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가 인수한 ING생명(오렌지라이프)과 푸르덴셜생명은 유럽계와 미국계 보험사다. 두 생명보험사는 출신 지역은 다르지만 우리나라 보험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책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두 생보사가 우리나라 보험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특별한 조직문화다. 설계사 중심의 특화된 영업조직을 갖췄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남성 중심으로 선발된 설계사는 전문적인 금융지식을 바탕으로 보험 판매를 비롯 재무상담 서비스까지 제공했다. 당시 국내 설계사 대부분이 여성과 주부 중심으로 조직된 것과 대조적이었다. 글로벌 금융사인 모회사를 기반으로 자산운용 능력도 탁월했다.
그러나 신한금융과 KB금융으로 인수되면서 설계사 조직 관리 전략은 달라졌다. 신한금융은 통합법인 내에 기존 조직과의 화학적 결합에 집중했다. 반면 KB금융은 푸르덴셜생명 대부분의 설계사를 GA로 이동시켰다. 기본급보다 수당 비중이 높은 GA 조직 체계가 푸르덴셜생명 출신 설계사들의 반발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 오렌지·푸르덴셜, 전문 설계사 조직 강점 오렌지라이프의 전신은 인터나치오날레(ING)생명이다. 네덜란드계 보험사인 ING생명은 글로벌 영업망을 기반으로 1989년 미국 조지아생명보험의 한국지점으로 첫 영업을 시작했다. 이후 1991년 네덜란드생명 현지법인, 1999년 ING생명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영업 초반 오렌지라이프의 전략은 PTA(Part Time Agency)와 에이전트 조직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PTA는 전문직 또는 자영업자들로 구성된 보험영업조직이다. 이들은 기존 직업을 유지하면서 주로 암보험이나 저축성보험의 일종인 BIL(Bank Interest Lelated)을 판매했다.
PTA에 대한 관리는 에이전트 조직이 전담했다. 에이전트는 라이프컨설턴트(LC)가 관리한다. 이는 현재 운영중인 GA와 비슷하다. GA는 이미 1970년대 이후 미국과 유럽에서 보편화된 영업조직이다. 하지만 1990년대 초 보험사가 직접 상품을 판매한 국내 보험시장에는 생소한 영업문화였다. 영업조직은 이후 FC(Financial Consultant)로 발전했다.
푸르덴셜생명 역시 1989년 우리나라에 진출했다. 다만 푸르덴셜생명은 PTA와 달리 전속설계사 조직 강화에 집중했다. 1991년 한국 최초로 대졸 남성 위주의 대면판매 조직인 라이프플래너(Life Planner) 조직을 만들었다.
라이프플래너는 단순한 보험판매가 아닌 재무설계 상담과 절세 혜택 제공 등 종합상담사로서의 역할을 부여받았다. 국제공인재무설계사(CFP) 등 전문가도 다수 채용했다. 당시 국내 보험 설계사들 대부분이 중년 여성들로 구성된 것과 질적으로 달랐다.
푸르덴셜생명은 이후에도 전문화 교육을 받은 전속설계사를 기반으로 영업조직을 육성했다. 오렌지라이프는 1995년 구조조정 등을 거치며 전문 설계사 조직을 운영했다. 두 생보사가 비슷한 영업조직을 갖추게 됐다.
◇ 신한·KB, 다른 전속설계사 배치 전략 전속 설계사를 중심으로 한 전문 영업조직은 두 생보사의 기업가치 제고에 큰 역할을 했다. 이후 2000년대 이후 국내에 확산된 GA는 두 생보사의 설계사 유치가 핵심 과제이기도 했다.
다만 전속 설계사 중심 조직은 신한금융과 KB금융 주도의 통합 과정에서 리스크로 작용했다. 두 생보사의 설계사는 기존 정체성과 성과급 체계 유지를 원했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는 신한금융과 KB금융의 해법은 달랐다. 신한금융은 기존 신한생명과의 화학적 통합에 집중했다. 이를 위해 ING생명의 직급체계를 상당수 도입했다. 통합법인인 신한라이프의 직급체계는 주니어1·주니어2·시니어·매니저 등 4단계다. 이는 대리-과장-차장-부장 등 4직급 체계였던 오렌지라이프와 유사하다. 신한생명은 대리-과장-차장-부부장-부장 등 5직급 체계였다.
복리후생은 신한생명의 체계를 따랐다. 복지포인트와 기념일 축하금, 경조금, 명절휴가, 장기근속 축하제도 등 복리후생 혜택은 신한생명이 오렌지라이프보다 다양했기 때문이다. 기존 오렌지라이프 직원들에게는 유리한 조건이었다. 급여는 기본급이 중심인 신한생명 방식으로 재편했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사이에 서로 달랐던 수당과 퇴직금 제도를 합치고 이를 기본급에 산입했다.
KB라이프는 GA를 활용했다. KB라이프는 푸르덴셜과 KB생명 출신 전속 설계사들을 GA인 KB라이프파트너스로 이동시켰다. KB라이프파트너스는 지난해 KB생명이 설립한 자회사형 GA다.
KB라이프의 전략은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의 전속설계사 규모차이에서 비롯됐다. 통합 전 KB생명의 전속설계사 수는 150명 수준에 불과했다. 지난해 KB라이프파트너스를 설립한 이후에는 50명 수준이었다. 반면 푸르덴셜생명의 전속설계사 수는 2000명에 육박했다. 이는 통합 전 KB생명의 전체 임직원수(359명)의 5배를 넘는다. 다수의 푸르덴셜생명 전속설계사를 통합법인 내로 배치하면 KB의 DNA 이식 등에서 불협화음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이에 따라 KB라이프는 푸르덴셜생명 출신 전속설계사들을 GA로 이동시켰다. 이 과저에서 수당과 직급체계 등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소됐다. GA의 급여체계가 수당 중심으로 짜여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신한의 경우 신한생명의 전속 설계사 수가 오렌지라이프보다 많았음에도 직급과 급여체계 통일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며 "80% 이상이 푸르덴셜생명 출신인 KB 입장에서는 전문 영업조직인 전속설계사를 통합법인 내에 배치하는데 부담이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당 중심의 급여체계를 유지하면서 보험업계에서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제판분리 안착을 위해서는 푸르덴셜생명 설계사를 GA로 이동시키는 것이 더 적절한 판단이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