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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er Match Up조선 3사

저가수주 터널 탈출하는 조선 3사, 수익성 개선 과제

[수익성] 고정비 높은 HD현대重, 한화오션 특수선·일회성 요인

허인혜 기자  2023-11-22 09:29:17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대형 선박의 척당 가격이 적어도 수천억원, 특수선은 수조원을 넘는 것만 고려해도 국내 조선업계의 분기 매출액은 필연적으로 조 단위 이상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조선사의 입지를 탄탄하게 쌓아둔 덕에 일감도 몰린다.

문제는 수익성이다. 조선3사의 영업이익률은 최근 저가수주 터널을 통과하며 반등하고 있다. 하지만 반등세를 감안하더라도 마이너스(-)에서 플러스 1~3%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조선업계는 매출 원가 자체가 높고 글로벌 원자재값과 신조선가 등 지표 변화에 민감한 종목이다. 과거 호황기와 최근 재호황기에는 선별 수주 기조를 굳혔지만 직전까지 불황의 그늘에 있던 조선업계는 뼈깎는 경쟁 끝에 저가수주 물량도 쌓아둔 상태였다.

같은 상황 속에서도 각사별 영업이익과 이익률은 다르다. 매출원가와 순이익, 재고 처리 등 남는 돈을 만들고 꾸려가는 경영 방식이 천차만별이다.

◇원가·고정비 높은 HD현대

매출액이 가장 높은 건 HD현대중공업이다. 올해 3분기 2조8517억원의 매출액을 나타냈다. 같은 기간 한화오션은 1조9169억원의 매출액을, 삼성중공업은 2조255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HD현대그룹의 조선사로 확대하면 매출액 규모는 타사의 두 배 이상이다. 주요 조선 계열사인 현대삼호중공업이 1조3238억원, 현대미포조선이 9863억원, 현대베트남조선이 1753억원을 벌어들였다. 실제 중간조선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 계열사의 3분기 매출액 5조112억원 중 조선 부문 매출이 4조1460억원, 해양플랜트가 2533억원, 선박엔진기계가 6978억원을 차지한다.


영업이익은 어떨까. 대표 계열사인 HD현대중공업은 3분기 12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69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반면 한화오션의 영업이익은 741억원을, 삼성중공업은 758억원을 기록했다. 대표 계열사인 HD현대중공업의 매출액만 봐도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 이상을 기록했지만 손에 남은 돈은 규모가 크지 않았다.

더 벌었지만 덜 남은 이유는 뭘까. 우선 HD현대중공업은 매출원가의 비중이 다른 조선 2사 대비 소폭 높다. HD현대중공업의 매출원가는 2조6923억원으로 전체의 94.35%를 차지한다. 삼성중공업은 1조8388억원으로 90.79%, 한화오션의 매출원가는 1조7749억원으로 92.6%다.

때문에 영업이익의 재료가 되는 매출총이익이 매출 대비 낮은 편이다. HD현대중공업의 매출총이익은 1611억원으로 집계됐다. 삼성중공업이 1837억원, 한화오션이 1420억원이다.

HD현대중공업은 이중 1482억원이 판매비와 관리비로 지출되고 있다. 2분기 3조635억원의 매출액을 올리자 영업이익이 678억원으로 뛴 점을 보면 판관비 등 고정비용 지출이 비교적 낮은 영업이익의 원인으로 보인다. HD현대중공업은 엔진기계 부문의 일회성 이익요인이 사라진 데다 조선부문 공정 만회에 따른 비용 상승으로 영업이익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한화오션, 흑자 전환했지만...저가수주 극복할까

한화오션의 긴 적자는 과거 대우조선해양이 남긴 숙제였다. 조선업 불황이 시작되던 2009~2010년 대우조선해양은 2009년 한해에만 29척의 선박 등을 수주하며 글로벌 1위에 올랐지만 이면에는 저가수주의 그늘이 있었다.

건조기간이 짧지 않은 선박 수주의 특성상 저가수주의 잔여량은 오랜 기간 한화오션의 실적을 깎아내리는 원인이었다. 같은 기간 HD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도 저가수주를 쌓았지만 가장 수주량이 많았던 한화오션이 가장 늦게 적자를 탈출하게 됐다.

한화오션은 3분기 2020년 4분기 후 12분기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95.3% 늘었고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모두 741억원과 2316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실적 상승은 우선 3분기 해양구조물 및 잠수함 등 특수선 부문의 매출이 전년 대비 늘어난 덕도 봤다.

다만 이 기간 드릴십 중재 승소로 회계상 옮겨진 일회성 이익 1570억원이 적자탈출의 주 재료였다는 것은 고려해야 한다. 한화오션은 건조하고도 팔지 못한 드릴십 4척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중 웨스트 리브라(West Libra), 웨스트 아퀼라(West Aquila) 2척은 노던드릴링(NODL)이 2018년 당시 대우조선해양과 인도 계약을 체결한 건이다.

노던드릴링은 2021년 한화오션의 과실로 인도가 지연되고 있다며 계약 해지를 주장하고 선수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한화오션은 런던해사중재인협회(LMAA)를 통해 반박하는 한편 법정다툼에서 질 경우를 대비해 반환해야할 금액을 회수 가능액에서 제외하고 재고자산 평가에 반영해 왔다. 이달 한화오션의 책임이 없다는 런던중재법원의 판결이 나오면서 1570억원이 영업이익에 환입됐다.

드릴십 재고는 한화오션의 골칫거리였지만 승소와 타 회사 인도가 병행되며 실적 반등의 재료가 되고 있다. 노던드릴링 재고선 중 1척은 트랜스오션(Transocean)에 매각돼 10월 인도됐고 잔여 1척은 처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다른 재고 2척은 해양시추선사 발라리스(Valaris)로부터 수주해 연내 인도 예정이다.

◇'조용히 성장 중' 삼성중공업, 선별수주·LNG 덕보나

삼성중공업은 올해 1분기 적자 탈출에 성공한 뒤 3분기까지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분기별 매출액은 1분기 1조6051억원, 2분기 1조9458억원, 3분기 2조649억원으로 가파르지는 않지만 꾸준히 우상향 중이다. 3분기 영업이익은 758억원이다.

조용한 성장 속 반가운 흐름은 영업이익률이다. 전년 2, 3, 4분기 연속 -17.93%, -11.99%, -20.55%의 영업이익률을 보이던 삼성중공업은 올해는 같은 기간 1.22%, 3.03%, 2.73%로 플러스 구간을 유지하고 있다.


전년대비 괄목상대할 만한 성장세를 그리지는 않지만, 또 특별한 일회성 비용이 감지되지 않는 데도 매출액이 조금씩 늘고 있다. 재료가 고부가가치 대형선박 건조량이 늘어나면서다. 고정비가 줄면서 매출원가도 3사 중 가장 낮은 90.79%를 기록하고 있다.

연초 가이던스 대비 달성률도 차분하게 쌓고 있다. 누적 영업이익은 1543억원으로 가이던스에서 제시한 2000억원의 4분의 3을 채웠다. 증권가의 컨센서스는 연간 기준으로 2356억원이다.

전망이 밝은 건 건조 선박의 질과 수주 잔량 덕분이다. 연간 수주 목표는 95억달러로 현재 수주량 65억7000달러로 69%를 채웠다. 2023년 진수한 배의 척수는 38척이고 이중 LNG선과 대형 컨테이너선 매출 비중이 83% 수준이다. 10월 말 기준 수주잔고는 319억달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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