KT CEO의 인선 과정의 공정성을 지적한 이후 8조8000억원대였던 시총은 정치권의 인선개입과 관치논란이 한창이던 2023년 3월 7조6000억원대까지 줄어든다.
현재는 다시 8조6000억원대까지 회복했으나 지난 한해 주가가 계속 안 좋았던 만큼 예전수준의 TSR은 기록하지 못한 공산이 크다. 정치권 발(發) 지배구조 불안이 주주가치 하락으로 이어진 대표적인 사례가 됐다.
◇최정우, TSR 최대 18% 기록…임기 중 시총 우상향 포스코그룹은 현재 KT그룹과 가장 비슷한 처지에 놓였다. 국민연금이 차기 회장 선정 과정에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면서 최정우 회장의 3연임이 무산됐다. 최 회장은 2018년 7월부터 회장직을 수행했다. 당시만 해도 포스코(현 포스코홀딩스)의 시가총액은 25조~26조원 안팎에 머물렀다.
2020년 3월 시총 12조원으로 최하를 찍더니 그 다음부터 상승세에 들어섰다. 2021년 5월 34조원을 기록하면서 승승장구했다. 2022년에 들어서는 2차전지 호황에 힘입어 계열사 포스코퓨처엠(옛 포스코케미칼) 등이 부쩍 상승, 포스코홀딩스도 고공 행진했다. 작년 7월에는 시총이 54조원까지 증가했다.
포스코홀딩스의 2020년 TSR은 18.64%를 기록했다. 이듬해인 2021년에 6.78%, 2022년에는 3.04%를 달성했다. 해가 지날수록 TSR이 떨어지긴 했으나 주주가치는 전반적인 우상향 기조를 보였다. 다만 포스코홀딩스의 차기 회장 인선 레이스가 시작된 작년 말부터 시총은 다시 감소세로 돌아서고 있다. 4일 종가기준 PBR은 0.65배로 제값을 못 받고 있는 상태다.
포스코그룹의 경우 아직은 KT처럼 CEO 인선과 번복사태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KT의 경우 구현모 대표 연임이 결정됐다가 취하되고 윤경림 사장이 내정자로 지명된 후 다시 논란이 불거져 낙마했다. 김영섭 대표가 결국 CEO 자리에 올라선 뒤에야 지배구조 불안이 사라졌다. 포스코그룹의 회장 인선이 KT처럼 몇 차례 우여곡절을 겪게 된다면 주주가치도 유사하게 흘러갈 공산이 큰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