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의 자사주 소각 규모가 경쟁사와 큰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의 자사주 소각 규모가 1조원에 근접하고 있는 것과 달리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의 자사주 소각 규모는 각각 1000억, 3000억원 수준에 그쳤다.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격차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상대적으로 낮은 자본비율 탓에 실탄을 자사주 소각에 적극 사용할 수 없었다는 분석이다. CET1은 금융사의 자본적정성 을 나타내는 지표로,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환원책의 주요 기준점으로 쓰인다.
◇뒤늦은 자사주 소각…횟수도 규모도 3·4위
우리금융은 지난 10월 보통주 858만5799주를 소각했다. 1주당 가액은 5000원으로 소각 금액은 999억9997만원이다. 이는 우리금융의 첫 주식 소각으로, 우리금융은 자사주 소각을 위해 지난 4월 한국투자증권과 신탁계약을 맺고 6개월 동안 자사주 취득에 나섰다.
하나금융은 지난 8월 보통주 354만6878주를 소각했다. 1주당 가액은 5000원으로 소각금액은 1499억9996만원이다. 이는 하나금융의 두 번째 자사주 소각 결정으로, 앞서 하나금융은 지난해 4월 보통주 433만8586주를 소각했다. 당시 소각 금액은 1499억7190만원이다.
다만 이는 경쟁사 대비 적은 액수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이 지금까지 소각한 자사주의 액수는 각각 6717억원, 8326억원이다. 소각을 결정한 자사주의 액수를 더하면 그 규모는 각각 9717억원, 9362억원으로 늘어난다. 우리금융은 999억원, 하나금융은 2999억원이다.
◇타겟 CET1 달성 못한 '우리·하나'
상대적으로 작은 자사주 소각 규모의 원인은 CET1에서 찾을 수 있다. CET1이 높을 수록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의 주주환원 여력이 커지는데, CET1을 계산할 때 매입을 시작하는 순간 보통주자본에 반영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의 CET1은 올 6월 말 기준 각각 11.97, 12.81%로 KB금융(13.8%), 신한금융(12.99%)보다 낮다.
이는 각 사의 타겟 CET1 수치를 달성하지 못한 수준이다. 우리금융은 CET1 목표치는 12%로, 우리금융은 해당 목표치를 안정적으로 달성하고, 총주주환원율 30% 이상(배당성향 26%~30%, 자사주 매입·소각 0%~4%)일 경우 중장기 주주환원정책 전면 재검토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하나금융의 CET1 역시 목표 수치를 하회한다. 하나금융의 CET1 목표는 13%~13.5%로, CET1이 13.5%를 초과할 경우 전년 대비 증가한 자본비율의 50%에 해당하는 초과 자본은 주주환원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다. 다만 하나금융은 법률과 규정의 제한, 감독 당국의 규제, 경영환경의 급격한 변화, 경영상 목적에 따라 주주환원 목표는 변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우리금융의 경우 기업금융 명가 재건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자사주 소각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업금융을 확대하면 자연스럽게 위험가중자산(RWA)가 늘어나는데, 이는 CET1을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탓이다. 올 3분기 우리금융의 RWA는 219조3660억원으로 전년 동기(212조3330억원) 대비 3.3% 증가했다.
하나금융의 경우 비은행 포트폴리오에 대한 확충 필요성이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를 위해 인수·합병(M&A)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본 효율성 측면을 선제적으로 고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하나금융의 은행 의존도는 87% 정도로 60% 후반인 경쟁사 대비 높은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