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웅기 글로벌세아그룹 회장은 자본잠식에 빠진 세아STX엔테크에 사재로 475억원을 대여하면서 그룹 오너로서의 책임을 다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그룹 내 계열사들의 현금이 충분하지 않아 세아STX엔테크 지원자금을 그룹 내에서 소화하기 어려운 탓도 있다.
국내 계열사가 보유한 합산 현금성자산은 20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세아상역과 태림페이퍼를 제외하면 지원여력이 있는 계열사가 드물다. 세아STX엔테크의 모회사이자 그룹 지주사 글로벌세아는 운영자금을 계열사들로부터 빌려 쓸 정도다.
◇김웅기 회장 사재 대여…국내 계열사 현금성자산 합산 2000억 안팎 김웅기 글로벌세아그룹 회장이 올해 하반기 세아STX엔테크에 제공한 대여금은 합산 475억원이다. 지난해 큰폭 당기순손실로 자본잠식(자본총계 -780억원)에 빠진 세아STX엔테크에 운영자금과 기존 차입금 상환자금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김 회장이 제공한 대여금은 세아상역(합산 315억원), 태림페이퍼(200억원), 글로벌세아(115억원) 등 어떤 계열사보다도 많다.
김 회장이 그룹 창업자인 데다 세아STX엔테크 모회사인 글로벌세아 지분 84.8%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만큼 이번 사재 대여는 오너로서 책임을 다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그룹 내 계열사들이 세아STX엔테크에 대한 지원여력이 부족한 데 따른 불가피한 결과일 가능성도 있다. 대부분 계열사의 현금이 충분하지 않은 탓이다.
2022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그룹 지주사이자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한 글로벌세아의 지난해말 연결 기준 현금성자산은 2535억원이다. 이는 국내와 해외를 포함한 계열사에 대한 지배지분을 반영한 것으로 2022년 감사보고서와 2023년 반기보고서(상장사인 인디에프·태림포장에 한정)를 통해 대여가 용이한 국내 계열사들의 별도 기준 현금성자산을 합산하면 2038억원이 나온다.
이는 국내 18개 계열사 중 감사보고서와 반기보고서를 통해 현금성자산을 확인 가능한 11개 계열사의 현금성자산을 합산한 결과다. 다만 11개 계열사를 통해서도 현금여력을 짐작하는 데 무리는 없다. 아본데일인베스트먼트와 세아이에스지인베스트먼트는 각각 쌍용건설과 발맥스기술을 인수하기 위한 특수목적법인(SPC)일 뿐이고 인디에프 개성은 영업중단 상태이며 정암에이치앤디(자산총계 2억원), 나산실업(4억원), 동림로지스틱(22억원), 에스앤에이시스템(69억원)은 애초 자산총계가 작다.
◇현금여력 있는 세아상역·태림페이퍼 동원…지주사 글로벌세아 현금부족 별도 기준 846억원으로 가장 많은 현금성자산을 보유한 계열사는 쌍용건설이다. 하지만 쌍용건설이 글로벌세아그룹에 편입된 것은 지난해 12월에 불과한 데다 부채비율이 753%에 이르는 탓에 다른 계열사 지원여력은 부족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음으로 현금성자산이 많은 곳이 세아상역(384억원)과 태림페이퍼(370억원)다. 모두 올해 하반기 세아STX엔테크에 대여금을 제공한 곳들이다. 지난달 세아상역은 315억원을, 태림페이퍼는 200억원을 각각 제공했다. 현금여력이 있는 계열사를 세아STX엔테크 자금지원에 동원한 셈이다. 지난해말 현금성자산을 고려하면 상당한 비중이 세아STX엔테크 지원에 투입된 것이다.
이외에 현금여력이 있는 계열사는 동원페이퍼(146억원) 정도다. 하지만 동원페이퍼는 지주사 글로벌세아에 기존에 제공하고 있던 운영자금 명목의 대여금 100억원을 지난 8월 200억원으로 증액하는 쪽을 선택했다. 글로벌세아에 대여금을 제공한 이후 동원페이퍼의 현금여력은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세아STX엔테크의 모회사(지분율 100%)이자 그룹 지주사인 글로벌세아의 현금성자산은 9억원에 불과하다. 글로벌세아도 지난 7월 세아STX엔테크에 115억원을 대여했다. 하지만 세아STX엔테크에 대여 직후 세아상역과 동원페이퍼로부터 운영자금을 다시 대여받았을 만큼 현금여력이 열악하다. 애초 열악한 현금여력은 세아STX엔테크에 대한 지원 부담을 다른 계열사로 전가하는 핵심 원인이 됐다.
이외 계열사들은 대부분 현금성자산이 50억원 이하다. 특히 전체 계열사를 통틀어 자산총계 상위에 포함되는 태림포장(47억원), 에스앤에이(33억원), 인디에프(51억원)의 현금성자산이 비교적 적은 것이 세아STX엔테크에 대한 그룹 내 지원여력을 떨어뜨리는 한 가지 원인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