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인사에는 '암호(코드, Code)'가 있다. 인사가 있을 때마다 다양한 관점의 해설 기사가 뒤따르는 것도 이를 판독하기 위해서다. 또 '규칙(코드, Code)'도 있다. 일례로 특정 직책에 공통 이력을 가진 인물이 반복해서 선임되는 식의 경향성이 있다. 이러한 코드들은 회사 사정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THE CFO가 최근 중요성이 커지는 CFO 인사에 대한 기업별 경향성을 살펴보고 이를 해독해본다.
이변은 없었다. 올해 8월 출범한 김영섭 체제에서도 KT의 재무실장(CFO)은 '비서실 2담당' 출신이 임명됐다. 비서실 폐지 전, 마지막으로 비서실 2담당 상무를 지냈던 장민 케이뱅크 경영기획본부장(전무)가 KT 재무라인 총괄의 주인공이다.
최근 KT의 CFO를 거친 인물들은 비서실 2담당 임원을 지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전임자인 김영진 KT 재무실장(전무)과 윤경근 KT아이에스(KT is) 대표이사(사장) 역시 비서실 2담당 출신이다.
KT에서 비서실은 일종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하는 곳으로, 과거에는 몸집이 그리 크지 않았던 조직이다. 상무급인 비서실장을 실무진 몇 명이 보좌하는 정도의 규모였다.
그러나 황창규 전 회장이 2014년 KT 대표이사에 선임 이후 비서실이 강화되면서 '비서실 2담당=재무 전문인력'이란 공식이 생겼다. 황 전 회장은 당시 비서실을 3개 담당 체제로 가동했는데 1담당이 그룹 전략 업무, 2담당이 재무와 IR을 포함한 관리업무, 3담당이 대외협력 업무를 맡았다. 이때 비서실 2담당이 재무업무 적임자로 인식된 것이다.
이는 황 전 회장이 옛 삼성 미래전략실을 벤치마킹 것으로 추정되는데, 과거 그는 삼성전자 사장으로 지낸 적이 있다. 다만 비서실 체제는 2020년 구현모 전 사장 체제에서 사라졌다.
김 전무의 경우 약 6년이란 시간 동안 황 전 회장 비서실에서 몸을 담았으며 2014년부터 4년간 비서실 2담당 보직을 수행했다. 2019년 비서실 1담당을 맡았고 2020년 전략기획실장을 지내다 같은 해 12월 재무실장으로 이동했다. 현재 KT 에스테이트로 이동한 상태다.
윤 KT아이에스 사장의 경우 2015년부터 2년간 비서실 2담당 상무를 지낸 바 있다. 윤 사장은 2018년 KT 재무실장으로 선임됐으며 그 다음해 전무로 승진한 뒤 2020년까지 CFO를 맡았다.
새로운 대표체제로 진입한 KT이지만 여전히 CFO 등용에는 황 전 회장의 비서실 라인이 남아있다. 김 대표 체제의 CFO 역시 비서실 2담당 상무를 지냈다. 장 전무는 케이뱅크에서 최고전략책임자(CSO)와 CFO을 겸직한 인물로, KT 내 금융 지략가로 통한다.
1968년생인 그는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조지 워싱턴대학에서 MBA를 마쳤으며 이후 KT에 입사해 사회생활의 첫 발을 뗐다. KT 경제경영연구소에서 커리어를 시작했, 연구원 생활 이후 KT 요직을 두루 거쳤다.
KT 경제경영연구소는 KT 내의 핵심 인재들이 다수 모여있는 곳이다. 통상적으로 연구소 출신 인재는 그룹에서 탄탄대로를 밟으며 사내 핵심 업무를 도맡는 경우가 많다.
이후 장 전무는 2004년 KT 재무실 자금파트 및 IR, 2010년 KT 시너지경영실 시너지전략팀장, 2014년 KT 비서실 재무담당 PM을 역임했다. 2015년에는 BC카드 경영전략본부장(상무)를 지냈으며, 2017년부터 약 3년간 KT 비서실 2담당(상무)으로 활동했다.
2020년 BC카드로 돌아와 경영기획총괄(전무)를 지내다 2021년 케이뱅크로 이동했다. 케이뱅크에서는 경영기획본부장으로 CSO 역할을 수행했으며 CFO직을 수행하던 이풍우 재무관리본부장이 임기 만료로 물러난 뒤 재무총괄 역할까지 도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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