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가 차입 만기 장기화에 한창이다. 미국 실리콘 기업 모멘티브 투자로 돈 쓸 일이 많은 만큼 차환 주기를 길게 가져가고 있다.
KCC는 상반기 발행한 3000억원 규모 공모채로 기업어음(CP)과 전자단기사채를 상환한 적이 있다. 핵심 조달 창구로 활용 중인 CP 시장에서도 만기가 1년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만기 구조를 늘리고 있다.
◇2019년 모멘티브 인수 계기 발행 증가
2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KCC는 이달 들어 총 1500억원 규모 CP를 찍었다. 12일 500억원을 시작으로 17일 700억원, 19일 300억원의 CP를 발행했다. 눈에 띄는 건 만기 구조다. 12일 발행한 CP는 내년 6월까지가 만기고 17일에 발행한 것은 만기가 내년 10월로 1년에 육박한다. 19일 찍은 CP도 내년 6월이 만기다.
올해 초부터 9월까지 KCC는 주로 90일물 CP를 주로 활용했다. 만기가 1년에 가까운 CP는 단 한 건도 발행하지 않았다. 단기 자금 마련이란 CP 성격에 맞는 행보다. 다만 이번 달부터 전략 변화가 감지됐다. 그럼에도 만기가 1년 이상인 CP는 피해 조달 편의성을 높였다. 투자자 보호와 CP 시장 투명성 제고를 위해 장기 CP 발행 시 별도로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KCC는 2019년 들어 CP 시장을 적극 찾기 시작했다. 건자재와 페인트 분야의 강자였던 KCC는 내수시장에 집중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기 위해 2019년 글로벌 실리콘 제조업체인 미국 모멘티브퍼포먼스머티리얼스(모멘티브)를 인수했다.
KCC는 사모펀드 SJL파트너스와 원익과 함께 컨소시엄을 꾸렸지만 3조원이 넘는 대규모 M&A였던 만큼 차입금이 큰 폭으로 늘었다. 당시 KCC가 투입한 자금만 6000억원 이상이다. 이로 인해 2018년 말 7372억원이던 순차입금이 이듬해 말 1조6558억원까지 증가했다. 지금은 순차입금이 상반기 말 기준 4조원에 육박한다.
CP도 핵심 차입 수단이었다. 2018년 말 2000억원이던 CP 발행 잔액은 2019년 말 7000억원까지 증가했다. 2018년까지는 만기가 90일을 넘는 CP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는데 1년 사이 단숨에 5000억원이 늘어난 셈이다.
이후로도 매년 CP 발행 규모가 증가해 2021년 말 9000억원, 지난 상반기 말 9500억원까지 늘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KCC가 향후 1년 동안 상환해야 하는 CP가 1조원을 넘는다.
◇공모채 찍어 단기자금 갚기도
이달 들어 시작된 CP 만기 장기화 전략에서 엿볼 수 있듯 KCC의 재무부서는 지속된 단기 차환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상반기에는 단기 자금을 장기 차입으로 차환한 사례도 있다.
KCC는 지난 5월 3년물과 5년물로 나눠 3200억 규모 회사채를 발행했다. 당초 1600억원을 모집했으나 수요가 몰려 2배 증액에 성공했다. 3년물 2750억원, 5년물 450억원으로 발행했다. KCC는 국내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AA-, 안정적' 등급과 전망을 받고 있다.
당시 자금 사용 목적을 살피면 대부분이 단기 자금 상환에 쓰였다. 3400억원 중 회사채 차환은 1500억원이었고 나머지 1900억원이 CP와 전자단기채를 갚는데 사용됐다.
정기 이슈어(Issuer)인 만큼 과거 발행 내역을 살피면 달라진 전략이 일부 드러난다. 지난해 초 공모채 발행 때까지만 해도 원자재 매입에 1000억원을 사용했지만 곧바로 이어진 작년 4월 발행 때부터 단기자금 상환에 나서기 시작했다. 올해도 이 같은 행보가 지속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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