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고려아연이 새롭게 출자한 기업 가운데 눈에 띄는 곳은 '아모지(Amogy. Inc.)'다. 지난 3월 391억원을 투자해 지분 약 5%를 매입했다. 펀드를 제외한 신규 출자 사례에서 가장 큰 투자 규모다.
아모지는 2020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동문인 우성훈 회장(Chairman)과 최종원 부사장(VP)이 현지에서 공동으로 창업한 암모니아 연료전지 업체다. 우 회장이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고 최 부사장은 생산 부문을 책임지고 있다.
현재 상대적으로 일반 대중에 알려진 연료전지는 수소 기반이다. 단점은 원료인 수소를 생산, 저장, 운반 등을 하는 데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이는 수소경제 활성화를 가로막는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책으로 암모니아 형태로 수소를 운반하는 방안, 나아가 암모니아가 원료인 연료전지를 활용하는 방안 등이 떠오르고 있다. 아모지는 후자에 집중하고 있다. 트랙터를 구동시키는 암모니아 연료전지 개발에 성공하는 등 소기의 성과도 내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선박을 구동시키는 암모니아 연료전지 개발이 목표다.
고려아연은 호주에서 '그린 수소'와 '그린 암모니아'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그린 암모니아는 재생에너지로 생산해 탄소 배출이 없는 그린 수소를 질소와 합성해 만든다. 이를 기반으로 한 그린 수소·암모니아 생태계 조성에 아모지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판단에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사실 아모지는 SK이노베이션의 투자로 먼저 화제가 됐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392억원을 투자해 아모지가 발행한 '컨버터블 노트(Convertible Notes)'를 인수했다. 컨버터블 노트는 전환사채(CB)로 분류되는데, 일반 전환사채와 달리 전환가격이 정해져 있지 않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상반기에 아모지 유상증자에 참여해 654억원 규모의 지분을 인수했다. 지난해 취득한 컨버터블 노트도 우선주로 모두 전환했다. 올해 6월 말 기준 아모지 지분 14.4%를 보유하고 있다. 총 출자액은 1046억원이다. 고려아연 출자액보다 2배 이상 많다.
SK이노베이션과 아모지의 협력은 구체적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유증으로 확보한 자금 중 일부를 아모지와의 암모니아 연료전지 공동 개발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회사 측은 "암모니아는 에너지 밀도가 높고 액화수소 대비 저장과 운송이 용이해 선박이나 트럭 같은 대형 상업용 운송 수단에 활용될 무탄소 에너지로 각광받고 있다"고 기대를 표했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있고 관련 시장이 이제 막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에 아모지는 아직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올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아모지는 33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앞으로 고려아연과 SK이노베이션 등 주주들의 추가 출자나 자금 대여 등의 지원이 필요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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