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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er Match Up조선 3사

3사 모두 막강한 '오너십', 리더십 활용법은

[지배구조&리더십] HD·한화 중간 지주사·오너경영으로 지배력 강화, 삼성 전문경영인 체제

허인혜 기자  2023-11-24 16:11:31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HD현대그룹과 한화그룹, 삼성그룹은 모두 오너일가의 지배력이 확고한 곳이다. 오너가 가장 먼저 다스리고 싶은 영토는 그룹의 대표적인 사업 부문일 것이고 통상 '무거운' 사업들은 그룹의 대표 사업체 자리를 꿰차왔다. 3곳의 그룹 산하에 있는 HD현대 조선 부문과 한화오션, 삼성중공업도 총수의 영향력이 직간접적으로 미칠 수 있도록 배치돼 있다. 각 조선사를 지배하는 전략과 이들을 활용한 리더십 구축, 경영인을 세우는 기준까지 3사는 같고도 다른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대표 사업' 중간지주사가 총괄하는 HD현대·한화오션

HD현대와 한화그룹은 주요 사업을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어 총괄하는 중간지주사 체제를 운영 중이다. 지주사가 다시 중간지주사의 최대 주주로 총수가 그룹 지주사의 지분을 갖고 있으면 나머지 계열사들의 직접 지분을 갖고있지 않아도 중간지주사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구조를 짰다.

따라서 중간지주사로 카테고리화한 사업들은 그룹 내에서 오너가 지배를 원하는 핵심적인 부문이라고 볼 수 있다. 중간지주사로 묶은 계열사들의 연결고리를 보면 각 그룹이 조선사업을 어떤 부문에 포함하고 있는지, 그룹 차원에서 주요하게 여기는 사업이 무엇인지도 엿볼 수 있다.


HD현대는 중간 조선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을 통해 HD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베트남솔루션과 HD현대에너지솔루션을 묶었다. 3분기 보고서를 기준으로 HD한국조선해양은 HD현대중공업의 지분 78.02%, 현대삼호중공업의 96.51%, 현대미포조선의 42.40%를 보유한 절대적 최대주주다.

핵심 키워드는 조선 사업이다. HD현대가 조선 사업을 3사로 나눠 운영하는 이유는 각사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르고, 현대삼호중공업이 위탁경영을 거쳐 2002년 그룹에 편입됐기 때문이다. HD현대중공업이 일반상선부터 특수선종까지 대형선박을 아울러 건조하고 있다. 특수선과 선박 엔진기계 부문도 HD현대중공업의 사업 분야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원유와 자동차, 액화천연가스(LNG) 등 운반선 분야에 특화돼 있다. 현대미포조선은 중형선박 건조에 집중한다.

한화그룹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사실상의 방산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한화비전과 한화정밀기계를 100% 자회사로, 한화시스템은 46.7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24.08% 지분으로 한화오션의 최대주주이고 한화시스템도 한화오션의 지분을 12.04%를 소유하고 있다는 점을 보면 한화그룹이 판단한 한화오션의 정체성도 방산 기업인 것으로 보인다.

한화오션이 인수합병 후부터 방산 부문 특수선에 총력을 다하는 이유도 이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화오션을 단순한 조선사업체가 아니라 육해공 통합방산의 주요 퍼즐로 여기고 있다. 한화오션은 최근 호위함과 구축함, 잠수함 등의 사업 수주에 사활을 걸고 있다. 울산급 호위함과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차세대 잠수정 사업까지 노린다.

◇외풍에 버텨온 조선업, 차세대 리더 힘 싣는다

중간 지주사로 관리받는 영역인 만큼 사업 중요성에 따라 위상도 탄탄하다. 여기에 각 그룹에게 HD현대 조선부문과 한화오션 자체의 상징성도 크다. 한화그룹에게 한화오션은 3세대 김동관 부회장 만의 무대이자 방산의 완성이고, HD현대의 조선부문은 중공업 사업만으로 독립한 HD현대의 명맥을 이어가게 해 준 영토다.

그룹은 확고한 승계구도를 위해 무거운 사업들을 활용한다. 대표성이 강하고 규모가 클 수록 그 일감을 맡기는 후계자는 차기 리더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다. 후계자 역시 그룹 내 핵심사업을 얼마나 잘 꾸려가는 지를 증명하기 위해 안착에 애쓰는 한편 인수합병(M&A)과 사업범위 확장 등 적극적 전략도 마다하지 않는다. 3세대 경영에 드라이브가 걸리며 정기선 HD현대 부회장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 차세대 리더들은 조선·방산 사업을 간판 공과로 내세우고 성과로 만들고 있다.

HD현대는 범현대그룹에서 중공업 부문이 독립해 출범한 곳이다. 2000년 촉발된 현대그룹 경영권 다툼 '왕자의 난'을 계기로 2002년 계열분리됐다. 현대중공업그룹이 중공업 부문을, 현대차그룹이 자동차를, 현대백화점그룹이 유통 부문을 나눠갖게 됐다. HD현대의 사업 부문은 조선과 건설기계, 전기전자, 에너지 등으로 구분되는데 이중 매출 규모 면에서나 그룹 내 위치 면에서나 가장 존재감이 큰 영역은 조선과 에너지다.

한화오션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함께 한화그룹의 3.0 시대를 열었다. 그 전까지는 아버지 김승연 회장을 돕는 후계자의 입지였다면 2017년 한화그룹 사업개편과 함께 자신만의 영토를 구축하며 차세대 리더 자리를 굳혔다. 이때부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산하에 방산 부문을 집결하는 구도의 초안을 그렸다. 지상과 항공우주 영역은 이미 갖춰둔 사업을 재배치해 완성했다면 한화오션은 아예 빠졌던 '해상'이라는 퍼즐을 끼울 수 있도록 했다.

두 부회장의 공통점은 주요 조선 계열사의 경영진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정기선 부회장은 HD현대중공업의 선박·해양영업사장을 겸하고 있다. 김동관 부회장은 한화오션의 기타비상무이사로 경영 전반에 관한 업무를 수행한다고 명시했다. 두 사람 모두 직급, 직책에 관계 없이 사실상의 리더다.

◇오너 간접지배·전문경영인 체제의 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도 HD현대의 중간조선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이나 한화오션과 마찬가지로 그룹 오너가 직접 지분을 보유한 기업이 최대주주로 있는 우회적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다만 삼성그룹과 HD현대그룹, 한화그룹의 사업적·기업적 특성을 감안했을 때 삼성중공업은 HD현대 조선부문이나 한화오션 대비 그룹 내 주목도가 크지는 않은 게 사실이다.

삼성중공업의 최대주주는 삼성전자다. 삼성전자가 15.23%, 삼성생명이 2.92%, 삼성전기가 2.06%, 삼성물산이 0.11% 등 특수관계인 지분이 20.88%를 차지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삼성전자 1.63%, 삼성생명 10.44%, 삼성물산 지분을 18.10% 각각 보유하고 있다.


리더십도 다르다. HD현대 조선부문과 한화오션은 오너가 원톱으로, 전문 경영인이 받쳐주는 형태라면 삼성중공업은 아예 전문 경영인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최성안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부회장과 정진택 삼성중공업 사장, 배진한 삼성중공업 부사장 등이 삼성중공업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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